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의 귀환 : 네이버 녹색피 다시 돈다

라인 3억 돌파 계기로 대외 활동 본격 개시

일반입력 :2013/11/25 17:33    수정: 2013/11/25 17:46

김효정 기자

<도쿄(일본)=김효정 기자>네이버 설립자 이사회 수장인 이해진 의장이 힘차게 돌아왔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대외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우리나라 인터넷 서비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업모델이라 할 수 있는 '검색포털 네이버'에 이어, '모바일메신저 라인'으로 전세계 3억명 가입자를 돌파하며 화려하게 귀환했다. 그로 인해 네이버의 녹색피가 다시 힘차게 돌 것으로 기대된다.

이해진 의장은 25일 일본 도쿄 라인주식회사에서 비공식 기자간담회를 갖고 '라인 가입자 3억명 돌파'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국내 시장에서 검색포털의 성공 이후 해외로 눈을 돌린 후 맞보는 짜릿한 성공에 가슴이 벅차다는 말로 운을 떼었다.

한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꿈을 갖고 5년 전 일본으로 건너왔지만 쓰디쓴 실패가 반복됐다. 일본에서의 사업 전개가 너무 힘들어 직원들과 술을 마시고 괴로워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의 성공이 꿈만 같다고 한다. 깨어날까 걱정이 될 정도라고 한다.

이 의장은 인터넷 서비스로 해외에서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달았다며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 단기간에 성공은 생각도 못했다. 요즘도 꿈인 것 같아서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시 힘들다고 하소연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대략 12년 만이다. 이 의장은 언제 대외활동에 나섰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일 때문에 바빠서라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은둔형 경영자 이미지가 있지만 결코 은둔한 적이 없다. 일본에서 열심히 일을 해왔다며 사업이 안되서 인터뷰를 하지 못한 것으로 힘든 시간이었다라고 밝혔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 이른 감도 없지 않지만 3억명 돌파라는 성과를 보고 직접 나서서 말할 단계라고 자평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3억 가입자 돌파는 국내 인터넷 기업으로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비록 일본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이해진 의장과 네이버 출신 인력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는 성과다. 라인은 이제 위챗, 왓츠앱에 이어 세계 3위의 모바일 메신저다. 좀더 넓은 의미로 보자면 전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 톱레벨의 서비스로 도약한 것이다.

■ 글로벌 성공사례 들고 와...정부 규제엔 공정한 사업기회 달라

우리나라 IT산업에서 이해진 의장은 1조원대 갑부로 성공한 벤처기업가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 적어도 검색부분에 있어서는 세계최강 구글도 벽을 넘지 못할 경쟁력을 키웠다. 그리고 이제는 만만치 않은 모바일 플랫폼을 들고 세계 시장에 명함을 내세웠다.

최근 위기 상황에 처한 네이버에게 이해진이라는 걸출한 마케팅 수단이 하나 생긴 것이다. 검색 독과점 기업으로 정부의 규제에 직면해 난감한 상황이다.

이날 이해진 의장은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기업가의 가장 큰 사명은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고,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해외 사업에 더욱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여력이 있다면 앞으로 대외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그의 메시지가 국내 시장에 주는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해외진출을 독려하는 상황에 부합된다. 향후 네이버의 방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보여준 셈이다.

최근의 네이버에 대한 비판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네이버가 처음부터 1위 사업자가 아니었고 경쟁을 통해 올라왔고, 정부는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1999년 네이버를 시작했을 때 야후코리아와 라이코스 등 강자가 많았고 경쟁을 통해 성장했다. 국내 기업이라고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기업 대 기업으로 경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차별이 있다면 이를 없애야 한다. 지금 페이스북, 구글 등이 얼마나 강한가. (정부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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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장은 네이버가 꼴찌의 입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C에서의 1등에 안주하지 말고 모바일에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다시 태어나고, 매년 위기를 넘는 심정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그는 라인 사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밤을 새가며 '혼을 담고 절박함이 담길 때 사업이 성공한다'라는 것이라면서, 네이버는 급변하는 IT 환경에서 안주하지 말고 꼴찌의 심정으로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