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휴대폰 보조금 들썩…단통법 어쩌나

보조금 100만원 육박…2월 임시국회 통과될까

일반입력 :2014/01/17 14:26    수정: 2014/01/19 11:48

정윤희 기자

새해 초부터 과열된 이동통신시장이 식을 줄 모른다.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보조금 투입이 지속된데 이어 최근에는 특정 제조사 단말기에 1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통사와 제조사가 보조금 투입의 주체로 서로를 지목하며 네탓 공방에 여념이 없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보조금 규제의 실효성을 지적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연말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보조금 투입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보조금 투입 주체가 이통사-제조사 두 곳인데 이통사만 제재하는 ‘반쪽 규제’로는 널뛰는 보조금을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휴대폰 보조금은 이통사가 지급하는 지원금과 제조사가 부담하는 장려금으로 구성된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통과에 쏠린다. 제조사 장려금까지 조사 범위에 포함하는 단통법은 지난해부터 국회에 계류 중이다. 2월 임시국회가 예정돼있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방지법)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통과는 요원하다.

■보조금 100만원 육박…이통사-제조사 “네탓이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일부 모델의 보조금이 100만원까지 육박했던 지난 15일 번호이동(MNP) 건수는 7만2천841건에 달했다. 이는 전날인 14일 2만3천9건에 비해 3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방통위의 시장 과열 기준 2만4천건을 훨씬 웃돈 것이다.

이러한 시장 과열은 새해 들어 지속됐다. 이통사들은 방통위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게 보조금을 투입하며 가입자를 유치했다. 여기에 제조사 장려금까지 대거 투입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지난 1~2일 일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4만2천298건을 기록했으며, 3일에는 7만6천641건까지 치솟았다. 이후 4~6일에는 일평균 2만3천520건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7, 8일에는 각각 3만4천559건, 3만2천148건으로 다시 뛰었다. 9~10일에는 다소 잠잠하던 시장은 주말인 11~13일 다시 2만6천407건을 기록하며 달아올랐다.

특히 15일 시장 과열의 특징은 특정 제조사의 단말기에만 고가의 보조금이 실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이통사의 갤럭시S4 LTE-A에는 99만원, 갤럭시노트2에는 95만원의 보조금이 투입됐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장려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해 판매 극대화뿐만 아니라 시장 점유율을 단기간 내 회복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삼성전자가 단통법을 반대한 것은 국내 휴대폰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반면 제조사에서는 “보조금 과열의 원인을 제조사에게 돌려 단통법 통과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2월 임시국회도 험난…‘단통법 평행이론’까지 등장

단통법은 휴대폰 보조금 공시, 보조금 혹은 요금할인 선택제, 부당한 이용자 차별 금지, 제조사 장려금도 조사대상 포함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이통사, 소비자단체와 LG전자, 팬택 등이 단통법에 찬성하는 반면,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꺾지 않았다.

결국 미래부는 지난해 제조사 장려금 자료제출, 보조금 상한제 두 조항을 3년 일몰제로 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현재 단통법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당초 지난해 12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이었으나 법안소위 파행으로 통과가 무산됐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2월 임시국회에서는 단통법 통과를 강력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여야간 정쟁이 계속될 경우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불씨는 아직 곳곳에 남은 상태다. 지난해 법안소위 파행의 이유가 됐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방지법)도 아직까지 여야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는 신년인사, 지역구 현안 챙기기 등의 일정으로 여야 간 법안과 관련해서는 논의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미방위가 저조한 법안 처리 실적을 기록한 만큼 2월 임시국회에서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단통법 평행이론’까지 제기되는 분위기다. 과거 진통과 논란 끝에 발효됐으나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전기통신사업법의 단말기 보조금 금지조항과 비슷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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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전기통신사업법상 단말기 보조금 금지조항은 2002년 국회 논의를 거쳐 3년 시한으로 2003년 4월 발효됐다. 이후 2006년 3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 보조금 금지 제도를 2년 더 유예해 2008년 3월 일몰됐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여야 정쟁으로 단통법의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최근 단통법이 과거 일몰됐던 전기통신사업법과 비슷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