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번호 부활…사물통신 성장 가속화

010 번호고갈-M2M 시장 팽창 대비

일반입력 :2014/01/06 11:30    수정: 2014/01/08 10:10

정윤희 기자

추억의 무선호출기(삐삐) 번호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올해 1월부터 사물통신(M2M)에 부여되면서 약 5년 만에 012 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급속히 팽창 중인 사물통신 시장이 번호자원 고갈 우려를 떨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일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자원정책과 관계자는 “1월부터 사물통신에 삐삐번호 012 부여하는 것이 시행 중”이라며 “이미 각 사업자별로 번호는 부여했으며, 지난해 연말까지 전산개발 등의 기간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래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각각 012 번호자원 100만개씩을 부여한 상태다. 사업자들은 각자가 받은 012 번호의 80%를 소진했을 때 미래부에 번호를 재신청하는 것이 가능하다.

012는 과거 전국 삐삐 서비스 번호였으나 휴대폰의 확산 등으로 지난 2009년 이후 사용되지 않았다. 이후 사업권을 가지고 있던 전국무선호출사업자 리얼텔레콤이 지난 2011년 폐업해 정부에 회수됐다.

삐삐번호의 사물통신 사용은 옛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12년 11월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을 개정한데 따른 것이다. 010 번호자원 고갈과 사물통신 시장의 급팽창 대비가 이유다. 그동안에는 사물통신에도 010 번호를 부여해왔다.

010 번호는 10자리 기준(010-XXXX-YYYY)으로 총 8천만개의 번호를 생성할 수 있다. 이미 정부가 사업자에게 부여한 번호 소진율은 지난 2012년 90%가 넘어섰다. 지금처럼 이동전화와 사물통신에 모두 010 번호를 부여할 경우 향후 번호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국내 이동통신가입자수는 5천450만명(2013.11 기준)을 넘어섰으며, 사물통신 가입자는 224만명(2013.09 기준)에 달한다.

■ 사물통신(M2M) 성장...010 번호자원 고갈 우려

사물통신의 성장세 또한 가파르다. 사물통신은 여러 가지 기기들이 무선통신망으로 연결돼 실시간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관리가 가능한 기술이다. 자동차, 물류, 유통, 헬스케어, 가전 등의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예컨대 공장이나 사업장에 보유 차량, 창고 적재물 등 자산의 위치추적, 현황파악, 원격지 운영관리에 사용하는 식이다.

전 세계 사물통신 기기는 지난 2011년 20억대에서 오는 2020년 120억대로 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GSMA). 국내의 경우 자동차(하이패스), 보안(CCTV) 등을 중심으로 2012년 기준 1천400만대의 사물통신 기기가 보급된 상태다.

국내 통신사들 역시 사물통신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적극적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단순 네트워크 제공을 넘어 솔루션 사업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스마트헬스케어, KT는 스마트그리드, LG유플러스는 차량관제사업을 중심으로 사물통신 전략을 전개 중이다.

이트레이드증권 김준섭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연말 시행된 01X 번호를 010 번호로 전환하는 이유도 사물통신 수요 때문”이라며 “현재는 사물통신이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 중이지만 타산업과 융합되면서 사물통신의 양은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의 전망기관이 2020년까지 국내 셀룰러 사물통신 회선 수를 2천만 회선에서 1억 회선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사물통신을 위한 주변 환경이 성숙되고 있으며 본격적인 서비스가 금년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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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012가 부활했다고 해도 주로 기업대상(B2B) 사물통신 시장에서 활용되면서 일반 이용자들은 별다른 체감을 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012 번호의 사물통신 부여는 010 번호자원 고갈을 대비한 것”이라며 “사물통신은 주로 B2B 시장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확산되고 있어 일반 고객들이 일상생활에서 당장 012 번호를 쓸 수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