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후퇴…TV 플랫폼이 격동하고 있다

파이어폭스, 웹OS, 타이젠 등 춘추전국 시대 돌입

일반입력 :2014/01/07 16:11    수정: 2014/01/08 09:12

모질라가 일본 가전 업체인 파나소닉과 손잡고 스마트TV 플랫폼 전쟁에 가세한다.

양사는 6일(현지시각) 파나소닉 스마트TV에 모질라 파이어폭스OS를 탑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모질라는 파나소닉 차세대 스마트TV가 웹기술과 HTML5 표준과 완전한 호환성을 갖추고 클라우드 서비스와 다양한 장치와 연결될 거라고 설명했다.

모질라에 따르면 파이어폭스OS는 단지 스마트TV라는 기기만을 겨냥한 게 아니다. 일반 가정의 여러 가전기기를 아우르는 '스마트홈' 플랫폼으로 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모질라가 파나소닉의 차세대 스마트TV는 하드웨어 제어와 운영을 위한 모질라 웹API를 사용해 스마트 가전(home appliances)같은 집 안팎의 기기들을 모니터링하고 다룰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한 점은 이를 방증한다.

스마트TV 시장에서의 플랫폼 주도권 싸움은 이미 벌어진 모양새지만, 모질라의 파이어폭스OS의 진입을 늑장 대응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IT미디어 리드라이트웹은 (스마트TV보다 범주가 큰) '커넥티드TV'조차 소비자 기기 시장에서 새로운 게 아니나 그중 돋보인 건 (야심이 컸던 구글TV를 포함해) 하나도 없었다며 현시점엔 대부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모질라가 파나소닉과 손잡고 파이어폭스OS를 스마트TV 시장으로 전진배치한다면 구글TV와 맞붙게 될까? 가능성은 있지만, 전면전이 벌어질 여지는 적다. 구글TV는 이미 후퇴 중이다.

이미 구글TV 제조부문 최대 파트너였던 LG전자가 구글 플랫폼 대신 HP로부터 사들인 웹OS를 차세대 스마트TV 주력 플랫폼으로 삼기로 했다.

물론 과거 LG전자뿐아니라 삼성전자, 소니, 에이수스, 하이센스, TCL 등 중견 규모 이상 제조사들이 구글TV 파트너로 이름을 올려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소니를 제외하면 자체 TV를 생산할 여력은 없는 업체들이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이미 차세대 스마트TV 플랫폼의 기수를 인텔과 손잡고 만든 오픈소스 플랫폼 '타이젠'으로 향한 상태다. 최소한 LG전자와 삼성전자에게 올해 '구글TV 파트너'라는 자격은 유명무실해 보인다. 소니가 구글TV 파트너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도 미지수다.

이쯤 되면 관심사는 스마트TV 시장에서 파나소닉의 파이어폭스OS TV, 삼성전자의 타이젠TV, LG전자의 웹OS TV가 서로 날을 세울지 여부다. 향후 시장 흐름에서 개별 제품에 대한 시장 점유율은 중요 변수지만, 각 플랫폼의 지분 다툼이 치열할 것인지는 별개다.

즉 3개 제조사가 서로 다른 스마트TV OS를 채택했다고 곧바로 생태계 3각경쟁에 돌입할 거라 단정하긴 어렵다. 이유는 성숙되지 않은 시장 상황과 여기 관계한 4개 회사의 파트너 관계, 2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사용자를 사로잡을만한 스마트TV 전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나 그 개발자 규모는 플랫폼 전쟁을 치러온 PC와 모바일 기기 생태계만큼 크지 않다. 스마트TV 자체보다는 그에 연결되는 냉장고나 청소기 등 스마트 가전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때 구체적인 전선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 파나소닉은 LG전자와 '스마트TV 얼라이언스'라는 콘텐츠 플랫폼 동맹 관계로 묶여 있다. 이들은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공통의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내놓고 서로 호환되는 앱 개발을 독려 중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파이어폭스OS가 삼성전자의 타이젠과도 앱 생태계를 공유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삼성전자 측이 모질라 커뮤니티와 타이젠과 파이어폭스OS 플랫폼의 앱 상호운용성 측면에서 협력 중이라 밝힌 바 있다.

한편 구글은 이미 안드로이드OS 기반 단말기를 각 가정 안에서 스마트TV라는 중심축을 놓고 묶겠다는 구상을 진작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자사 구글TV같은 로컬 OS에 기반한 스마트홈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허핑턴포스트의 2년전 보도에 따르면 당시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TV 플랫폼에 대한) 기존 논의들은 집안의 모든 기기에 일어나는 일들이 뭔지 지켜보게 하는 중앙 관리자 '홈서버'를 두는 것에 초점을 맞춰 왔다며 사실 이건 완전히 틀려먹은 거고, 기기들이 P2P 형식으로 서로 대화하게 하는 게 제대로 된 그림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그로부터 1년반 뒤 '크롬캐스트'를 출시했다. 구글TV의 불필요한 기능을 걷어내고 사용자의 PC나 모바일 기기에서 돌릴 수 있는 웹과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화면 통째로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초간단 HDMI 확장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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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초기 크롬캐스트는 HDMI 단자만 있으면 플랫폼과 무관하게 구글 클라우드 기반의 웹앱과 파트너들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저렴한 기기로 업계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 스트리밍 콘텐츠 등 제품의 모든 혜택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나 정식 판매 지역은 제한적이었지만, 이는 구글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스마트TV를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TV를 포함한 외부 기기에 어떻게 구글의 DNA를 심을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물로 보인다. 이같은 접근은 향후 스마트TV와 다른 스마트 가전을 연결하려는 제조사들의 생태계에 대한 공격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