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보조금경쟁에 가랑이 찢어진다

대기업 계열사 주도에 적자 중소업체들 막막한 상황

일반입력 :2014/02/06 18:30    수정: 2014/02/07 11:10

'뱁새가 황새 따라가자면 가랑이가 찢어지지.'

국내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들로부터 망을 임대해 저렴한 요금으로 승부하면서 적은 마진을 챙겨야 하는 알뜰폰 사업자들마저 보조금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기업 계열 알뜰폰 사업자가 보조금 경쟁을 주도하면서 아직 적자구조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 독립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보조금을 쓸 수도 안 쓸 수도 없는 막막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일단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의 보조금이 SK텔레콤, KT, LGU+ 등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에 비해 규모도 작고 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안 갔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추세가 계속되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년 또는 3년 약정에 7만~20만원 수준이었던 알뜰폰 사업자의 보조금 투입 규모가 최근 스팟성으로 30만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이통사 대리점을 통해 이통 3사와 경쟁하는 CJ헬로비전, SK텔링크, KCT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먼저 시동을 걸었다.

일부 중소 알뜰폰 사업자도 울며 겨자먹기로 보조금 경쟁에 나서는 상황이다.

한 알뜰폰 사업자 대표는 “우체국이나 편의점이 아닌 통신 판매 대리점에 입점해 이통사와 경쟁해야 하는 사업자 중심으로 기본 리베이트를 늘리고 있다”며 “이통사 LTE 요금제처럼 가입자당 매출이 크지도 않은데 고객 유치를 이유로 보조금을 늘린다면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규모의 경제 실현하자니 역시 보조금 뿐?

알뜰폰은 이통사가 구축한 무선 네트워크를 빌려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초기 대규모 설비 투자 비용은 들지 않지만 적잖은 망 임대료를 내야 한다.

국내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보다 늦게 시작해 현재 제대로 안착된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서야 조금 인지도가 오르고 가입자 증가 추세도 빨라졌다.

하지만 이통 3사에 비하면 여전히 걸음마를 뗀 단계에 불과하다.

알뜰폰 제도가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시작한 일부 사업자 외에는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이 전무하다. 알뜰폰 제도가 본격 시행된 2012년 7월 이후 뛰어든 사업자는 모두 적자다.

대표적인 사례가 CJ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이다. 국내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최대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지만, 지난해 400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150만명의 가입자는 모아야 순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현재 60만명 수준이다.

SK텔링크의 가입자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7만명이다. 역시 제대로 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건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입자를 늘리는 것인데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소비자를 견인하기 위한 최대 무기가 저렴한 통신료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기존 이통사와 경쟁이 만만치 않다. 이통사 대리점에 입점한 알뜰폰의 경우 판매 직원에 할당되는 수당이 이통사 수준과 비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선 판매 직원들은 대부분 알뜰폰보다 이통사 가입을 유도하게 된다.

결국 저렴한 요금이라는 본원적 경쟁 무기가 제대로 통하지 않고 통한다 하더라도 시일이 오래 걸리니 '가입자 유치 만병통치약'이랄 수 있는 보조금 빼든 것이다.

■보조금으로 당장 숫자를 늘릴 수는 있지만…

문제는 이들 사업자의 경영 상황과 자금 여력이 이동통신 3사와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그나마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의 알뜰폰 사업자는 향후 실현될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다보고 보조금을 집행해 가입자를 늘릴 수도 있다. 예컨대 CJ헬로비전은 향후 케이블TV 유료방송과 초고속인터넷에 알뜰폰을 결합하는 상품을 구성할 수도 있고, SK텔링크는 SK텔레콤 가입자 중 알뜰폰으로 움직이는 수요를 방어하는 수단으로서 기대 효과도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역시 문제는 별정통신사업 외에 다른 수익이 없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다.

지금도 낮은 수준의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으로 적자 구조에서 허덕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조금 경쟁 가열은 비용 증가로 수익구조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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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는 6만원 이상의 월 요금제에 2년 약정을 한다고 할 경우 약 150만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보조금을 투입할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알뜰폰은 월 요금제도 싸고 통화량이나 데이터 소비도 적어 보조금을 보전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은 것이다. 초기 대규모 망 투자 비용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매출의 40% 수준의 망 대여료를 꼬박꼬박 내야하는 형편이다.

투자증권 업계의 한 연구원은 “CJ헬로비전이나 SK텔링크처럼 다른 사업에서 수익을 얻어 알뜰폰 사업을 키우고 다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기업이 아니라 오로지 알뜰폰 사업만 하는 중소기업들이 보조금 경쟁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