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 IBM, 아마존 클라우드에 도전장

IBM, 소프트레이어 인수로 국내클라우드 사업 공격 행보

일반입력 :2013/11/11 08:02    수정: 2013/11/11 09:46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그리고 KT 등이 군불을 지펴놓은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느닷없이(?) 한국IBM이 뛰어들었다.

다리만 슬쩍 걸치려는 수준은 넘어섰다. 본사에서 나온 메시지를 한국에 그대로 전달하고 넘어가려는 것도 아니다. 한국IBM은 이미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위해 20명이 넘는 전담 조직까지 꾸렸다. 외부에 던지는 메시지도 보수적인 IBM 답지 않게 적극적이고 또 공격적이다. 생각보다 베팅 규모가 크다는 얘기다.

한국IBM이 본사 차원에서 20억달러를 투입해 인수한 소프트레이어를 앞세워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공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한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을 놓고 아마존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기자는 최근 한국IBM에서 소프트레이어사업 전담조직 총괄로 막 임명된 이한성 글로벌테크놀로지그룹(GTS) 클라우드&매니지드서비스사업본부장을 만나 국내 사업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이한성 본부장은 “특정 산업이나 회사규모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어떤 업무 워크로드에 소프트레이어를 적용 가능한가에 초점을 맞춰 시장에 접근할 것”이라며 “ 글로벌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에게 소프트레이어가 갖고 있는 강점을 잘 인지시키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레이어 담당 인력은 이한성 본부장이 총괄하는 영업인력과, 그에게 보고하지 않는 다른 조직 내 엔지니어, 마케터들을 합치면 25명이다. 한국지사를 운영하는 외국계 기업 중 꽤 큰 규모의 클라우드 전담조직이다.

IBM과 한국IBM 모두 지금까지 클라우드 사업을 나름 열심히 해왔다. 스마트클라우드엔터프라이즈(SCE), 스마트클라우드엔터프라이즈플러스(SCE+) 등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운영해왔고, GTS 중심으로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매니지드 서비스도 제공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IBM 본사는 SCE와 사업 내용이 대부분 겹치는 소프트레이어를 집어삼켰다. 소프트레이어는 GTS 사업 포트폴리오와도 일부 충돌했다.

소프트레이어는 아마존웹서비스(AWS)처럼 가상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보안 등 기본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외에, 베어메탈서버(데디케이티드 서버), 매니지드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가상 프라이빗 클라우드서비스도 갖췄다.

그런만큼 IBM이 소프트레이어를 인수하면서 내부에서 자기 잠식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선 소프트레이어가 IBM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사업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IBM은 소프트레이어를 활용한 클라우드 비즈니스에 공격적이다. 최근에는 소프트레이어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웹사이트를 호스팅한다며, AWS보다 훨씬 더 많은 수라는 내용의 문구로 자극적인 광고도 내보냈다.

이한성 본부장은 왜 IBM이 소프트레이어를 샀을까에 대해 시장 필요와 변화에 따라 전략의 무게중심도 변화한다고 본다”며 “소프트레이어의 경우 성능이 좋고 사용자 충성도가 높다는 점과, IBM 기존 고객이 요구했던 것과 소프트레이어가 가진 장점이 일치했기 떄문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또 “SCE와 소프트레이어는 겹치는 부분이 분명 있고, 향후 필요에 따라 통합해 갈 것이다”라며 “목표 고객층과 고객 요구조건 자체가 다른 SCE+는 향후에도 그 나름대로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IBM이 소프트레이어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상품은 베어메탈서버다. 기술적으로 보면 가상화 하이퍼바이저를 사용하지 않고 물리적 하드웨어에 OS를 포함한 클라우드 프로비저닝을 수행하는 것이다. 가상화를 거치지 않는 만큼 애플리케이션과 하드웨어가 직접 통신함으로써 입출력(I/O)이 많거나 고성능을 요하는 워크로드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가상화되지 않은 머신을 클라우드로 제공한다는 개념인데, 성능 측면에서 어느 경쟁사보다 자신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레이어의 또 다른 강점으로 백업과 모니터링에 대한 부분을 꼽았다. 그는 “경쟁사와 상품 각각을 1대1 비교하면 상황에 따라 우위가 달라지겠지만, 장애 발생 시 운영비용을 포함하면 확실히 경쟁력있다”라며 “소프트레이어는 백업과 모니터링이 별도 옵션상품이 아니라 무료로 제공되는 번들 서비스라 TCO 관점에서 유리하다”고 치켜세웠다.

소프트레이어의 강점은 AWS 같은 경쟁사가 유료로 제공하는 옵션 상당수를 무료로 번들제공한다는 것이다. 백업 및 재해복구 자체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에 더해 백업 시 발생하는 전세계 소프트레이어 데이터센터와 POD 간의 네트워크 회선비용도 무료다.

그는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얼마나 빨리 서버가 생긴다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완전무결하고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는 관점으로 보면 추가로 고려해야 할 게 많다”라며 “언제, 어디서 쓰든 성능저하문제나 비용초과 문제를 봤을 때 경쟁사 대비 떨어지지 않는 선택이라 말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소프트레이어는 2천여개의 API를 제공한다.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API로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IBM은 소프트레이어 웹사이트 전면에 24시간 365일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실시간채팅을 내걸었다. 그는 “어떤 문의사항이든 채팅창을 열어 10초안에 답변을 받을 수 있다”라며 “영어 대신 한국어 상담을 원하는 고객에겐 한국IBM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실시간문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IBM은 올해초 미국에서 상징적인 패배를 당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6억달러 규모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진 것이다. 이 당시 IBM과 AWS은 ‘혁신’이란 키워드를 놓고 대결을 펼쳤는데, CIA는 AWS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IBM이 전통있는 파트너란 이미지 이면에 존재하는 ‘구식’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다.

소프트레이어 인수는 IBM에겐 분위기 반전을 위한 전략적인 승부수다. 트렌드에서 뒤져 있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빠르고 유행에 민감하며 혁신의 한가운데 있는 회사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려는 것이다. 점잖은 IBM 이미지답지 않은 공격적 마케팅은 변신을 향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 본부장도 “IBM이 40년 넘게 한국에서 비즈니스하면서 강했던 건, 곤색 정장에 검은 서류 가방을 든 영업맨이 고객을 직접 만나며 사업을 제안하고 사업을 따냈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세상이 많이 바뀌어 IBM이 독점우위를 점하는 사업이 없어졌고, 대면 영업이 클라우드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 “클라우드 사업에 있어 한국IBM도 영업채널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우선 디지털 마케팅에 많은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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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은 우선 소프트레이어 인지도 쌓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무료체험 기회 제공은 기본이다.

이 본부장은 “슬라이드셰어, 범프, 옐프 같은 유명 서비스가 소프트레이어 고객”이라며 “브랜드 인지도를 위해 성능, TCO, API 등에 초점을 맞춰 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