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인터넷, 모바일 타고 세계 1등 감 잡았다

[신년기획1-1]한국IT, 실리콘밸리 넘자:인터넷①

일반입력 :2014/01/21 08:13    수정: 2014/01/23 08:25

남혜현 기자

지금 세계는 '혁신 전쟁' 중이다. 판을 뒤집은 자가 세계를 호령한다. 정보통신(ICT) 분야는 특히 그러하다. 지디넷코리아는 청마(靑馬)의 해를 맞아 한국 IT 산업이 혁신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보는 신년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 등 ICT 주요 분야별로 점검해볼 계획이다. 그 첫번째로 인터넷 분야 3편을 시작한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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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韓 인터넷, 모바일 타고 세계 1등 감 잡았다

2) 라인 특명 세계 1위 관문…5억명 돌파하라

3) 한국판 실리콘밸리 신화 기로에 선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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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라는 광활한 땅은 지금 완전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상황이다. 서비스별로 군웅이 할거한다. 세계 검색 시장을 휘어잡은 구글도 모바일 메신저로는 맥을 못춘다. 정형화된 틀, 성공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시장에서 주요 서비스들은 '까딱하다가는 침몰한다'는 위기감을 팽팽히 느끼고 있다.

변화의 원인은 물론 스마트폰의 출현이다. 새로운 하드웨어와 모바일의 결합은 전체 인터넷 시장을 뒤집어 놨다. 국내 사업자들에게는 이같은 변화는 기회이자 위기이다.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카톡'은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스마트폰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싸이월드는 반대로 끝없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내 주요 인터넷 사업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생존을 건 피말리는 싸움을 하고 있다. 절대 강자 네이버 마저도 라인이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더 이상 국내 시장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성장하기 힘들며, 안방 수성마저도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위협 받는다.

■구글·페북 선전…네이버·다음 '모바일로'

한 우물만 파야 성공한다는 속담은 인터넷 시장에서 절반만 통한다. 검색 사업을 열심히 해 패자가 된 구글도 SNS를 놓친 것이 최대 실수라며 뼈 아파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지메일과 자사 SNS 구글플러스를 연동 중이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구글이 후발주자로서 서러움을 느끼게 될 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네이버와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주요 포털 사업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국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검색 서비스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지난해 11월 기준 닐슨코리안클릭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글은 국내 모바일 검색 시간 점유율에서 12%를 차지했다. 10% 대의 다음을 훌쩍 제친 성적이다. 혁신이 없다면 외산 서비스들로부터 제 자리를 지키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역시 네이버다. 모바일 문자 메시지 앱 '라인'은 일본을 근거지로 동남아시아, 남미 등지에서 3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선점 되지 않은 시장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면 성공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네이버는 올해 회사가 보유한 모든 역량을 라인과 결합, 또는 모바일 서비스로 전환하는데 총 역량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모바일에 초기 대응은 빨랐으나 뚜렷한 성공 모델이 없었다. 여러 시도는 많았지만 확실한 카운터 펀치를 날리지 못했다. 지금은 모바일 런처와 쏠메일·쏠캘린더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마친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를 분사하는 대신 싸이메라로 미국에 재도전한다는 전략이다. 가능하다면 실리콘밸리 현지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내 시장에 들어온 외산 서비스들도 톺아볼 필요가 있다.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페이스북이다. 매월 1천100만명 이상의 국내 이용자가 페이스북을 쓴다. 국내 지사 설립 후 처음으로 한국인 대표가 페이스북코리아를 맡게 됐다. 지난해 연말에는 페이스북 비즈니스 페이지에 한국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국내서 광고 영업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위터도 선방한다. 트위터의 영향력은 여론의 바로미터로 평가되는 데 있다. 대선, 총선 등 주요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의 선전은 트위터에 집중된다. 트위터와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졌던 미투데이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이 정치 사회 여론의 창구가 트위터 하나로 모아지는 것이 아니냐고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카카오·라인의 성공…이유를 벤치마킹 하라

국내 인터넷 기업 중 가장 선전하는 분야는 모바일 메신저 앱이다. 네이버 라인과 카카오 카카오톡이 선두주자다. 각각 3억명, 1억3천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라인은 일본, 카카오톡은 한국이 주요 무대다. 두 메신저 앱의 성공엔 외신들도 주목한다. 페이스북도 1억명 가입자를 모으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한국의 카카오톡은 그 시간을 3년으로 단축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모바일 시장에서도 카톡과 라인의 성공담은 이례적이다.

