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3조원 헐값에 구글 ‘모토로라’ 인수

구글 휴대폰 제조 끝…특허 챙겼지만 물음표 커져

일반입력 :2014/01/30 07:57    수정: 2014/01/30 19:58

김태정 기자

구글이 자회사 모토로라를 중국 레노버에 매각한다. 스마트폰 시장에 대형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레노버는 LG전자를 압박할 새 전력을 삼켰다. 구글은 휴대폰 제조 사업에서 발을 빼기에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29일(현지시간)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모토로라모빌리티(휴대폰 사업)를 29억1천만달러(약 3조100억원)에 레노버에 넘긴다고 발표했다. 매각 대상은 경영권과 지분, 생산시설 등이며 모토로라 특허 1만7천여건 대부분은 구글이 계속 보유한다. 레노버는 이 특허들을 라이선스 방식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기사 - 모토로라가 중국에 팔렸다...미국 대 굴욕)

■특허 챙긴 구글, 그래도 손해 막심

구글이 지난 2012년 5월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사들이며 들인 돈은 125억달러(약 13조4천억원). 페이지 CEO는 이 중 모토로라 특허가치를 55억달러(약 5조8천900억원)라고 평가한 바 있다. 특허 외 부분이 70억달러(약 7조5천억원)라는 계산이다.

이 금액에서 지난해 셋톱박스 부분을 매각, 회수한 23억달러(약 2조4천600억원)를 제외하면 47억달러(약 5조380억원)가 남는다. 이번 모토로라 매각액 29억1천만달러보다 막대히 큰 액수다. 구글이 휴대폰 제조를 경험하며 역량을 키웠기에 손해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수치로 나타내기 애매한 부분이다. 모토로라 인수 후 특허 소송에서 큰 재미를 못 본것도 주목된다.

게다가 휴대폰 자체 생산이라는 구글의 야심까지 무너졌다.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로 특허 확보 뿐만 아니라 휴대폰 자체 생산에도 열을 올렸다.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55억달러 가치 특허를 넘어 모토로라의 모든 것을 삼키기 위해 70억달러를 더 투입, 총 125억달러를 쓴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구글이 ‘제조’는 빼고 ‘특허’에만 관심 둔다는 분석은 업계 현장에서 외면받았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텍사스 포트워스의 모토로라 공장을 휴대폰 제조 전진 기지로 지목, 생산부터 마케팅 전략을 직접 주도해왔다.

결국, 셋톱박스를 매각처럼 휴대폰 사업도 잘 해보려다가 안 됐기에 필요한 부분(특허)만 챙기고 팔았을 뿐, 성공 사례로 남기기에는 물음표가 크다. 더 손해보기 전에 제조업을 접었다는 평가다.

■구글로라 슈퍼폰(?) 대 실패

모토로라 투자자들은 구글이 운영하는 모토로라를 ‘구글로라’라고 부르며 슈퍼폰 생산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참패 수준이다.

지난해 1~9월 모토로라는 6억4천500만달러(약 6천900억원) 손실을 기록했고, 회생 가능성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구글이 지난해 야심작이라고 내놓은 스마트폰 ‘모토X’는 미국 본토에서도 수개월 간 고작 50만대 팔렸다. 아무리 구글이라도 모토로라는 못 살린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결국 구글은 휴대폰 제조 사업에서 발을 빼기 위해 모토로라의 새 주인을 찾아왔고, 스마트폰 무기가 필요한 레노버와 이해관계가 맞았다.

삼성전자와 애플 뒤에 자리한 3~7위권 스마트폰 주자들은 레노버의 인수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레노버는 지난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4.8%를 기록, LG전자(4.7%)를 누르고 4위에 올랐다.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강력한 글로벌 스마트폰 주자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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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는 캐나다 블랙베리와 대만 HTC 등에 대한 인수도 지난해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계 PC 시장 점유율 1위를 굳혔고, 분기마다 1억달러 중반 대 순이익을 올려왔다.

이달 초에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전제로 IBM의 X86 서버 부문을 23억달러(약 2조4천65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