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 외장 하드 업체의 변신 스토리

박상인 새로텍 대표 인터뷰

일반입력 :2014/02/02 14:47

외장하드 전문업체 새로텍이 새해 '와이파이(무선랜)' 공유 기능을 붙인 휴대용 저장장치로 새 활로를 찾는다. 모바일 기기가 확산되면서 PC에서만 활용하는 외장형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행보다.

새로텍은 1분기중 휴대용 외장하드 '와이디스크', HDD 없는 케이스에 내장배터리 기능을 더한 '에어스토어', 클라우드로 동기화가 지원되는 네트워크스토리지(NAS) '에어박스', 3종을 출시한다. 용도는 제각각이지만 무선랜 네트워크에 연결시 모바일앱으로 문서 열람, 멀티미디어 감상, 파일 기록을 지원한다는 점이 공통 분모다.

최근 서울 강동구 성내동 사옥에서 만난 박상인 새로텍 대표는 창립 21년 새해를 맞아 올해는 3개 신제품 판매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일부는 시판 단계고, 3월까지는 전부 내놓을 계획이다. (무선랜 지원은) 순전히 스마트폰 때문이에요. 저는 스마트폰에 달린 '와이파이'가 이렇게까지 확산될 줄은 몰랐어요. (웃음) 외장하드업체 입장에서 그게 충격이 가장 컸죠. 물론 스마트폰에 충격을 받은 시장은 외장하드만은 아니죠. MP3플레이어, 보이스레코더, 내비게이션은 이미 스마트폰이 빨아들였습니다. 외장하드는 그래도 살아 있잖아요.

스마트폰 이전에도 외장 하드 시장 위축에 대한 가능성은 제기됐다. 공짜로 수십GB를 저장할 수 있는 인터넷 웹하드, 클라우드 서비스나 용량당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등장이 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텍 외장하드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게 박상인 대표의 설명이다.

PC시장이 침체되고 클라우드가 보편화돼 산업이 변화를 맞는 건 사실이지만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하려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계속 커지는 국내의 경우 자신만의 자료를 보관하려는 욕구가 큰 것 같고,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가 많아질수록 그 욕구도 늘어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 사람들이 웹하드라는 걸 많이 쓰면, 그만큼 외장하드에 저장을 할 이유가 줄어들지 않겠느냐 하는 얘기가 있었다. '전혀 상관 없었다'는 게 박 대표의 솔직한 얘기다.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SSD는 SSD, 외장하드는 외장하드였다. 장기적으로 비중은 달라질 수 있어도 직접적으로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지금도 저장매체 형태와 성질에 따라서 용도가 분리돼 있죠.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SSD하면 속도예요. 전보다 엄청나게 많이 팔리는 건 사실인데 주용도가 PC 부팅 빠르게 하는 겁니다. 저용량 파일 보관에는 USB메모리가 쓰이고요. 용량은 HDD예요. 이게 또 가만있어도 제품 가격이 빠르게 떨어져요.

스마트폰은 그 자체만으로는 외장하드의 대체재가 되기 어렵다.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기록매체가 SSD처럼 플래시메모리인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는 해도 동일 용량 기준으로 HDD보다 여전히 비싸기 때문이다.

또 가격차가 좁혀져도, HDD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박 대표는 전망한다. 어떤 사람들이 쓴다는 걸까?

외근이나 출장 많은 사람, 집과 사무실 자주 비우는 사람들이 소비자죠. 초창기 외장하드 사용자라고 하면 주로 컴퓨터 사용이 잦고 구매력이 있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중반 성인들이었어요. 고객군이 넓어진 건 10여년 전부터예요. 지금은 10대 후반부터 40대정도까지 쓰는 것 같아요. 아직 50대 초반은 드물지만요.

스마트폰은 필요한 자료를 기기 메모리에 담거나 클라우드에 놓고 쓰기 쉽게 해준다. USB로 PC에 연결한 외장하드를 찾기보다 단말기 내용을 바로 들여다보거나 온라인에서 가져오기가 수월하다. 다만 대용량 자료를 클라우드나 스마트폰에서만 다루긴 아직 불편하다. 새로텍이 외장하드에 무선랜 기능을 붙이게 된 배경이다.

