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가 중국에 팔렸다…미국 대 굴욕

구글 휴대폰 제조 참패…레노버 광폭 행보

일반입력 :2014/01/30 08:55    수정: 2014/01/30 13:46

김태정 기자

미국 휴대폰의 자존심 모토로라가 중국 레노버에 팔렸다. 당국 승인이 떨어지면 80년 넘은 ‘미국 모토로라’의 역사가 끝나는 셈이다.

미국 산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중국 모토로라’가 미국 휴대폰 시장을 흔드는 그림이 그려졌다. 게다가 모토로라의 새 주인은 미국 HP를 밀어내고 PC 점유율 1위에 오른 레노버다.

■“하필 레노버라니...”

29일(현지시간)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모토로라모빌리티(휴대폰 사업)를 29억1천만달러(약 3조100억원)에 레노버에 넘긴다고 발표했다.

구글이 지난 2012년 5월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사들이며 쏟은 돈은 125억달러(약 13조4천억원). 구글이 모토로라 특허 대부분을 계속 보유함을 감안해도 매각 대금은 꽤 헐값이다. (기사 - 레노버, 3조원 헐값에 ‘구글 모토로라’ 인수)

미국 현지에서는 “왜 하필 레노버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레노버는 미국 IT 기술과 자존심을 야금야금 삼키는 중국의 대표 주자다

지난 2005년 IBM PC 제조부문을 인수, 파죽지세로 성장해 지난해 세계 PC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기존 PC 최강 HP는 레노버 성장의 희생양이 됐다.

미국 IBM 기술을 기반으로 미국 HP를 끌어 내린 레노버에 미국인들은 놀라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다.

레노버는 지난주에도 IBM 서버 부문을 23억달러(약 2조4천650억원)에 인수한다는 대형 이슈를 만들었고, 이제는 모토로라까지 갖겠다는 것이다.

인수가 성사되면 미국 내 모토로라 공장 직원들은 레노버 소속이 된다. 구글이 ‘미국 내 IT 일자리 창출’ 사례라며 오바마 정부에 보였던 그 공장들이다.

■미국인도 모토로라 버렸다?

미국인들에게 남은 모토로라의 상징적 의미를 빼고 성적만 본다면 참패 수준이다. 미국인들도 모토로라 제품을 크게 외면했다.

구글이 지난해 야심작이라고 내놓은 스마트폰 ‘모토X’는 미국 본토에서도 수개월 간 고작 50만대 팔렸다. 지난해 1~9월 손실은 6억4천500만달러(약 6천900억원) 손실에 달한다.

그간 외신에 오른 모토로라 관련 미국인들의 인식은 “잘 됐으면 좋겠지만 난 애플 아이폰을 쓰겠다” 정도로 요약된다.

어떻게든 모토로라를 살려보려 한 구글의 ‘애국심 마케팅’ 전략도 크게 실패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모토로라 제품이 일자리 창출의 희망이라는 메시지에 미국인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모토X’의 성능이 가격 대비 워낙 떨어졌고, 이는 모토로라를 넘어 구글 기술력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이어졌다.

관련기사

텍사스 포트워스 소재 모토로라 공장을 기자들과 종종 방문, 일종의 쇼맨쉽을 보였던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이제 레노버에 모토로라를 넘기기 위한 세부 작업에 나선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레노버는 모토로라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생태계의 주요 생산자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간단히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