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주권]포털, 정보 유통 플랫폼으로 가야

일반입력 :2013/10/18 10:18    수정: 2013/10/18 11:51

김효정 손경호 기자 기자

첩보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기술들이 최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프리즘 사건을 통해 현실이 됐다.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감시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피부에 와닿는 시점이 된 것이다. 인터넷이 보급될수록 각 나라가 확보하고 있는 고유의 정보자산을 지켜내는 일은 점점 버거운 일이 되고 있다. 이중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자체 검색 엔진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포털서비스는 가장 대중적인 정보유통창구이면서 지켜내야할 자산이기도 하다. 정보주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관련 전문가 인터뷰, 해외사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정보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자국 포털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고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국내 포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연재 순서

(1)누군가 우리의 정보를 훔치고 있다

(2)검색주권의 확보, 정보주권 보호 선행과제

(3)자국 검색엔진...21세기 문화전쟁의 핵

(4)포털, 정보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야

■척박한 한글DB 환경을 극복해 온 국내 포털

디지털 세상에서 정보주권은 그 나라의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는 물론, 고유의 문화와 지식을 지켜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 사이트는 자체 검색엔진을 통해 국내에서 나온 콘텐츠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드는 작업을 수행해 왔다.

우리나라에서 한글로 된 검색엔진이 처음 개발된 것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한글DB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셈이다. 당시 인터넷 한글 검색엔진인 '심마니', '정보탐정' 등이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1997년 야후 코리아가 등장하면서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등 해외 검색 서비스와 네이버, 엠파스 등 국내 서비스의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1999년 들어서는 다음, 야후 코리아, 라이코스 코리아가 포털 3강 체제를 구축했다.

2000년 들어 네이버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디렉토리, 웹문서, 지식검색, 뉴스, 백과사전, 이미지 등의 검색 결과가 한 페이지에 표출되는 통합검색서비스를 시작했다. 같은 해 다음은 독일 파이어볼과 공동개발한 한국어 검색엔진 다음파이어볼을 서비스하다가 2004년 7월 자회사인 다음소프트가 개발한 자체 검색엔진을 적용했다.

2000년 초기만해도 한글DB는 거의 없는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2000년 7월 조사에 따르면 영어로 된 웹페이지가 2억1천435만996개로 68.39%를 차지한 반면 한글로 된 자료는 404만6천530개로 1.29% 비중에 불과했다. 영어와 한글 자료량의 차이가 53배 가까이 났던 것이다.

현재 국내 검색/포털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네이버가 당시 지식iN, 블로그 등의 서비스를 만든 것도 한글DB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였다. 네이버 관계자는 단순링크로 봤을 때도 한글로 된 자료의 절대량이 부족했다며 국내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을만한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 지금의 지식iN, 블로그와 같은 서비스라고 밝혔다. 네이버 사전에 두산대백과, 민족대백과 등과 같은 백과사전 DB를 반영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하나다.

네이버 관계자는 서울대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들을 디지타이징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한편 지도 서비스 등에만 연간 몇 십억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하면서 한글DB 구축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강원도 춘천에 인터네데이터센터(IDC)인 '각'을 짓고 국내에서 발생한 검색, 게임 등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 운영토록 했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 포털 통해 정보 획득

이를 통해 국내 인터넷 서비스 사용자들에게 한글로 정보를 검색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해외 자료의 경우 여전히 구글 검색이 유용하지만 국내에서 생산/유통되는 정보들을 한글로 볼 수 있게 된 것은 10여년이 넘는 노력의 산물인 셈이다.

지디넷코리아가 조사전문 기관 네오알앤에스와 함께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들이 국내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검색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조사 결과 전국 성인남녀 1천명 중 하루 평균 10회 이상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들은 73.5%에 달했다. 이용시간은 3시간~6시간 미만이 40.5%를 차지했으며 3시간 미만(34.8%), 6시간~9시간 미만(13%), 9시간 이상(11.7%)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하루 평균 20회 미만 6시간 미만 인터넷 사용자(라이트 유저)가 50.8%로 가장 많았으며, 20회 이상 6시간 미만(24.5%), 20회 이상 6시간 이상(18.5%), 20회 미만 6시간 이상(6.2%) 순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을 통해 이용하는 사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자료 및 정보획득'이 유선/모바일 인터넷 사용 비중에서 각각 91.6%, 81.8%로 나타났으며 '커뮤니케이션'이 유선/모바일 인터넷 각각 78.2%, 72.2%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에 대한 조사에서는 네이버가 전체 설문조사 대상 중 73.9%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그 뒤로 다음(21,4%), 구글(2.2%)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즉 국내 인터넷 환경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자료 및 정보획득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국내 포털 서비스가 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한글 콘텐츠 확산을 위해 필요한 안팎의 환경들