한눈 안 팔고 외장형 저장장치와 응용제품 제조 판매 시장에 주력해 왔습니다. 다른 분야 진출도 고려할 수 있었지만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이거라고 생각해서요. 한가지 기능이라도 시장 수요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앞으로도 이 분야 사업을 잘 키워가는 게 목표죠.

새로텍에게 지난해까지는 모바일이 가져온 변화에 대응을 준비하는 기간이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모바일에 맞춰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다. 본격적인 제품 영업은 1분기 시작됐다. 신제품 중 와이디스크는 작년말, 에어스토어는 이달 출시됐다. 오는 3월에는 에어박스가 나온다. 회사는 외부 전문업체를 통해 신기능에 필요한 모바일앱과 클라우드 연동서비스도 공들여 준비했다.

2분기 이후에도 신기술 등장으로 변화가 많을 것 같아요. 일단 기존 모델들의 이동성, 휴대성, 성능 개선은 꾸준한 숙제죠. 무게와 가격도 조율해야 하고요. 특히 인터페이스 쪽에 이슈가 있어요. USB3.0에서 갓 발표한 USB3.1로 간다든지, 썬더볼트2.0 스펙이 나왔는데 라이선스를 어떻게 받을지…

사실 박 대표의 장기적 고민은 따로 있다. 새로텍을 진짜 힘들게 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라 세계 모든 회사들이 휘청인 지난 2008년 금융위기였다. 과거 실적 효자였던 수출도 그 때 위축됐다. 5년새 경제규모 성장과 함께 인건비가 급등한 중국서 제품 생산이 이뤄지다보니 왕년의 수출 실적을 되살리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B2C가 경기 영향을 많이 받아 아쉽죠. B2B 시장 확보가 유리하다는 건 알지만 간단치 않아요. 중소중견기업(SMB) 제품이 있는데 대규모 공급은 잘 안 이뤄져요. CCTV 설치 관리하는 곳이나 방송영화사같은 디지털영상 보관 용도로 쓰이더군요. 미국 수출한 제품도 전부 영화사 스튜디오같은 데서 쓰더라고요.

20년간 외장하드 분야 1위를 이어왔고, 다음 20년 동안에도 그 지위를 지속하고 싶다는 새로텍에겐 B2B와 수출 확대라는 화두가 남았다. 다음은 새로텍이 주력할 신제품 3종의 개요다.

와이디스크는 일단 2.5인치 HDD 500GB~1.5TB 또는 SSD 120~250GB를 지원하는 외장하드지만, 무선랜 연결기능, 연속 사용시 최대 5시간을 버티는 3천500mAh 내장배터리를 품었다. 유선랜 단자로 연결시 소형NAS 로컬파일서버로 쓸 수도 있다. 동일 네트워크에서 8명까지 동시 접속을 지원하고 외부 무선랜이 없어도 스마트기기와 와이파이로 직접 연결할 수 있다.

관련기사

에어스토어는 사용자가 별도 저장매체를 USB로 연결한 상태에서 와이디스크처럼 그 내용을 무선랜 기능으로 여러 사용자나 다른 기기와 공유해 준다. 외장하드뿐아니라 USB로 연결 가능한 플래시메모리나 다른 디지털기기용 카드리더기도 쓸 수 있다. 무선인터넷 신호를 확대하기 위한 중계기로도 쓸 수 있고, 5천200mAh 내장배터리는 아이폰5S를 3번정도 완충 가능한 대용량 보조배터리 구실도 한다.

에어박스는 휴대용이 아니다. 3.5인치 HDD를 탑재했고 내장 배터리도 없다. 저장된 자료는 로컬과 동기화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외부 인터넷에서 직접 접근도 가능하다. SATA 방식 HDD를 최대 4TB까지 확장해 쓸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무선랜이나 3G, LTE 기반 인터넷 연결시 와이디스크, 에어스토어처럼 iOS 또는 안드로이드 앱으로 영상과 음악 재생, 사진과 오피스문서 뷰어 기능을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