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정태춘의 ‘북한강에서’ 삭제?

일부 노래방서 안 나와…국방부

일반입력 :2013/12/11 08:55    수정: 2013/12/12 09:54

손경호 기자 정현정 기자 이재운 기자 기자

국방부가 가수 정태춘이 부른 '북한강에서'란 노래를 일부 노래방 반주기에서 삭제 요청한 것으로 나타나 그 진실과 배경이 무엇인지 주목을 끌고 있다.

'북한강에서'란 제목에서 '북한'이란 단어를 문제삼은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10일 본지 취재진이 일부 노래방에서 확인한 결과 반주기에 ‘북한강에서’를 입력하면 ‘국방부 요청으로 삭제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뜨며 반주가 되지 않았다.

국방부 측은 이와 관련 “현재 민간용이건 군 내부용이건 (노래방 반주기에 대해) 어떤 곡은 틀고 어떤 곡은 틀지 말라는 지침을 국방부 차원에서 내린 바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예하 부대 지휘관도 그럴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공보정책 담당 김태호 중령은 “요즘 상식에 그게 말이 되느냐”며 “(국가보안법 등의) 문제가 있는 곡이라면 처음부터 (반주기에) 등재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주기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이런 일이 방생한 것에 대해 “군부대에 납품된 기기가 비공식적인 경로로 민간에 흘러 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방부와 제조사 측은 또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일부 곡에 대해 군 정신 전력을 해칠 수 있는 경우 제한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경우가 없다”며 “1970년대에 납품된 반주기에 과거 기준이 적용된 곡 입력 흔적이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과거 군 내부에 있는 반주기에서는 ‘휘파람’ 등 북한 가요가 국방부의 요청으로 제한된 적이 있지만, 현재는 이마저도 따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다.

결국 일부 노래방에 들어간 기기의 설치 시점이 문제가 되는 셈이다. 국방부와 업체들의 말을 믿는다면 적어도 30여년 된 기기에 한해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그게 진실이라면 이 사건은 해프닝에 가까운 것이다.

문제가 된 서울 을지로3가역 근처 노래방 기기의 경우 주인이 바뀌는 바람에 이런 일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며 기기 설치 시점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기기의 상태로 보아 70년대 제품은 아니고 2000년 이후 제품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진실을 알기 위해 을지로3가 소재 노래방과 비슷한 사례를 더 찾으려고 마포구, 강남구 등 20여 곳의 노래방을 뒤졌지만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는 없었다.

가수 정태춘씨 측도 아직까지 문제가 될 만한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는 노래방 반주기를 아주 오래 쓰는 한 사업자의 절약 정신 때문에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어두운 유물을 흔적이 아닌 현실로 증거하는 셈이다.

한편 북한강(北漢江)은 북한의 금강산(金剛山) 부근에서 발원한 금강천이 남쪽으로 흘러내려와 강원도와 경기도 지역을 흐르면서, 남한강(南漢江)과 함께 한강(漢江)의 상류를 이루는 우리 국가하천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합쳐져 한강이 된다.

북한강이라는 이름에 '북한(北漢)'이라는 낱말이 들어가지만, 이는 한강의 북쪽 지류라는 뜻이지, 이북을 의미하는 북한(北韓)이란 단어와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노래 가사 또한 북한(北韓)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다음은 정태춘의 '북한강에서'의 가사

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힌 먹구름이

밤새 당신머리를 짙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나와 그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이름과

또 당신이름과 그 텅빈거리를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속으로 새벽강은 흐르고

나는 그강물에 여윈 내손을 담그고

산과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리를 들으려 했소

강물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딫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곁에 오래 머물때

우리 이젠 새벽강을 보러 떠나요

강으로 되돌아 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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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손경호 기자 정현정 기자 이재운 기자 기자jw.lee@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