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EO 인터뷰] ‘라우드소싱’ 김승환 대표

나만을 위한 디자인 콘테스트, 기업과 디자이너의 소통 공간 될 것

일반입력 :2013/11/18 10:41

김효정 기자

좋은 디자인으로 자기 회사의 로고, 제품 패키지, 간판 등을 꾸미고 싶은 것은 모든 사업자들의 바람이겠지만,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대표자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디자이너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정한 예산으로 나만을 위한 디자인 콘테스트를 열어 수 십 개의 시안을 받아 보고 1등 디자인을 뽑아 함께 작업할 수 있으려면 ‘라우드소싱’이 답이 될 수 있다.

지난 2011년 카페24 호스팅센터를 통해 문을 연 라우드소싱은 영세 사업자들의 디자인에 대한 니즈를 해소하고 디자이너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만들어진 ‘디자인 콘테스트’ 사이트다.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승환㉘ 대표가 한국 디자인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비전으로 창업한 곳이다.

“한국 디자이너들이 세계 굴지의 디자인 대회에서 수상을 휩쓰는 등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소위 ‘3D 업종’으로 불릴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어요. 디자이너와 인터넷을 이어준다면 사업자와 디자이너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라우드소싱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김대표는 유명 글로벌 주류 업체를 찾아갔다. 대형 공모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반신반의하던 주류 업체는 800만원의 상금을 걸고 콘테스트를 진행했다. 출품된 시안들의 우수성은 기대 이상이었고, 이 일은 해당 업체의 미국 본사에까지 보고될 정도로 화제를 일으켰다.

불과 2년 남짓한 운영 기간 동안 라우드소싱에는 1만 8천명의 디자이너, 5만 개의 디자인 시안이 모였다. 상금은 5억 원이 넘게 지급됐고, 현재까지 개최된 콘테스트는 약 1천개에 달한다. 3천만 원의 상금이 걸렸던 물병 패키지 디자인 콘테스트에는 무려 1천200명의 디자이너가 몰리기도 했다. 김대표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역량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빠른 성공은 불가능했다”고 단언하며 “기업 입장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수십 개의 디자인 시안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혁신”이라고 말했다.

김대표는 ‘디자이너 랭킹’을 통해 상금 획득 순, 작품 참여 순으로 디자이너들의 순위를 외부에 공개한다. 디자이너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뿐만 아니라 기업이 우수한 디자이너들에게 직접적으로 작품 의뢰를 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준 것이다. 실제로 김대표는 한 디자이너가 라우드소싱을 통해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며 감사의 전화를 한 것이 운영하는 동안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고 말한다.

김대표는 라우드소싱이 모든 디자이너들의 구인, 구직 공간으로 발전하고 디자인의 제시를 넘어 완제품 제작까지 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라우드소싱을 통해 한국의 구석구석이 예뻐지고 작은 기업과 신선한 디자이너가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소통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대표와의 1문1답>

▲ 라우드소싱의 의미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에서 따온 이름이다. 대중이 참여하는 모델이라는 의미와 왁자지껄한 느낌을 말해주는 ‘라우드’의 어감을 살렸다. 알려지지 않은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우리 나라에 무척 많다. 그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 공모전을 여는 고객들의 특성은?

90% 이상이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기존에 디자인 콘테스트 개최 경험이 전무한 고객들이다. 에이전시에 의지해 불과 2~3개의 시안만 받아보고 수 백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기존의 시스템을 바꿔보고 싶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대기업들도 출품작들의 우수성을 실감하고 최근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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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 보상제는 무엇인가?

디자이너들이 경쟁 사회에서 스트레스가 심하다. 애써 만든 작품이 채택되지 않으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우려가 크고, 창작 의욕도 꺾이기 마련이다. 이런 부분을 상쇄하기 위해 만든 정책인데, 콘테스트에 참여한 디자이너들 중에서 선발된 1차 통과자들을 대상으로 수상금의 10%를 1/n로 나눠준다.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공모전에 꾸준히 도전할 수 있게 만드는 작은 동기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