물론 카카오도 처음부터 국민 메신저는 아니었다. 그러나 무대에 올라선 카카오는 영리했다. 아이폰이 가져온 스마트폰 혁명을 바탕으로 문자를 보내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기존 패러다임을 단숨에 뒤흔들었다. 무료로 원 없이 문자를 보낼 수 있으니 음성 통화 양도 줄었다. 이동통신사들은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앱이 우리의 망을 무단으로 사용해 수익에 타격을 끼쳤다라고 주장했다.

이용자들은 카카오의 편이었다. 이통사들의 주장이 자신들의 배불리기에 불과하다고 인식했다. 이 때는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외산 SNS들이 국내에서 서서히 이름을 알리던 시기이기도 했다. 카카오톡은 이동통신사와 외산 SNS 같은 골리앗 사이에 낀 다윗으로 비쳐졌다. 카카오를 키운 것은 스마트폰이 바꿀 변화를 기민하게 읽은 판단력과 스스로를 '다윗'으로 만든 스토리텔링이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카톡의 팬으로 만든 것이다.

네이버 라인도 고유 스토리를 가졌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전화선이 끊어진 상태에서 가족들의 안부를 묻기 위한 소통 도구로 라인이 크게 부각됐다. 문자 메시지 앱이 사람과 사람, 가족과 사회를 이어주는 하나의 소통 도구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은 것이다. 여기에 네이버의 꾸준한 일본 도전기가 덧붙었다. 물론 일본인들이 라인을 자국 브랜드로 알 정도로 현지화를 잘 한 것도 성공 이유가 됐다.

카카오와 라인은 이제 제2의 도약을 준비한다. 동남아, 남미 등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사전 준비로 상장을 택했다. 카카오는 내년 5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한다. 라인은 뉴욕과 일본 증시 중 하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상장을 하는 이유는 자금 확보다. 세계 시장엔 미국 왓츠앱을 비롯해 네이버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 중국의 위챗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속출한다. 라인과 위챗 같은 경우 카카오톡과 서비스 모델이 거의 같다. 게다가 이들은 마케팅을 위한 자금도 카카오에 비해 넉넉하다. 물량 공세로 갔을 때 상장을 하지 않은 카카오가 힘에 부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김석기 로아컨설팅 이사는 업계 사람들 사이에선 네이버 라인도 텐센트 위챗과 비교해 마케팅 비용 경쟁이 힘들다고 파악한다라며 시장 장악을 위해 무한정 돈을 쓰겠다는 텐센트와 싸울 때 자금이 부족한 국내 SNS들의 상황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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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안으로는 게임하기 외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선보여 내실을 다지고, 밖으로는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을 총 동원해 동남아시아 등에서 세를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같은 돈을 쓰더라도 위챗이 꽉 잡고 있는 중국에 돈을 쓰는 것 보다는 잠재력이 있는 시장에 쓰는게 훨씬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라며 일단 집중하는 곳은 인도네시아고 필리핀이라고 말했다.

한 때 한국 시장을 호령했던 싸이월드는 분사를 준비 중이고, 네이버가 토종 트위터를 앞세워 홍보했던 미투데이는 문을 닫았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다. 제 아무리 잘 나가는 서비스라 하더라도 변화를 읽지 못하고 성장 동력이 한계에 부딪히면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지금 우리 IT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빠르게 바뀌는 글로벌 흐름을 읽고 변화를 준비하는 기민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