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갱 시대'…보조금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진단]휴대폰 보조금, 이대로 괜찮나①

일반입력 :2014/02/18 13:54    수정: 2014/02/27 09:18

정윤희 기자

연초부터 휴대폰 보조금 논란이 뜨겁다. 이동통신사들의 과열 경쟁에 100만원이 넘는 최신 LTE 스마트폰이 공짜도 됐다가, 오히려 웃돈을 얹어주는 마이너스폰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급기야 정부가 ‘사상 최대 제재’라는 칼을 빼들었다. 대통령까지 보조금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나설 정도다. 국회에는 보조금과 관련된 법안이 계류돼있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아우성이다. 보조금이 많이 실릴수록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는데 왜 막느냐는 것이 이유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지디넷코리아>는 총 4회에 걸쳐 현재 이동통신시장과 휴대폰 유통구조의 문제점,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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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 '대호갱'시대…보조금 무엇이 문제인가

② 단속 숨바꼭질…보조금 꼼수 천태만상

③ 휴대폰 보조금, 해외서는 왜 논란이 없을까

④ 진통 끝낸 단통법, 보조금 난리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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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이 있다. 출고가는 100만원이지만 실제로 소비자가 사는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어제는 50만원에 팔렸지만 오늘은 공짜다. 내일 다시 70만원으로 훌쩍 뛰기 전에 사야한다. 같은 폰을 나는 100만원에 샀는데, 친구는 50만원에 사는 일은 예사다.

장소도 마찬가지다. 이 집은 40만원인데 옆집은 30만원이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지만, 인천에서는 10만원에 판다고 한다. 기름값을 감안해도 남는 장사라는 판단이 들면 곧바로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 수밖에 없다. 동이 트기도 전부터 휴대폰 대리점 앞에 장사진이 늘어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온라인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시시각각으로 가격이 변한다. ‘스팟정책’, ‘야간긴급정책’ 등의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정 시간 동안에만 가입자를 모집하고 흔적을 지우는 대리점도 흔하다. 싸게 샀다는 게시글에는 사이트 주소, 일명 ‘좌표’를 찍어달라는 댓글이 흥한다.

운 좋게 휴대폰 스팟 보조금을 탔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일주일 후에, 혹은 한 달 후에 또다시 ‘대란’이 터질 경우 내가 산 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동일한 스마트폰이 팔릴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

최근 일련의 이동통신시장은 10여년 이상 휴대폰을 판매해왔던 판매인들도 혀를 내두른다. ‘아사리판’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바야흐로 ‘대호갱시대’다.

■정보 부족하면 한 순간에 ‘호갱’…이통시장 신뢰도↓

스마트폰 가격이 널을 뛰면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언제, 어떻게 휴대폰을 사야하는지 모르겠다는 호소가 날아든다. 휴대폰 대리점에서 설명을 들어봐도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지기만 한다.

이동통신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바닥이다. 복잡한 요금제와 할인제도, 이를 악용한 일부 판매인들의 바가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시장에서는 어수룩해 속이기 쉬운 호구 고객이라는 뜻의 ‘호갱’, 현란한 말솜씨로 고객을 현혹하는 일부 휴대폰 판매인을 낮춰 부르는 ‘폰팔이’ 등의 용어가 범람한다.

보조금은 일반적으로 이통사의 지원금, 제조사의 장려금으로 구성된다. 보조금 정책은 이통사 본사에서 내려와서 도매 대리점을 통해 현장으로 전달되는 식이다. 큰 금액의 보조금은 주로 최신 LTE 스마트폰, 비싼 LTE 요금제 등에 실린다.

휴대폰 매장은 보조금 외에도 고객을 유치할 때마다 판매촉진비, 가입자관리비용 등 수수료를 받게 된다. 즉, 비싼 가격에 수수료가 많은 휴대폰을 판매할 경우 매장에 떨어지는 금액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월급폰’, ‘회식폰’ 등의 신조어가 생긴 이유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던 시기, ‘호갱’이 양산되며 (조금 과장해 말해서) 번화가에서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휴대폰 매장인 경우도 흔했다.

휴대폰 대리점 한 관계자는 “솔직히 고객님이 살 모델을 정하고 오지 않은 경우에는 리베이트가 많이 실린 휴대폰 위주로 권한다”며 “할부원금을 모르는 고객님들에게 서비스 약정에 의한 요금 할인을 마치 단말기 할인인 것처럼 설명해 공짜폰이라고 하는 경우는 이미 너무나도 만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보조금 와글와글, 문제는…

사실 탁 까놓고 말해서 소비자는 싸면 쌀수록 좋다. 보조금이 많이 투입돼서 스마트폰 가격이 내려가면 이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 차이가 거의 없어진 상황에서 가격이 우선 고려요소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소비자들이 보조금 수준을 제재하는 정부를 성토하는 이유다.

문제는 보조금 재원이 전체 통신서비스 이용자가 내는 요금에서 나오지만, 혜택을 보는 이용자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대부분 온라인에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이 취약한 중장년층 이상 이용자는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보조금 혜택이 통신사를 바꾸는 번호이동 고객에게만 집중된다는 점이다. 이통사들은 이통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손쉽게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 보조금 투입이라는 방법을 택한다. 한 통신사를 오래 쓰는 충성고객은 ‘철새’ 고객에 비해 도리어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이용자 차별 방지’를 내세워 과다 보조금을 규제하고 있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다. 단순히 보조금 금액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결국 모든 소비자들에게 1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스마트폰을 사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휴대폰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27만원으로 정하고 이 금액 이상 보조금이 투입될 경우 이통사에 제재 조치를 내리고 있다.

■보조금·출고가·불투명한 유통구조, 총체적 난국

시장 안팎에서는 보조금 과다 지급과 맞물린 높은 단말기 출고가, 불투명한 판매점 유통구조 등 휴대폰 판매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보조금과 출고가의 상관관계는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 판결에서도 드러난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담합에 의한 출고가 부풀리기’ 행위를 했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이통사만 보조금과 관련해 제재를 받고 있지만 제조사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제조사는 또 장려금 명목으로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2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제조3사에 대해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 지급을 통해 비싼 휴대폰을 할인 판매한 것처럼 소비자를 속였다며 총 453억 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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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통사와 제조사들은 공정위 판결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보조금만 때려잡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고가 스마트폰 출고가 조정과 보조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전방위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