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문자메시지를 붙였더니...

37코인스 공동 창업한 이송이씨 스토리

일반입력 :2014/01/06 13:52    수정: 2014/01/06 17:44

손경호 기자

비트코인과 문자메시지(SMS)를 결합한 절묘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37코인스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얼핏봐선 비트코인으로 대박을 노리는 것도, 일반 거래소처럼 수수료를 통한 수익모델도 확실치 않아 보인다.

창업 배경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만든 사람을 직접 인터뷰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3일 37코인스를 만든 이송이씨와 스카이프를 통해 얘기를 나눴다.

이송이씨는 배낭여행 중 캄보디아에서 요한 바비라는 개발자를 만난 것이 인연이 돼 휴대폰만 있으면 비트코인 송금이 가능한 37코인스를 공동창업했다. 우리나라보다는 레딧 등 해외 커뮤니티를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37코인스는 소액 수수료만 다른 사용자에게 지불하면 해외에 송금해 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물론 거래되는 화폐는 한화, 달러화가 아니라 비트코인이다.

이송이씨는 월드비전 온라인 마케터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아프리카, 남미 등을 방문하는 일이 잦았다. 개발도상국을 여행하면서 현지 사람들의 금융 서비스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됐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 현지 주민들은 웨스트유니온이나 머니그램 등 현금 송금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서비스들은 많게는 10%~30%까지 수수료 내야했다. 어떻게 해서든 외국에 있는 식구들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현지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추가부담을 울며 겨자먹기로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 수수료가 아까운 이들은 고향에 가는 동료에게 송금을 맡겼다.

37코인스는 기부서비스는 아니에요. 이를 테면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유럽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노동자들이 식구들에게 돈을 보내 줄 수 있는 그런 걸 기대하고 있어요.

37코인스는 아직 이렇다 할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우선은 해외 송금이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 등 타지에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고가 스마트폰 없이도 쉽고 빠르게 송금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에 우선 초점을 맞췄다.

이송이씨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게이트웨이'라는 거래중개시스템을 활용한다. 일반 사용자들이 잘 쓰지 않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게이트웨이로 등록해 놓으면 해외 비트코인 송금을 활용하고 싶은 다른 사용자들은 해당 게이트웨이에 SMS를 보내 거래를 성사시킨다. 게이트웨이를 제공한 사용자는 거래를 중개해 준 대신 일정한 수수료를 받게 된다.

이송이씨는 현재까지 29개 게이트웨이가 만들어졌고, 39명이 SMS를 통해 송금했다며 여기저기서 응원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37코인스는 미국, 중국, 영국, 독일, 타이완, 스페인,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총 29개 국가 개인 사용자가 게이트웨이를 만들어 놓고 거래를 기다리고 있다.

요한씨는 지난달 31일 레딧 비트코인 관련 게시판에 '37코인스-제 3세계를 위한 비트코인 월렛(37Coins - Bitcoin Wallet for 3rd World)'이라는 글을 올리며 서비스를 소개했다.

레딧 사용자들은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 봤지만 이것은 정말 훌륭한 서비스다, 2011년 이후 가장 혁신적인 비트코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게이트웨이에 대한 아이디어가 독창적이다라는 등의 댓글로 이 서비스를 응원했다.

비트코인 거래에 대한 핵심 중 하나는 보안성이 검증됐냐는 것이다. 실제로 레딧 사용자들도 37코인스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가진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감탄하면서도 거래가 안전하게 보호되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게이트웨이 제공자가 중간에서 비트코인을 가로채거나 외부 해커 등의 해킹 위협에 대해 37코인스는 두 가지 보안대책을 마련했다. 송이씨의 대답은 이렇다.

첫번째는 일회용 SMS 토큰(One time SMS token)이라는 것이죠. 게이트웨이는 비트코인을 받는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SMS를 보내요. 송금자가 이 메시지를 받아 별도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거래가 이뤄지는 방법이죠.

두번째로는 보이스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요. 거래 액수가 클 때 사용되는 방법이죠. 웹서버가 보이스콜을 보내 사용자들에게 비트코인 전용 계좌를 등록했을 때 썼던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요청합니다.

두 가지 방식은 최근 금융권에서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 등에 활용하고 있는 이중인증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해커 입장에서 거래를 중간에 가로채기 위해서는 대상의 휴대폰 번호 뿐만 아니라 초기에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입력한 비밀번호까지 모두 알아내야하는 것이다.

송이씨와 요한씨는 동업자이자 연인 사이다. 두 사람은 함께 여행했던 것이 인연이 돼 지난 1년반 동안 서울에서 생활했다. 송이씨가 월드비전에서 일하는 동안 요한씨는 트리 플래닛이라는 소셜모바일게임 개발자로 근무했다.

두 사람은 SMS 기반 비트코인 결제 아이디어를 갖고 독일 베를린행을 선택했다. 우리나라보다는 독일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요한이 독일 출신인 것도 이들이 이곳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송이씨에 따르면 요한은 2년전부터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을 갖고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 국제적인 거래가 가능한 비트코인 월렛을 만들면 개발도상국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서비스를 만들게 됐다.

투자수익을 낼 수 있는 곳으로서 비트코인에 주목하는 대신 이 가상화폐가 가진 혁신적인 요소들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기능을 결합시키다보니 37코인스와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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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박 수익을 내 비싼 집을 구매했다는 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은 대박투자처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두 사람이 고안해 낸 서비스처럼 비트코인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를 실현케 해주는 '오픈소스툴'로서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