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다단계 하도급 규제 범위 놓고 의견 엇갈려

일반입력 :2013/12/04 18:56

IT서비스 업계에 종사하는 개발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해 하도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대해 개발자 대표, 정부, 업계가 한목소리를 보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놓고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4일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선 장하나 의원(민주당)이 IT 하도급 계약 제한을 골자로 해 발의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IT산업담당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발의한 강도높은 규제법을 둘러싸고 IT업계 각층의 인사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핵심은 하도급을 어느정도까지 제한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장하나 의원이 발의한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사업금액의 50%를 초과하는 하도급 금지 ▲하도급계획서 사전제출 및 발주자의 승인 의무화 ▲할인율(수수료) 5% 초과 금지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의무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엔 IT서비스산업협회 이지운 부회장, SW전문기업협회 이영상 명예회장,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노상범 OKJSP 대표, 이은영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산업과장 등이 참석했다. 토론 사회는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이 맡았다. 장하나 의원은 개정안 입법취지를 설명하며 “IT노동자의 삶이 사회적으로 재조명되는 것이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IT노동자들의 고통이 국가 정책의 실패로 극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가 책임있게 다가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개발자 커뮤니티 OKJSP의 노상범 대표는 “IT업계에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하도급으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가 심각하다”라며 “그로 인해 좋은 개발자는 업계를 떠나고 그 빈자리를 점점 더 실력없는, 개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메우는 악순환구조가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절대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라며 “문제는 준법에 대한 의지 문제로, 생태계를 조금이라도 바꿔야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참석자들도 문제가 있다는 점은 공감했다.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SW산업이 기회주의적인 행동의 난무로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있다”라며 “한쪽에선 강력한 규제가, 다른 하나에서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혜택을 병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법안에 간접고용과 프리랜서의 부분을 정확히 규정해야 하고, 대금 지급수준 말고 지급 방식, 선급금문제, 부당감액 금지, 설계변경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 등의 문제를 반영한 세부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개정안은 심각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법안이고, 지식산업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하도급법의 한계를 보면, 별도의 특성화된 규정을 두는 것은 타당해보인다”라며 “단, 하도급법과 일원화된 원칙공유가 필요하며, 민간시장에 대한 정부의 깊은 규제와 개입으로 시장 왜곡 될 여지 있으므로 타당성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실행 파일을 놓고서는 IT서비스 업계와 미래부는 과잉 규제를 경계했다.

IT서비스업계를 대표해 나온 이지운 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하도급을 줄이자는 진흥법 개정의 취지에 IT서비스업계도 충분히 공감한다”라며 “그러나 하도급 허용범위를 50%로 정하고, 하도급액 95% 미만의 재하도급을 금지하는 등 일률적인 규제비율을 정하는 건 복잡한 IT서비스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IT서비스와 SW부분은 핵심업무 비중을 산출하기 곤란하기 떄문에 50%, 40%로 선을 긋는 게 어렵다”라며 “재하도급 수수료를 5%로 제한한 것도, 수주 사업자가 하도급 이전에 사업관리, 품지롼리, 보안, 리스크관리 등 주사업자의 비용부담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런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부분을 수수료로 간주하는 건 문제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진흥법 적용범위를 공공사업에서 민간사업까지 확대하는 것을 놓고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지운 부회장은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국가기관 발주로 한정하는 지금의 진흥법 조항을 삭제하고, 민간적용 집어넣는 건 논란의 대상이다”라며 “이는 근대민법의 3대원칙 중 하나인 사적 자치 원칙에 위배되며 건설이나 정보통신공사업에도 민간규제까지는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하도급 제한이 본래 취지에 맞는 노동자 처우 개선에 직접적 동인이 될 것인가에 대해 약간의 회의감을 갖는다”라며 “수십년간 내려온 악순환의 고리인 저가 발주, 사업내용 과업변경에 따른 대가 미적용 등의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영상 한국SW전문기업협회 명예회장은 법안 자체보다 현행법의 실행에 초점을 맞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산업을 일으킬 때 몸으로 때우던, 그 방식이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라며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표준계약서를 통해 개인사업자가 공정거래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근로감독과 법집행의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안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하도급 자체가 역할분담 측면에서 나쁜 건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비율을 정하는 건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은영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산업과장은 “정부에서 관심 갖는 방향은 구체적 규제나, 처방보다 자체적으로 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라며 “미래부 내부에서 하도급개선에 대해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은수미 의원(민주당)은 자유토론에서 “IT산업은 다단계 하도급이 건설업과 제조업 이상으로 심각한데도 아무런 규제가 없다”라며 “사적자치원칙에 대해선 상호 동등하다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며, 지금은 다윗과 골리앗의 관계로 된 상황을 다윗과 다윗 혹은 골리앗과 골리앗의 관계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적자치 원칙이 반영된 이후 사회적 정의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논쟁이라 본다”라며 “해외는 사회적 정의의 원칙이 입법으로 갔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가의 의무란 가치관과 철학에 지배적인 사회적 견해가 있다”라고 말했다.

참관자들은 “한가지 측면만 보고 규제하게 되면, 예상치 못하게 다른 부분을 건드려 더 큰 왜곡을 주므로 규제의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하도급 문제보다 더 큰 문제인 저가경쟁을 해결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장하나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소프트웨어 업체의 실적 증가가 산업 전반의 진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그 산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게 산업의 진흥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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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은 “50%냐 5%냐의 부분은 업계종사자들과 만나 판단한 것이지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를 통해 정부와 여당이 심각성과 책임을 느끼고 또 다른 법안으로 화답해주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에는 법안을 발의한 장하나 의원외에 민주당에서 은수미, 노웅래, 우원식 의원도 참석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