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탈(脫) 구글' 시작됐다

독자 플랫폼 개발자 끌어모으기 본격 시동

일반입력 :2013/10/29 11:00    수정: 2013/10/30 11:16

삼성전자가 첫 단독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자사 제품에만 적용 가능한 새로운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 5종을 내놓으며 '탈(脫) 구글' 행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자들을 '안드로이드 개발자'에서 '삼성 플랫폼 개발자'로 끌어들이려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삼성디벨로퍼스컨퍼런스'라 명명한 유료 개발자 컨퍼런스를 처음으로 열었다. 이를 보도한 일부 현지 외신들은 삼성전자에게 SW 플랫폼을 제공해온 구글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고 평했다.

사사키 커티스 미국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수석부사장(SVP)은 지난주 행사를 알리는 공개 서한을 통해 나는 2년전 합류하면서 회사의 기기를 위한 소프트웨어(SW)와 서비스 혁신을 앞당기라는 주문을 받았다며 행사를 통해 우리가 해온 일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얘기하고 여러분의 얘기를 듣겠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현장에서 공개한 5가지 개발도구는 ▲모바일SDK 후속판 ▲스마트TV SDK 새버전 ▲엔터프라이즈SDK 업데이트 ▲일반 멀티스크린SDK, ▲멀티스크린 게임용SDK를 포함한다. 물론 삼성전자 제품에서 또는 그 기기간에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쓰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SDK를 통해 다른 안드로이드 단말기 제조 업체와 달리 독자적인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는 평가다. 독자적인 플랫폼은 차별화된 SW와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반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주력 시장인 모바일 기기 영역에서 최대 경쟁사 애플보다 SW와 서비스 분야 역량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같은 주력 사업이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는 구글에 의존한데 따른 결과다.

이를 감안해 삼성전자는 '구글 의존도'를 낮추려는 행보를 보여왔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인재영입 조직 인'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를 열었고, 모바일 제품을 맡아온 IT모바일(IM)부문의 MSC는 몇년 전부터 인텔과 손잡고 직접 개발하는 오픈소스OS '타이젠'을 띄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간의 스킨십은 구체적인 성과를 얘기하기엔 타이밍이 이르다. 타이젠은 모바일 외에 가전제품에도 넣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스마트카메라 NX300 모델에 조용히 탑재한 사례 말곤 상용화 사례도 없다. 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불티나게 팔렸고, 지금도 불티나게 팔린다. 삼성이 안드로이드 대안 플랫폼을 전진배치하기가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이유다.

이번 컨퍼런스는 지금의 애매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행사를 개최한 웨스틴세인트프랜시스호텔 연회장에 자사 모바일부터 TV 등 가전제품을 아우르는 사업 영역별 강연과 S펜, 웨어러블, 기업 보안, 근거리무선통신(NFC)같은 특정 기술 토의를 마련했다. 예상대로 자체 플랫폼인 타이젠 관련 세션 비중은 크지 않았다.

결국 삼성전자의 야심은 자체 개발자 생태계 확보로 요약된다. 회사가 안드로이드 단말기와 나머지 제품군에서 돌아가는 SDK를 내놓고 그걸 다룰 개발자를 끌어모은다면 결국 구글 개발자 커뮤니티와는 구별되는 생태계를 갖출 수 있다는 의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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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삼성전자의 긴밀했던 관계가 느슨해진다면 그건 삼성전자의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구글 SW를 하드웨어(HW)에 탑재하고 S펜, S보이스, 삼성월렛, 센서를 통한 제스처 기반 조작 기능을 넣으면서 구글의 간섭을 받진 않았다. 오히려 삼성전자는 모바일 기기와 TV와 스마트워치 등을 양산해 사용자 규모를 키우면서 제품간 연계에 기반한 독자적인 개발자 생태계 구축 전략을 취해왔다.

온라인 IT미디어 기가옴은 이런 삼성전자 제품전략에 대해 영리하다고 평했다. 또 삼성전자는 자체 OS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며 회사가 자체 HW를 위한 SW를 만든 뒤 개발자와 사용자 환경을 점진적으로 옮기려는건 킨들 태블릿을 만든 아마존처럼 타사에 의존하지 않는 HW와 SW의 수직적 결합을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