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다음, 올해 펼친 상생 노력 결과는?

대형 포털 활발한 상생 움직임...고른 혜택은 '글쎄'

일반입력 :2013/12/12 17:15

남혜현 기자

규제 이슈가 인터넷을 점령했던 올해 주요 포털들이 어떤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했는지 둘러봤다. 주요 스타트업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졌고 문화 콘텐츠에 대한 육성 의지가 강조됐다. 누구나 기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API를 열어 생태계 활성화에 주력했다.

네이버는 정부 부처와 조율 아래 1천억원 규모 펀드 조성안을 공개했다. 주로 스타트업 투자와 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쓰인다. 이 외에 중소상공인 희망재단을 만들어 상생협력 사업을 발굴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다음은 스마트폰 런처, 모바일 적립카드 등 유망 벤처의 지분을 인수하고 오픈 API 활용 사례를 발굴했다.

다만 포털의 노력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상생안의 가장 큰 수혜는 포털이 입는다는 지적이다. 상생협력안을 체결한 스타트업들이 포털의 지원 없이도 이미 성공한 곳들이란 업계 이야기는 귀기울여 들을만 하다. 콘텐츠 제휴도 산발적이라 소규모 업체들이 포털의 정책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네이버 1천억원 펀드 조성…스타트업·콘텐츠 집중 투자

네이버의 상생안은 크게 ▲스타트업 ▲문화 콘텐츠 ▲중소상공인 지원으로 나뉜다. 강조된 부분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만든 각종 펀드다. 총 500억원을 출연했다. 이 중 올해 집행 계획을 밝힌 금액은 총 370억원이다.

우선 미래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주관한 '인터넷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얼라이언스'에 의장사 자격으로 참여, 매년 20억원 씩 5년간 총 100억원을 부담키로 했다. 벤처투자사와 만든 200억원대 '페이스메이커 펀드'에도 50억원을 출자했다.

벤처 창업 자금 상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목적으로 '미래 창조 펀드'에 200억원을 출연했다. 최근엔 알토스 펀드에 20억원을 추가 출자하며 유망 벤처를 발굴, 육성하는데 관심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도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에 뜻을 같이 하고 협력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출연을 약속한 금액은 500억원 규모다. 향후 몇년에 걸쳐 콘텐츠 산업 성장에 쓰겠단 예정이지만 아직까진 구체적 집행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소상공인과 상생은 올해 네이버의 화두였다. 검색결과 공정성 및 플랫폼 사업자로서 역할 강화는 올해 포털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과 맞물리며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을 해결하려 철수한 사업도 많다. '윙버스(여행정보)' '윙스푼(맛집정보)' '라이프 키친(레시피)' '네이버 쿠폰' '워너비(패션 SNS)' '네이버 굿모닝(알람)' 등이 그 사례다. 각 영역의 전문 기업 콘텐츠가 활성화되도록 플랫폼 사업에 충실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이 외에 CEO 직속 상생 협력업무 전담 조직 '네이버 파트너센터'를 신설했고, 중소상공인 지원 사업을 추진할 상설기구 '중소상공인 희망재단'을 연내 설립키로 했다. 온라인 마케팅 활성화와 전통산업과 인터넷 산업의 상생협력 사업 발굴, 중소 상공인 사업환경 개선을 목표로 삼았다.

■다음, 벤처 인수 집중…오픈 API 확산

다음의 상생활동은 유망 벤처를 인수하거나 투자하고 개발자에 API를 개방하는데 집중했다. 다음 측에 따르면올해 이 회사가 지분 전체 또는 일부를 인수한 회사는 총 다섯곳이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다음은 스마트폰 첫 화면과 모바일에 투자를 집중했다. 지난 1월 모바일 적립카드 '위패스'를 개발한 나인플라바에 투자했다. 3월엔 스마트폰 런처 개발사인 버즈피아의 지분을 사들인 이후 9월에 이 회사를 인수했다.

7월엔 모바일 첫 화면 광고 플랫폼 앱을 만든 엔비티파트너스에 투자했고, 같은 달 크로스 프로모션 플랫폼인 TNK팩토리를 사들였다.

인터넷 벤처 생태계 성장을 위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을 인수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완성도 높은 모바일 서비스를 실시하겠단 목적이다.

개발자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도 API 확산도 다음이 올해 주력한 상생안이다. 알바천국, 부동산써브, 레포트월드, 캠핑지도 같은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에 다음 지도 API를 사용했다. 다음은 지난 2006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외부 기업이나 개발자들의 자사 API 활용 사례가 3억건을 넘어섰다고 최근 밝혔다.

■네이버·다음 상생안, 가장 큰 수혜자는 포털

상생안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포털의 적극적 움직임에 수혜를 보는 곳도 있지만 상대적인 박탈감을 더 크게 느낀다는 곳도 있다. 상생이 '모든 인터넷 생태계 구성원에 문을 여는 것'이라는 입장에선 협력안의 단물이 일부 벤처나 콘텐츠 업체에만 집중된다는 비판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털이 인터넷 생태계 구성원들에 똑같은 환경을 주어야 하는데 유망 벤처나 콘텐츠 업체에만 투자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며 투자 방침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제휴는 소통보다는 기회박탈이란 느낌을 생태계에 먼저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특정 벤처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것은 상생이라기 보다 그간 인터넷 업계에서 종종 사용해오던 투자 모델이라는 지적도 귀기울일만 하다. 포털은 상생협력안 발표 이전에도 유력 벤처를 인수해 주력 사업에 편입시켜 왔다. 포털이 사업적 판단 아래 투자 인수하는 것을 상생안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산발적 투자 대신 제휴의 기준을 명확히 세워 공개하는 것이 인터넷 생태계의 발전엔 더 효율적이란 주장이 나온다. 이영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 사무국장은 포털이 어떤 품질의 콘텐츠와 제휴하겠다는 특정 기준을 만들어 기회의 문을 여는 것이 상생 취지에 더 부합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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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상생 모델로는 오픈 API 정책이 꼽힌다. 예컨대 지도 서비스의 경우 다방면 업체들이 활용하지만 중소 업체들이 일일히 개발하긴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영 사무국장은 중소업체는 주요 기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포털은 이를 통해 쌓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윈윈 정책이라며 오픈 API는 인터넷의 정신인 '공유'에도 부합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