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세계화 위해 외국인과 공동 창업 적극 지원"

오덕환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장 인터뷰

일반입력 :2014/02/05 12:12    수정: 2014/02/05 18:26

황치규 기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 말대로 세계는 무척이나 평평해졌다. 평평해진 만큼, 한국 출신의 스타트업들도 이제 미국 무대를 넘볼 수 있는 분위기는 마련됐다.

그런데 평평해진 세상이라는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세상이 평평해지면서 국내용 비즈니스만으로는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 경기장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한국 1등이 글로벌 1등 앞에 흔들리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된다. 평평해진 시대, 글로벌 경쟁력은 살아남기 위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언제부터인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키우자는 함성소리가 우렁찬건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다. 그러나 함성은 아직 현실보다는 이상에 가깝다. 글로벌로 나갈만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찾는것이 만만치 않은게 현실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나오는 스타트업들도 많아 보인다.

그럴수록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갈증은 커져만 간다. '세계로 가자'는 구호만으로는 갈증을 풀기가 힘든 상황이다. 성과가 받쳐주지 않은 구호는 뜬구름 잡는 얘기로만 비춰질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와 성과의 극심한 불균형 관계를 고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스타트업의 세계화와 관련해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보여주기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한국IDC 대표와 글로벌 투자 회사를 거친 오덕환 미래 글로벌창업지원센터장이 이런 일을 하겠다고 도전장을 던졌다. 미래부 산하 조직을 맡고 있는 만큼, 그는 지금 세월좋게 세계로 가자는 구호만 외칠 처지가 아니다. '세계로 가자'가 아니라 '세계로 갔다'는 결과를 보여줘야할 책임이 주어졌다.

언제까지? 당사자에 따르면 올해안이다. 그래서인지 틈만나면 기술 기반 스타트업 육성을 외치는 오덕환 센터장을 만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디테일을 물었다. 말돌리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참고로 센터는 글로벌 창업 시 주요 애로사항인 해외 법과 제도, 회계, 특허, 투자유치, 마케팅 등에 대한 전문적인 컨설팅을 지원한다. 설립 이후 스타트업을 위한 코트라와 같은 조직을 표방해왔다.

-국내 스타트업이 지금 해외, 특히 미국 시장에서 통할만한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해외 각국을 다녀본 결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엔 기초 체력이 많이 부족하다. 몇몇 회사들이 잘해주고 있지만 평균적으로 봤을때는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다. 현실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을 외친다. 너무 앞서나간다는 얘기도 있다.

한국이 창업에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얼마전 모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했는데, 학생 100명 중 창업에 관심있는 사람 손들어보라 했더니 1명뿐이었다. 아직도 학생들은 대기업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창업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 이끈다고 학생들이 그냥 따라오겠는가?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게 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지원은 부작용만 일으킬 뿐이다. 무턱대고 지원한다고 능력있는 이들이 창업의 세계로 들어올리는 없다.

-그런데도 센터는 창업을 부추겨야할(?) 입장이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정한다. 그래도 그냥 있을 수는 없는거 아닌가? 젊음층에서 창업 준비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심은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 것이다. 창업은 기업가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센터가 강조하는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

독창적인(Unique) 사고를 해야 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세상을 퍼뜨리겠다는 집념이 있어야 한다. 이게 없다면 창업은 어려울 것이다. 창업해서 5년 이상 끌고 가야 하는데, 정신무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기업가 정신이 없으면 아이디어를 갖고 세상을 바꾸려는게 아니라 외국 모델 가져와서 카피캣할 가능성이 높다. 카피캣이 한국에선 통할지 모르겠지만 외국에서는 먹힐 가능성은 낮다. 결국, 기업가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창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도 기업가 정신과 관련해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사업적으로 올해 주요 목표는?

이스라엘처럼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그 회사가 세계 무대에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유독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인 서비스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먹혀든다는데,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다. 핵심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찾는 것이다. 여기서 기술이란 소프트웨어다. 작년에 센터가 지원한 회사들도 대부분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곳들이다. 한국은 이제 하드웨어로 먹고살 수 없다.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봐야 한다. 이건 한국의 숙명이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을 보라. 소프트웨어 영향력을 갖춘 회사들이다. 다시 말해 기술 기반 회사들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들 중에는 이스라엘 출신들이 많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하는 사레도 점점 늘고 있다. 우리도 이스라엘을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이스라엘 모델을 따르는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은 이미 선순환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한국은 기술 기반도 취약하고, 인적 네트워크도 없다. 성공 사례가 쌓이고 쌓인 것도 아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해서 성장하고 성공 사례가 하나둘씩 만들어지면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이다. 이러려면 5년 이상 걸릴 것이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지 않겠나. 국내 벤처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특별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라이징하려면 외국 사람들과 결합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게 없다. 기업가 정신을 갖추고 비즈니스 모델을 세운뒤 글로벌화를 실천할 수 있는 팀을 짜려면 이종교배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한 것 같다.

-외국 전문가들과의 공동 창업이 늘어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한국에 좋은 기획자나 마케팅 전문가가 있으면 뭐하나? 미국 가면 그냥 외국 사람일 뿐이다. 외국 사람이 처음부터 투입되어야 한다. 센터가 지향하는건 국내 스타트업이 외국으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모델만은 아니다. 외국 사람이 한국 사람과 공동 창업한 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이런 창업을 적극 지원하려 한다. 올해안에 구체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센터에서 추진할 스타트업 지원 로드맵은?

올해 1천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이중 400개 기업에는 리스크 관리와 같은 지원을 제공하고 40~50개는 투자 유치 지원도 해주고 싶다. 이중 해외에 나가서 엑시트하는 회사도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

-특별히 유망하다고 보는 분야는

지난해 미국에서 이뤄진 기업공개(IPO)를 보면 SW기반 서비스 분야가 많다. 기술 기반 기업만 놓고보면 B2B 모델을 추구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B2C는 몇개 없다. 클라우드 컴퓨팅, 분석을 주특기로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투자도 이쪽으로 많이 몰린다. 여기에 대한 투자가 많다. 한국도 B2B로 가야 한다고 본다. 특히 테크 기반 스타트업은 B2B에서 가능성이 높다.

-B2B 스타트업 창업은 가능성은 클지 몰라도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

B2C보다는 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맨파워도 좋아야 한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앞으로 기술 기반 SW 시장은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국내서도 완제품이 아니지만 요소 기술로 성공하는 회사들도 나오고 있다. 이런 회사들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졸업하고 바로 창업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일단 들어가 몇년 일해본 뒤 느끼는게 있으면 창업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래야 성공 확률이 높다. 한국의 현실이 그렇다. 사회적인 인프라가 졸업 후 바로 창업에 들어가도 될만한 역량은 되지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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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창조경제는 창업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수요자들이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다. 수요자들이 움직이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싶다. 이를 위해 기업가 정신을 많이 교육시키고 싶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가 정신없이 사업하면 금방 무너진다. 모럴 해저드만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