단속 숨바꼭질…보조금 꼼수 천태만상

[긴급진단]휴대폰 보조금, 이대로 괜찮나②

일반입력 :2014/02/19 15:42    수정: 2014/02/27 09:18

정윤희 기자

연초부터 휴대폰 보조금 논란이 뜨겁다. 이동통신사들의 과열 경쟁에 100만원이 넘는 최신 LTE 스마트폰이 공짜도 됐다가, 오히려 웃돈을 얹어주는 마이너스폰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급기야 정부가 ‘사상 최대 제재’라는 칼을 빼들었다. 대통령까지 보조금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나설 정도다. 국회에는 보조금과 관련된 법안이 계류돼있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아우성이다. 보조금이 많이 실릴수록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는데 왜 막느냐는 것이 이유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지디넷코리아>는 총 4회에 걸쳐 현재 이동통신시장과 휴대폰 유통구조의 문제점,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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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 '대호갱'시대…보조금 무엇이 문제인가

② 단속 숨바꼭질…보조금 꼼수 천태만상

③ 휴대폰 보조금, 해외서는 왜 논란이 없을까

④ 진통 끝낸 단통법, 보조금 난리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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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백, 현금완납, 내방, 폐쇄몰, 할원(할부원금) 조정…

온라인 휴대폰 커뮤니티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언뜻 들으면 암호나 다름없다. 특히 휴대폰 구매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완전 딴 세상 언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단말기 할부원금을 쪽지나 댓글로 안내하는 것은 이미 케케묵은 고전 수법이 된지 오래다. 암호, 동영상, 특수문자까지 동원해 안내하는가 하면, 보조금 금액이 커지면 자동으로 문자메시지가 날아든다. 단순히 수법의 기상천외함만 따지자면 감탄이 나올 정도다.

현재 방통위는 27만원 이상의 휴대폰 보조금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단속한다. 대리점, 판매점에 대한 사실조사 등을 거쳐 이동통신사에 시정명령, 과징금, 영업정지 등의 행정제재를 내리는 식이다.

자연히 변칙적 보조금 지급 수법도 진화한다. 정부의 서슬이 시퍼럴수록 오히려 온오프라인 유통망에서는 꼼수 영업이 활개 친다. 잡으려는 정부와 피하려는 업주들 사이의 숨바꼭질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주말·야간스팟은 기본…동영상·암호·ARS까지 동원

일반적으로 대규모 보조금 투입은 주말, 야간 등에 집중된다. 저녁, 심야 시간대 평일과는 달리 방통위의 단속이 느슨해진데 따른 것이다. 단속의 눈을 피하기 위해 심야에 잠깐씩 올라왔다 사라지는 보조금을 스팟, 혹은 게릴라 보조금이라고 한다.

사실 방통위의 시장 조사 인력은 24시간 상시 감시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평시에는 대리점, 판매점 등을 무작위로 추출해 표본 집단 위주로만 감시를 하고, 보조금이 과열 될 때 인력을 집중해 조사에 들어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이동전화 파파라치 신고포상제, 일명 ‘폰파라치’를 운영 중이지만 꼼수 보조금을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폰파라치는 소비자가 과다 보조금 지급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 단속과 폰파라치를 피하기 위해 초대로만 이뤄지는 비공개 카페에서만 휴대폰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1회 이상 구매한 사람의 경우 신원이 확실하다고 판단해 이들에게만 특가 정책을 제시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카페 외에도 밴드, 카카오톡 등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용되기도 한다.

심지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직장인 특판 등에서는 폰파라치를 피하기 위해 명함이나 사원증, 심지어 재직증명서까지 요구하는 곳도 있다.

온라인에서의 할부원금 안내 방식은 더욱 기상천외하다. 댓글의 글자개수, 특수문자, 암호 등으로 할부원금을 표시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링크를 클릭해 별도의 블로그, 사이트로 이동한 후 동영상 음성을 통해 금액을 알려주거나 ARS 안내메시지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세’다.

■페이백·약식계약서의 덫…싸게 사려다 봉변?

또 다른 꼼수의 대표적인 예는 ‘페이백’이다. ‘페이백’은 휴대폰을 계약할 당시에는 출고가에서 가이드라인 수준의 보조금만 적용한 금액으로 판매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 구매자에게 ‘별’ 등으로 지칭되는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페이백의 경우 항상 위험이 존재한다. 3~4개월 후 계약대로 현금이 지급된다면 괜찮으나 판매업체가 지급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거성모바일이 약속했던 페이백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 법정 싸움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페이백’은 위험 부담이 있는 만큼 현금 완납보다 싼 금액에 휴대폰을 판매하는 일이 많다.

약식계약서 역시 마찬가지다. 약식계약서는 이통사 공식계약서가 아닌 대리점이 자체적으로 만든 양식으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즉, 공식계약서에는 높은 할부원금을 표시하고, 약식계약서에는 그보다 낮은 금액을 기입하는 일종의 ‘이면계약’인 셈이다.

이 경우에도 공식계약서가 아니기 때문에 판매자가 폐업하거나 소위 ‘먹튀(먹고 도망가기)’를 할 경우 소비자가 피해를 보상받기 어렵다. 또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통사에서는 공식계약서를 이용해 거래하기를 권유한다.

■구형폰·3G폰, 단속 회피 논란 급부상

이밖에도 최근에는 구형폰과 3G폰이 단속 회피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나열한 꼼수들이 주로 대리점, 판매점 업주들이 사용하는 수법이었다면, 구형폰 논란은 이통사가 주체다.

내용은 이렇다. 새해 들어 이통사 A가 제조사에 구형 3G폰 갤럭시S3를 2월에 1만대, 3월 3만대를 추가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출시된 지 20개월이 된 갤럭시노트2의 10~20만대 추가 생산을 주문했다.

이를 두고 경쟁사 B사에서는 보조금 단속 회피용으로 3G폰을 추가 생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현재 방통위는 출시된 지 20개월 이상 지난 단말기에 대해서는 보조금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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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는 “기존 재고품 해소 차원이 아닌 구형 3G폰을 신규 생산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시장점유율 50% 사수를 위해 보조금 회피용으로 구형 3G폰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A사는 “3G폰 주문은 지난해부터 매달 2만대 수준으로 꾸준히 해오던 것”이라며 “3G 이용자가 900만명 이상인 상황인데다 명절, 졸업, 입학 시즌을 맞아 3G폰에 대한 수요가 여전해 주문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