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주권]자국 검색엔진..21세기 문화전쟁의 핵

국내 정보주권 인식 조사...해외 포털에 의한 정보침탈 우려

일반입력 :2013/10/16 09:37    수정: 2013/10/18 10:20

김효정 손경호 기자 기자

첩보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기술들이 최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프리즘 사건을 통해 현실이 됐다.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감시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피부에 와닿는 시점이 된 것이다. 인터넷이 보급될수록 각 나라가 확보하고 있는 고유의 정보자산을 지켜내는 일은 점점 버거운 일이 되고 있다. 이중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자체 검색 엔진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포털서비스는 가장 대중적인 정보유통창구이면서 지켜내야할 자산이기도 하다. 정보주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관련 전문가 인터뷰, 해외사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정보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자국 포털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고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국내 포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연재 순서

(1)누군가 우리의 정보를 훔치고 있다

(2)검색 주권 제대로 보기

(3)자국 검색엔진, 21세기 문화전쟁의 핵

(4)포털, 정보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야

전 세계에서 자국 검색 엔진을 가진 나라는 몇 곳이나 될까.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중국, 러시아, 체코 등 5개국이다.

이중 우리나라 네이버와 유사하게 자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62.53%에 달했던 체코의 '세즈남'은 6년만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구글에 내주게 됐다. 세즈남은 체코 원어로 된 정보를 찾을 때는 구글 검색에 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포털처럼 메인 화면에 뉴스, 날씨, 카테고리별 정보 등이 표시된다.

그나마 자국 검색 시장에서 2위를 지키고 있는 세즈남과 달리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2005년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주도로 독일과 함께 유럽형 검색 엔진 개발 프로젝트 '콰에로(Quaero)'를 추진했다. 여기에는 프랑스 톰슨, 독일 지멘스 등 민간기업들이 참가하고 8년간 2억5천만 유로(한화 약 3천647억원)가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유럽 시장을 잠식할 것을 우려해 온라인 검색이 가진 문화적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결국 콰에로 프로젝트는 참여국들 간에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2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실패로 돌아갔다.

비슷한 시기 독일, 일본 등은 각각 '테세우스', '정보대항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검색 엔진 개발에 공을 들였다. 독일은 자체 검색 엔진 테세우스 개발에 집중했으나 마찬가지로 이들 모두 구글, 야후 재팬(일본)에게 자국 검색 시장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 유럽 등 문화 영토 빼앗겼다고 생각...21세기 판 문화전쟁

지난 2012년 6월 기준 넷마켓쉐어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 중 프랑스는 구글 92%, 빙 4%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구글 89%, 티온라인 3% 점유율을 보였다. 영국에서는 구글 94%, 빙 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이탈리아에서도 구글 87%, 버질리오 5%를 차지했다.

자국 검색엔진이 없다는 말은 그 나라에서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쌓을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이와 함께 해당 나라 고유의 언어적 특성을 반영해 필요한 정보를 보다 빠르고 손쉽게 찾아내는 것을 어렵게 한다. 또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구글 등 IT기업에 대한 감시활동에서처럼 자국 정보를 다른 나라에 맡기는 것이나 다름 없게 된다.

문화 종주국이라는 자존심 강한 유럽 입장에서 영어권 검색엔진은 자신들의 문화와 생활 그 자체를 다른 나라에 맡기게 됐다. 이 내용과 관련 당시 콰에로 프로젝트를 두고 유럽 일부에서는 '문화영토 회복운동', '21세기 판 문화전쟁'에 비유하기도 했다. 결국 검색엔진 경쟁에서 진 유럽은 주도권을 미국 기업에게 내주고 말았다.

■중국-러시아, 자국 포털 지키기 성공비결은

자국 검색 엔진을 지켜낸 곳은 이제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러시아 3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중 중국 '바이두'는 5억명에 달하는 인터넷 인구 중 75% 이상의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 중 80%가 바이두를 검색엔진으로 설정해 사용하고 있으며 iOS6에서도 바이두는 중국 내 기본 검색엔진으로 선정됐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인터넷워치가 지난 8월 조사한 중국 검색시장 점유율은 바이두가 63.16%로 1위를 차지했으며, 360이 18.23%로 2위를 차지했다. 구글(2.88%), 빙(0.57%), 야후(0.48%) 등 해외 엔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바이두의 성공비결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중국인의 생활패턴에 맞는 인터넷 핵심 기술을 개발, 원하는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 첫 번째다. 이와 함께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외산 사이트와 비교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중국 정부가 2009년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반정부 시위에 활용된다며 차단했다는 점은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동떨어진 일이다. 그러나 미국 역시 자국 정보를 보호 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해외기업에 제재를 가한 사례가 있다. 2010년 AOL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ICQ를 러시아 기업 DST에 매각하기로 발표했으나 미국 재무부 산하 왼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엑슨-플로리오법'에 따라 관련 서버를 러시아로 이전할 것을 우려해 매각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의 '얀덱스'는 세계 7위 검색엔진으로 자국 내 검색 트래픽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인근 국가인 카자흐스탄 등에서도 활용 중이다. 구글은 26%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러시아의 영토적 특성을 고려해 접속 지역을 인식한 뒤 로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 구글과 달리 네이버 등 국내 포털의 통합검색에 해당하는 '수평검색'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 편의성을 높였다는 점 등에서 나온다. 이밖에도 러시아어의 언어 특성을 반영한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 적용해 검색 품질을 높였다는 점이 핵심경쟁요소로 꼽힌다.

