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스택오버플로 등장 가능할까

일반입력 :2014/02/06 15:11    수정: 2014/02/06 15:11

한국판 스택오버플로를 표방한 개발지식 공유사이트 '마스터Q&A'가 개설 1주년을 맞았다. 아직 사용자 수나 내용 면에서 영어 기반으로 운영되는 스택오버플로에 비해 아쉬운 점도 있지만, 국내 각계 각층의 개발자들이 그 존재와 발전 가능성에 기대감을 비쳐 주목된다.

스택오버플로는 개발자들이 C#, 자바, 자바스크립트, PHP, 안드로이드, 파이썬, iOS 등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와 플랫폼 개발에 필요한 코딩 팁과 정보를 공유하는 질문답변 사이트다. 지난 2008년 유명 개발자 제프 앳우드와 조엘 스폴스키가 만들었고 6일 현재까지 등록된 질문 숫자는 660만여건에 이른다.

스택오버플로에서 영감을 받은 마스터Q&A는 지난해 2월초 개설됐다. 1년간 전혀 홍보를 않고도 매일 사이트에 20~30건의 질문이 올라온다. 당초 박 대표가 운영하는 안드로이드 개발자 및 사용자 커뮤니티 '안드로이드펍'의 질문답변 게시판에서 시작돼, 기존 회원들의 활동이 뒷받침한 측면도 없지 않다.

마스터Q&A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원조 스택오버플로처럼 구글에서 검색이 잘 되고 영어에 대한 부담 없이 한국어로 질문과 답변을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아직 역사가 짧아 누적된 질문과 답변 내용이 풍부하진 않고, 다루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플랫폼도 안드로이드와 HTML5 정도로 제한되는 부분은 아쉽다.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 실무자, 연구소장,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현업 개발자들에게 원조 스택오버플로 사이트 활용 여부와 마스터Q&A같은 한국판 사이트의 잠재적인 가치를 물었다. 대부분 원조 사이트를 활용 중이었고 그런 성격의 한국판 사이트가 있으면 좋다고 답했다. 다만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붙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파트너 휴즈플로의 이길복 CTO는 한국판 사이트라면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들도 질문과 답변을 통해 개발지식을 편히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 한국어로 된 개발지식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 카페나 커뮤니티에 흩어져 찾기 어려운데 이를 통합한다면 활용도가 높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및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업체 핸드스튜디오의 홍윤선 CTO는 국내서 개발지식을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공간은 여럿이지만 많이 활성화되진 않았다며 한국 개발자 규모만으로 수많은 기술영역의 새로운 지식이나 문제의 해법을 다루긴 어렵겠지만, 할 수 있게 된다면 유용할 듯하다고 말했다.

기업용 모바일앱 플랫폼(MEAP) 업체 유라클의 조준우 기술개발실장은 직접 코딩을 하진 않지만 개발실 직원 대부분이 스택오버플로 사이트를 활용한다는 건 알고 있다며 한국어 기반으로 비슷한 성격의 사이트가 잘 활용되려면 최신기술에 대한 정보 업데이트와 활발한 답변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만화 디지털유통 전문업체 레진코믹스의 권정혁 CTO는 마스터Q&A 사이트에서는 현재 안드로이드 모바일 플랫폼과 HTML5 기술에 대한 지식이 공유되고 있는데 스택오버플로처럼 더 다양하고 일반적인 개발 영역까지 아우르는 사이트가 된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모바일 플랫폼, 앱, 웹폰트 업체 모빌리스의 이규영 대표는 스택오버플로는 영어로 등록된 수많은 질문과 답변을 구글 검색만으로 쉽게 찾아주는 반면 그런 수준의 한국어 자료들은 검색도 잘 안 된다며 마스터Q&A가 축적된 지식을 찾기 쉽게 서비스된다면 영어 소통에 제약이 큰 사람들이 환영할 것이라 말했다.

스택오버플로의 질문과 답변은 모두 다른 개발자들에게 평가 대상이다. 그래서 개발자 채용시 내공과 경험을 증빙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고, 체계화된 자료가 쌓여 나중에 개발자를 위한 기술전문 서적에 등재되기도 한다. 즉 단순한 개발지식 공유 사이트를 넘어 업계의 전문성을 검증하는 도구로도 활용되는 모습이다.

반면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세계 개발자 규모에 비해 한국어를 쓰는 개발자 수는 훨씬 적은 만큼, 마스터Q&A가 당장 스택오버플로만큼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아직 최신기술 업데이트나 다양한 문제 해결 사례 확보, 유명 개발자들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건 지금으로선 당연해 보인다.

마스터Q&A를 만든 안드로이드펍 운영자 겸 안드로이드 앱개발사 소셜앤모바일의 박성서 대표도 이를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그는 마스터Q&A에서 활동하는 개발자 가운데 답을 구하려는 사람보다 답을 달아주는 이들이 더 많은 가치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시스템을 만들어놨을 뿐 1년동안 별 보상을 제공한 적은 없었는데도 열심히 답변을 올리면서 활동하는 참여자들이 적잖았다며 알맞은 답을 내놓는 과정에 여러 정보와 자료를 참조하고 때에 따라 직접 코딩해보는 노력도 필요한데, 중상급 개발자들이 실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물론 스택오버플로 사이트에서 답변을 달아주는 개발자들도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 개발자들에겐 문제해결 역량과 별개로 영어로 질문을 이해하고 답해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한다. 한국어 기반이라면 큰 장애물 하나는 사라지는 셈이다.

박 대표는 아무리 개발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도 개발 지식과 관련된 질문에 답하려면 다양한 시도와 검증을 거치게 된다며 그래서 스택오버플로 사이트에선 유명 개발자들도 직접 답변을 달 때 그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그런 상호작용의 판이 벌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