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조금, 왜 항상 17만원일까

공짜도 아니고 20만원도 아니고…

일반입력 :2013/10/31 14:37    수정: 2013/11/01 08:33

“갤S3 17만원 버스폰”, “하이마트 갤S4 17만원 대란”, “LTE-A 신형 스마트폰 할원 17만원”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지는 보조금 사태에 항상 등장하는 ‘할부원금 17만원’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 과열과 소비자 차별을 막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이동통신사는 영업정지와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이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17만원폰이다.

일부 소비자는 싼 값에 최신 스마트폰을 샀다고 좋아한다. 새 휴대폰으로 갈아탄다고 버스폰이란 말이 나왔다. 나아가 싸게 산 뒤 다시 중고로 내파는 ‘폰테크’가 성행하기도 했다.

반대로 출시 직후 100만원 안팎의 출고가격 그대로 구입한 소비자들은 고가의 요금제를 택해 약정 할부 할인을 받는다. 가계통신비 상승의 주범이다. 길게는 3년까지 한 통신사와 단말기에 발목이 묶인다. ‘호갱님(호구+고객님)’이 탄생하는 과정이다.

의문이 생긴다. 공짜도 아니고 20만원도 아니고 항상 17만원이다. 결코 싼 값이 아니지만 17만원에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승리자가 되는 분위기다. 동시에 수많은 패배자가 생기지만 17만원을 기다리는 소비자는 일종의 새로운 IT 소비 풍토가 됐다.

■혼수가전 값 100만원이 17만원으로 둔갑하기까지

대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싸게 구입할 때 번호이동 가입(MNP)을 택하게 된다. 통신사들은 서비스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기기변경’을 외치지만 실제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는 번호이동 가격을 읊어준다. 예컨대 “A 통신사로 바꾸시면 B 스마트폰 얼마까지 해드립니다”와 같은 흥정이 오간다.

사용하던 번호는 그대로 쓰면서 경쟁사 사이를 움직이는 번호이동이 기기 할인을 가져온다. 약정기간 가입을 통해 통신사는 최소한 매달 기본료의 총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규 매출인 경쟁사 가입자를 모시기 위해 주판알을 튕긴다. 기기값에 어느 정도까지 빼주더라도 이익이 선다는 계산이다.

이 때 할인받는 만큼이 이동통신사가 제시하는 보조금이다. 현재 시행중인 전기통신사업법 상 통신사가 가입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보조금은 27만원까지다. 늘 전액이 집행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이 선을 항상 지키는 것도 아니다. 가입자 쟁탈 전쟁에 치열한 통신사들은 대개 17만원 스마트폰이 등장할 때 30만원~35만원을 집행한다. 법적 상한선보다 10만원 가량을 더 얹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제조사 판매 장려금이 붙는다. 제조사 입장에서 다른 회사 기계 말고 우리가 만든 스마트폰 열심히 팔아달라는 식으로 맡기는 돈으로 생각하면 된다. 통신사 보조금과 같이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움직인다. 싸게 풀리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하면 통신사 보조금과 제조사 장려금이 장단 맞춰 같이 오르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17만원 스마트폰이 나올 때 25만원 가량이 실린다.

여기까지 보조금과 장려금을 더하면 최대 55만원 가량이다. 아직 90만원대 스마트폰이 35만원 정도다. 여기서 반값을 낮추는데 보이지 않는 손이 등장한다. 바로 거대 유통망의 자체 보조금이다. 생계 목적의 영세 판매점들의 곡소리가 나오게 되는 부분이다.

최근 대형 양판점으로 번진 유통망 자체 보조금은 대리점과 판매점을 여러개 갖고 있는 회사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본사 사옥까지 둔 어엿한 중소기업 규모다. 여러개의 대리점과 그 밑에 위탁 판매 권한을 부여한 판매점, 그리고 온라인 판매 점조직을 갖추고 있다. 사이트도 여러개 운영한다.

이들은 가입자를 끌어올 때마다 월별로 일정 금액을 통신사에 받는다. 또 가입자 증가를 이끌어내야 수입이 보존된다. 즉 대형 유통망도 보조금을 집행하면서 인센티브를 얻기 위한 보조금이 싣는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통상 17만원 할부원금이 맞춰질 때 15만원 가량을 투입한다.

■왜 계속 17만원일까

결국 90만원대 스마트폰이 통신사 보조금, 제조사 장려금, 유통망 자체 보조금을 보태 17만원이란 가격까지 내려온다. 궁금증은 다른 시기의 다른 단말기에 17만원이란 가격이 형성된다는 점에 쏠린다.

이동통신사 한 관계자는 이 부분을 두고 “보조금 투입을 통한 가입자 유치전의 급박함”이라고 설명했다. 시간 단위로 펼쳐지는 보조금 눈치 전쟁에 이전에 써먹은 상품 모델을 다시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조금 집행은 단순히 “경쟁사보다 더 많이”를 외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른바 호갱님들이 약정 할인을 위해 가장 많이 선택한다는 고가 LTE 요금제는 주로 6만원대다. 통신사 입장에서 2년 약정으로 계산했을 때 약 150만원의 수입이 담보된다.

이런 점을 고려해 통신사가 가져가는 스마트폰 판매 마진과 통신 이용료 등을 따져서 가입자를 빼앗기는 것보다 단말기를 싸게 주더라도 이득이 되는 지점을 찾는다. 이런 계산을 치밀하게 하면 소비자에게 넘기는 기계 할부원금에 따른 이익을 여러 가지 차트를 만들어 시시각각 변화를 줄 수 있다. 하지만 급박하게 움직이는 보조금 시장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계산이 서있는 할부원금 17만원 모델이 가장 유효하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18만원에 맞추면 어감이 나쁘지 않냐”고 말했다. 또 “이제는 고객들에게 ‘17만원’이란 할원이 싸게 구입한 스마트폰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7만원 버스폰과 호갱님은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즉 이통사의 보조금 투입 시기에 따라서 누군가는 더 싸게 사고,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시장을 관리 감독하는 방통위가 보조금을 규제하는 이유다. 민간 사업자에 평등한 대우를 받으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법적 제한 보조금이 적다고 말한다. 동시에 단말기 값이 비싸다는 주장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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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서 논의중인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통과에 따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논리도 나오고, 이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도 국내 제조사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

지금의 왜곡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갑자기 훌쩍 높아진 휴대폰 값,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되는 통신요금, 복잡하고 다원화된 휴대폰 유통망 구조, 대형 자본의 유통시장 잠식 등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17만원 버스폰은 다시 나올 수 밖에 없다. 아울러 17만원에 사지 못한 호갱님들도 꾸준히 양산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