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공룡 구글, 끊이지 않는 분쟁사

각국 정부 '사생활 침해는 유죄, 검색 독점은 무죄'

일반입력 :2014/02/10 14:13    수정: 2014/02/10 15:43

남혜현 기자

검색 공룡 구글에 대한 규제 이슈가 세계적으로 뜨겁다. 구글같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현대판 빅브라더로 지목되며 개인 정보 축적과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모바일 검색 시장의 진입 장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지 오래다.

세계 각국 정부가 구글에 문제 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구글의 검색 반독점법 위반이며, 나머지는 개인정보 침해 이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구글에 대한 조사에 나선 상황이며 일부 국가에는 실제로 구글에 책임을 물어 벌금을 부과하는 등 직접적인 제재에 나서고 있다.

■개인 정보 무단 수집…각국 정부 구글에 과징금

최근 2~3년간 구글과 관련해 가장 많이 보도된 것 중 하나가 '스트리트 뷰'다. 스트리트 뷰는 구글이 공급하는 온라인 지도 서비스의 일부분인데 와이파이를 탑재한 차량으로 세계 거리 골목골목을 촬영해 지도 위에 나타내는 것이다.

스트리트 뷰는 이용자들이 직접 가보지 못한 나라의 골목골목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서비스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곧,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촬영된 개인의 이미지가 영상에 표출되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지적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스트리트 뷰를 촬영하는 와이파이 차량이 무단으로 이메일과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 등을 수집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각국 정부의 규제 대상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20여개 국가들이 구글에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시정명령을 내렸다.

우리정부는 지난달 28일 사상 처음으로 미국 구글 본사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검찰 조사 결과 구글이 스트리트 뷰를 촬영하면서 이용자에 개별부과된 아이디, 비밀번호, 신용카드 정보 등 맥주소 IP, 송수신자의 이메일 주소 등 다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 보관한 것으로 판단해 책임을 물은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전체 회의에서 구글이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2억1천23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글로벌 기업 본사에 벌금을 부과한 첫 사례라 더욱 주목받았다. 당시 전체회의에서는 구글이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가중 처벌, 검찰 고발 검토 등이 언급됐다. 이 외에 국내 영세사업자들과 형평성 문제를 들어 2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솜방망이 처벌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글은 방통위 결정을 수용하고, 데이터를 '실수로' 수집한 것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규제 당국도 유사한 분위기다. 구글은 지난해 3월 미국 연방정부 법률자문변호사연합이 진행한 수사 결과에 따라 개인정보 침해 혐의를 인정하고 700만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내기로 주 정부 38곳과 합의했다. 구글이 수집한 개인 정보 자료를 모두 파기하기로 하면서 일단락 된 것으로 보였던 사건은 현재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으로 재점화된 상태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구글이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무선 인터넷망을 이용해 개인 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한 것이 연방도청법을 어긴 것이라 본 연방항소법원의 결정을 재확인한 것. 이에 따라 구글 스트리트뷰가 개인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이용자들의 집단 소송이 가능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경우 한국, 미국과 같은 이유로 구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의 국가에서 벌금을 부과하거나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프랑스 국가정보위원회(CNIL)는 구글이 사생활 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우리 돈으로 2억2천만원에 해당하는 15만유로의 벌금을 부과했으나 구글은 이에 불복하고 항고를 결정했다. 독일 규제 당국 역시 구글의 혐의를 인정, 14만5천유로(약 1억1천110만원)를 벌금으로 물렸으며 영국 정보보호감독청(ICO)은 구글에 수집한 개인정보 삭제 명령을 내렸다.

■구글 검색 반독점 입증 어려워…무혐의 결론

검색 반독점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 각 국가들이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벌금이나 제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검색 서비스의 경우 독점을 설명하기 위한 시장획정이 어려울 뿐더러 경쟁업체보다는 소비자 후생을 먼저 봐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독과점이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11년 당시 NHN이던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즈가 구글을 상대로 제소한 '불공정거래 혐의'와 관련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당시 NHN과 다음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스마트폰에 독점 공급하면서 다른 검색 프로그램을 배제하고 자사 검색 엔진만 탑재하도록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폰 인터넷 검색 페이지에서 항상 구글이 첫 화면으로 뜨는 데다, 지도 등 관련 앱을 구글 것으로 사용하도록 유도되어 다른 포털 사업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2년에 걸친 조사에서 공정위는 결국 구글의 편을 들었다. 국내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가 압도적 1위를 달성하고 있는 만큼 현재 구글의 점유율로는 경쟁 제한성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소비자 후생 저해, 다른 사업자에 대한 방해 행위 등, 관련 법규를 모두 살펴보았을 때도 구글을 직접 제재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구글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시장획정이 가능해야 하나 검색 같은 서비스 산업에선 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는 인터넷 검색 서비스의 경우 일반적인 오프라인 산업과 달리 시장 획정이 어렵다라며 명확한 답을 얻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구글과 관련해 각 국에서 그런 식의 결론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지난해 1월 구글에 검색 반독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구글은 미국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 자사 검색 결과를 먼저 보여주거나 부각시켰다는 혐의를 받았으며 이에 따라 19개월 동안 FTC의 조사를 받았으나 결국 이용자 후생 증대 측면에서 무혐의 결론을 얻어냈다.

당시 존 레보위츠 FTC 위원장은 구글이 경쟁 제한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부 증거가 있었지만 이용자 후생 증대를 위한 행위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반독점법 자체가 경쟁자보다는 경쟁 과정을 보호하는 것이며, 그 위에 이용자 사용 편의가 우선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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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유럽에서는 구글과 각국 정부가 타협안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지난 5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구글의 개선안이 검색 독점을 완화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고 판단해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3년간 끌어온 분쟁을 합의하에 마무리 하겠다는 결론이다.

구글은 EU 권고안에 따라 유럽 지역에서 검색 결과 페이지를 전면 수정할 계획이다. 예컨대 검색 결과에서 콘텐츠의 주체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고지하는 식이다. 또 다른 정보 사이트의 자동 링크를 적어도 3개 이상 걸어야 한다. 벌금을 내는 대신 구글이 자발적 시정안을 마련해 정부의 규제 의지에 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