한글로 된 콘텐츠가 보다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결국 관리자인 포털과 생산자인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이 각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는 한글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얼마나 다양한 정보를 다뤄주는가와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CP들이 얼마나 많은가에 달렸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의 역할 구분이 명확치 않았다. 건국대 미디어학과 황용석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CP들은 포털을 매개로 콘텐츠를 서비스 하고 있는데 웹툰을 예로들면 기존 네이버, 다음 등은 자사에서 콘텐츠 계약을 맺어 직접 제공하는 '인하우스' 방식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각 포털들의 웹툰 서비스와 계약을 맺은 작가들은 더 많이 주목 받고, 그렇지 못한 작가들은 기회를 갖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었다. 이는 웹툰 뿐만 아니라 맛집 검색, 부동산 정보, 웹소설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포털은 '관문'이라는 본래 의미처럼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 역할에 충실하고, 콘텐츠 제공사업자들은 이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필요한 것이다.

포털을 통한 한글 콘텐츠 유통을 저해하는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CP 및 독자적인 정보제공사업자(ISP)들의 검색어 '어뷰징' 문제이다. 검색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포털 검색 결과에 자사 사이트나 콘텐츠를 상위에 노출되도록 조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한글 콘텐츠의 확산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보다는 시장에서 자율적인 자정 활동에 맡길 수 있는 환경조성도 필요하다. 국내 포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달리 정보통신망법, 청소년보호법, 공정거래법 등 기존에도 수많은 규제를 받고 있고, 최근 추진 중인 개정안들도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한국만 인터넷 규제에 대한 갈라파고스섬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털의 검색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명확한 원칙을 공개하도록 유도하되 각종 규제는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유통 플랫폼으로서 국내 중소CP와의 상생을 위한 동반성장

한글 콘텐츠의 확산 및 CP와 ISP의 어뷰징을 방지하는 것과 동시에, 포털의 자율적인 자정활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포털 스스로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내 주요 포털 중 네이버는 기존 검색 서비스를 통한 자사 서비스, 콘텐츠가 우선되는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중소CP들의 콘텐츠가 빠짐없이 표출되도록 하는 방안을 최근 마련했다.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와 외부 콘텐츠를 동등하게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네이버 창에 웹툰을 검색하면 다음, 네이트의 웹툰도 함께 표시된다. 웹소설 검색시 조아라, 문피아 등 전문 사이트가 함께 표출되는 것도 이러한 개선안이 적용된 결과다.

다음의 경우, 중소 개발사나 벤처기업들이 다음의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API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 플랫폼 내에서 어떤 콘텐츠를 유통할 지에 대해 외부 개발자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웹툰 등의 경우에는 '힐링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 의욕을 높이고, 안정적인 연재활동을 지원한다. 다음 만화속세상 담당 박정서 편집장은 다음은 단기적 수익 창출 보다 장기적으로 웹툰 콘텐츠 발전과 웹툰 작가들과 상생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네이버가 제공하는 맛집 정보서비스 윙스푼, 무료로 제공되는 네이버쿠폰 등의 영향으로 메뉴판닷컴 등은 자사가 가진 맛집 정보가 검색을 통해 제공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근 네이버는 윙스푼 사업을 접는 대신 메뉴판닷컴 등을 포함한 외부 콘텐츠가 표시되도록 검색 정책에 변화를 줬다.■국내 포털 정보주권 지키기=고객만족

결국 정보주권/검색주권을 지켜내기 위해 국내 포털은 정보 유통 플랫폼으로서 사용자가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사람들에게 최적화 된 양질의 한글DB를 국내 사용자들이 필요할 때 정확하게 서비스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1위 사업자 네이버를 예로들면 지식iN, 블로그 등 기존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이면서도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CP들에게 그에 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지디넷코리아 설문조사 결과 국내 포털 서비스 이용자들은 자료 및 정보검색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항목에서 네이버, 다음, 네이트는 각각 69.7%, 42.1%, 39.0%의 활용율을 보였다. 두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이메일 서비스는 네이버(19.3%), 다음(35.8%), 네이트(35.8%)로 각각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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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구글을 주로 사용하는 응답자들은 85.4%의 비율로 자료 및 정보검색의 용도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해당 결과는 국내 포털이 구축해 온 한글DB가 여전히 구글 검색을 통해 제공되는 한글자료, 해외자료 등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의미한다. 보다 고급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국내 포털과 CP의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효정 손경호 기자 기자it@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