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이제 생태계로 진화"

김진화 코빗 이사 인터뷰

일반입력 :2013/11/08 09:56    수정: 2013/11/08 10:34

손경호 기자

1비트코인(BTC) 가격이 266달러(약28만2천원)를 넘어섰습니다. 최고치를 경신했네요.

6일 서울 역삼동에서 만난 국내 비트코인 전도사 김진화 코빗 이사는 인터뷰 도중 지난 4월 이후 비트코인을 달러화로 환산한 가치가 최고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초반에 전체 비트코인 발행 가치는 25억달러(약2조6천51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으나 불과 30여분만에 발행 가치는 30억달러(약3조1천812억원)로 올라갔다.

김 이사는 비트코인이 현재 인터넷 초창기와 같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나오고 기술혁신이 반복돼 전 세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던 것처럼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개발자, 투자자, 스타트업 등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그가 유영석 대표와 함께 공동창업한 코빗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등장한 비트코인 거래중개사이트다. 일정 수수료를 받는 대신 현금과 비트코인 간에 거래 신뢰성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코빗은 지난 7월 법인설립을 완료했음에도 전월 대비 매월 200%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투자자 프레드 윌슨 유니온스퀘어벤처스(USV) 대표는 회사 블로그에 비트코인은 근본적이고 강력한 무언가를 상징한다. 구매력을 전이시키는 개방적이고 분산적인 인터넷 P2P 프로토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윌슨 대표는 트위터, 징가, 텀블러 등에 초기투자하면서 소셜네트워크 시대를 예측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투자처로서 비트코인이 갖는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실제로도 비트코인은 최근들어 디지털 화폐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는 분위기다.

전 세계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교한 알고리즘에 있다. 김 이사는 비트코인 초기 개발자들은 금을 벤치마킹해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금처럼 비트코인도 자원이 한정돼 있고, 여러 사람들이 캐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2145년을 목표로 2천100만개까지만 발행하도록 제한된다. 이를 위해 활용되는 핵심 프로토콜이 '블럭', '블럭체인'이라는 암호학 알고리즘이다.

블럭은 지난 10분간 비트코인 거래기록을 암호화해서 저장해 놓은 해시값을 가진 파일이다. 이 해시값과 함께 앞에 '0'이 몇 개나 붙는지는 개인이 혼자서 알아내기는 어렵다. 이 과정에서 여러 사용자가 분산컴퓨팅을 통해 숫자를 맞춘다.

일반적인 프로그램을 0이 몇 개가 들어갔는지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무차별 대입 방법을 통해 암호를 알아내야 한다. 상당한 컴퓨팅 자원이 소모되기 때문에 분산컴퓨팅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각 블럭에 대한 해시값을 맞춘 사용자에게는 현재 50비트코인이 주어진다. 이것이 금처럼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과정이다.

0이 많이 붙을수록 정확한 해시값을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문제를 맞췄을 때 보상으로 주는 비트코인 수는 알고리즘으로 조절된다. 발행 가능한 비트코인수는 2천100만개만까지다.

김 이사는 최근 분위기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에는 이와 관련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개발회사들도 등장했다. 비트코인은 사용자들이 금처럼 보관할 수 있는 일명 '프로토콜 화폐'로서 기능을 갖췄다. 금을 기준으로 화폐를 발행하는 것처럼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제로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도 나왔다.

다른 나라들도 비트코인에 대해 우호적이다. 김진화 이사는 이미 독일, 캐나다 등은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화폐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봐도 비트코인에 대해 우호적인 법률 관련 내용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에서도 페이스북, 구글 등과 달리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인 만큼 해킹이나 돈세탁 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초기에 일부 비트코인 거래중개사이트가 1인 기업 정도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해킹 위험이 높았지만 올초부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시스템 보안성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등에도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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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이나 마약거래 등 불법자금유통경로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블럭 시스템에 온라인 거래내역이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비밀리에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비트코인 사용자 중 상당수는 해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 대신 비트코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카드 수수료가 많게는 10%까지 올라가다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김 이사는 비트코인은 세상을 근사하게 바꿀 수 있는 가장 새로운 실험인 것 같다며 일반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혁신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