■ 정보주권, 국내 사용자 인식 조사해 보니...

코리안클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PC환경에서 네이버가 9월 기준 73.4%의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다음(19.6%), 구글(4.5%), 네이트(1.4%), 줌(1.0%)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환경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같은 기간 네이버가 76% 점유율을 차지하는 동안 구글이 12.0%로 다음(11.4%)을 앞섰다. 지난 8월까지 구글은 11.08%, 다음은 11.86%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9월 들어 점유율이 역전된 것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라는 플랫폼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LG전자, 팬텍 등에서 개발한 스마트폰은 모두 기본 모바일 웹브라우저가 구글 검색으로 설정돼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인터넷 이용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감안할 때 향후 구글의 점유율 상승은 예정된 수순이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정보주권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지디넷코리아는 조사전문 기관 네오알앤에스와 함께 지난 5일~7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우리나라의 정보 유통을 담당하는 국내 포털 사이트보다 구글, 야후 등과 같은 해외 포털이 시장점유율이 높아진다는 점에 대해 누리꾼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해외 포털의 국내 시장 점유율 상승에 대해 54.7%가 부정적(매우 부정정 10.9%, 부정적 43.8%)이라는 의견을 밝혀 긍정적(13%)이라는 답변보다 4배가 높았다.

■ 해외 포털 점유율 상승 시 '정보 침탈' 우려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547명을 대상으로 추가 설문조사한 결과 그 이유에 대해 72.4%가 '해외 사이트 운영업체가 국내 정보들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21.4%가 '국내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밖에도 '부정확한 한글자료가 많아질 것'이라는 의견(5.9%)이 나왔다.

반면 긍정적이라고 답한 누리꾼 130명에 대해 추가조사한 결과 '해외 자료를 편리하고 정확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35.4%)', 스마트폰에 다른 브라우저, 포털앱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어서(33.8%)', '해외 포털 사이트에서 지금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서(27.7%)'라고 응답했다.

국내 사용자들은 포털이 정보를 유통하는 창구로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해외 포털을 사용할 때 정보주권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해외 자료를 편리하고 정확하게 이용할 수 있어 선호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시활동에서 보는 것처럼 설문 응답자 대다수는 다른 나라에 의한 정보침탈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의 정보주권(각 국가가 자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정보의 종류와 양을 자주적으로 판단, 선택해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다른 나라에 침탈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74.4%가 매우 동의(22.8%), 어느 정도 동의(51.6%)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어 침탈 가능성에 동의한 744명을 대상으로 가장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 추가 조사해 본 결과 57.4%가 국방정보 등 국가기밀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뒤를 이어 기업의 중요기술 유출(16.8%), 타국에 의한 개인정보 감시(17.9%), 잠재적 문화종속 우려(7.5%) 순으로 집계됐다.

추가적인 설문을 통해 조사에 응한 인터넷 사용자들은 73.9%가 네이버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다음(21.4%), 네이트(2.2%), 구글(2.2%) 순으로 나타났다.

■자국 포털 지키기, 누리꾼 긍정...개선점도 시사

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포털 서비스는 사용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으나 해외 자료에 대한 정확한 전달, 스마트폰의 경우 추가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의 간소함 등에 대해 국내 포털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가 흔하게 포털 사이트에 입력하는 검색어는 자국 언어, 문화와 함께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정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글 검색어에 맞게 지속적으로 사용자들이 원하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관련기사

우리나라 포털은 바이두, 얀센트 등과 마찬가지로 자국 문화, 언어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정확하게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졌다. 아직까지 구글 검색에서 독도 표기가 '리앙쿠르 록스'라는 중립적인 단어로 표현되는 것 등을 보면 해당 나라의 문화/정보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할 수 있다.

AOL의 사례나 최근 NSA의 해외 정보 수집활동에서 보듯 어떤 시점에서 어떤 정보를 검색했는지, 혹은 특정 정보를 가진 인물이 누구인지 등을 추적하는 일은 국가안보관점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디지털 자산을 누가 관리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김효정 손경호 기자 기자it@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