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스라엘 보안 업체, 상호 협력 가능한가

일반입력 :2013/11/12 15:26

손경호 기자

12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경제과 및 이스라엘 수출공사 주최로 서울 마포 가든 호텔에서 '2013 한국-이스라엘 사이버보안 컨퍼런스'가 개막됐다.

이번 행사는 한국과 이스라엘 보안 업체들간 협력을 논의하는 취지로 열렸는데, 일단은 서로의 기술을 소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라미 에프라티 이스라엘 총리실 국가사이버민간보안 책임자는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기술강국으로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더 나은 솔루션으로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력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지만,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이날 소개된 이스라엘 보안 솔루션을 보면 정적 코드분석, 계정권한관리,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등 국내 업체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과 이스라엘 보안 업계는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사이로 보기 힘든 면도 있다.

그럼에도 두 나라 업계는 상호 협력을 희망하는 모습이다. 물론 협력 방법을 놓고서는 미묘한 시각차가 엿보인다.

조규곤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KISIA) 회장은 이스라엘은 기술이 있지만 사업적으로 제품화한다기 보다는 기술특허 형태로 파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서 국내 기업들과 이스라엘 기업들이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유럽 등 그동안 개척하지 못했던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입장은 한국과는 좀 달랐다. 라미 에프라티 책임자는 보안 분야에서 체크포인트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을 두 개 이상 만들었으면 한다며 내년께 발족할 사이버 분야 연구기관인 사이버혁신센터에 한국 내 보안 회사들을 포함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KT, SK텔레콤 등 주요 사업자들이 인재를 파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사이버 분야에서 R&D 허브를 꿈꾸고 있다. 자국 기업들은 물론 전 세계 주요 기업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여 공동연구개발을 진행하는 전진기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OLED TV, 자동차와 같은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한국은 이스라엘에게도 전략적 가치가 높다.

그러나 보안 분야에선 협력의 디테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스라엘은 한국으로부터 인재를 끌어들이는데 관심이 많은 모양새다.

이를 보여주듯 라미 에프라티는 이스라엘이 제품이나 솔루션보다는 기술이나 특허를 위주로 판매한다는 의견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모든 나라에 솔루션 형태로 공급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이스라엘이 보안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에프라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가 차원에서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국내에서 3.20, 6.25 사이버 테러가 벌어진 것처럼 이스라엘은 해커그룹 어나니머스 등으로부터 대대적인 분산서비스거부(DDoS) 등의 공격을 받아왔다.

관련기사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두 나라 보안 기업 간 협력은 앞으로 보다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번 컨퍼런스 둘째날에는 한국-이스라엘 국제 공동연구 개발사업(KORIL-RDF) 프로그램이 소개된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 기업과 이스라엘 기업 간에 1:1로 매칭시켜 새로운 기술 공동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관련 국내 보안 업체 관계자는 예를 들어 클라우드 데이터 보안 솔루션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 분야에서 R&D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