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한국보다 동남아서 더 인기, 왜?

일반입력 :2013/10/12 08:07    수정: 2013/10/12 18:52

클라우드 컴퓨팅은 전세게적으로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반면, 한국 내 확산은 여전히 더디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물론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대한 시도조차 드물게 이뤄지고 있다.

그에 반해 동남아시아 신흥시장의 경우 클라우드의 확산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어 한국과 대비된다.

VM웨어와 포레스터리서치의 지난해 아태지역 클라우드 리서치 분석 결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클라우드 도입률은 42%다. 한국은 32%로 조사 대상 국가 10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업계 일각에선 한국 기업이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 정보소유욕을 꼽는다. 기업의 기밀이 외부로 유출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정부의 규제가 클라우드 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퍼블릭 클라우드에 대한 입장으로 프라이빗 클라우드 도입까지 주저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동안 운영해오던 시스템의 활용문제, 갑작스러운 IT서비스모델에 대한 두려움이 더 설득력있는 근거로 보인다.

한국MS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는 클라우드에 대한 적극성은 레거시의 존재여부에 따른 것이라며 막 IT를 사용하기 시작한 그들에게 현재 주류는 온프레미스가 아닌 클라우드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신흥개발국가 사람이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방식은 음성이 아닌 화상통화라며 레거시가 없는 경우 최신 유행을 당연하게 여기며, 더 빠르게 흡수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클라우드 컴퓨팅을 주제로 한 국제 컨퍼런스장에서 만나는 아태지역 신흥시장의 참석자들은한국인 참석자들과 대비된다. 이들은 신기술에 대한 이해력은 부족하더라도, 어떻게 해야 클라우드를 더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한 업계의 관계자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안정성이나 정보소유에 대한 불신을 거론하는 건 핑계” 라며 “각국 정부기관이 클라우드 기반의 행정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전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이 클라우드를 수년째 써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했을 때 포기해야 할 레거시가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인식변화를 넘어 실질적인 움직임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며 “대기업 계열사가 모기업에 IT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대규모 매출을 확보하고, 구축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방식으로 실속을 채우는 시장 환경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에 널리 퍼진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오해도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국의 기업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한다고 할 때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을 시도했다. 기존 주요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VDI 구축으로 클라우드를 도입한다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VDI에 대한 열풍은 올해 들어 급격히 사그라든 모습이다. 관심을 덜 받은 측면도 있지만, 새롭게 VDI구축을 진행하는 기업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기업이 VDI를 클라우드라 생각하고 도입을 했는데, 실제 구축과 운영과정에서 기대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불만을 가졌다”라며 “클라우드의 혜택으로 언급되는 비용절감, 민첩성 확보, 셀프서비스 같은 효과가 전혀 다른 성격인 VDI에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은 비용절감과 IT효율성 확보 측면에서 주목받았다. 퍼블릭 클라우드의 경우 초기 구축비용이 들지 않는다거나, 급격한 사세 확장에 따른 빠른 IT시스템 준비 등이 거론된다. 프라이빗 클라우드의 경우 고도의 자동화와 그로 인한 운영비 및 총소유비용(TCO) 절감, 비즈니스 민첩성 확보 등이 강조된다.

VDI의 경우 보안적 측면과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업무환경 구현 등이 강점이다. 클라우드와VDI는 추구하는 목표가 다른데, 이를 혼동함으로써 잘못된 기대를 가졌다는 분석이다.

VDI에 대한 구태의연한 접근법도 문제로 작용한다. 올해 상반기 시스코시스템즈의 블로그에 올라온 'VDI-당신이 하지않았던(그러나 그래야 했던) 질문들'이란 글에 따르면, 기업들의 VDI 환경이 이른바 ‘오버스펙’인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유지돼온 시스템구축 접근법인 ‘무조건 좋은 것’, ‘무조건 많이’란 인식 탓이다.

가령 직원 1명에게 할당되는 가상데스크톱에 클럭속도가 높고, 많은 가상CPU를 할당해 주는 식이다. 이 경우 높은 클럭수의 CPU를 대량으로 구매하게 되면서 구축비용을 높이게 된다. 하지만 시스코의 벤치마크테스트 결과 가상데스크톱 1대당 1개의 CPU를 할당하고, 전체 시스템 코어수를 대량으로 확보하는 게 더 높은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조건 좋은 것’의 허상이 드러난 것이다.

가상화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컴퓨팅 속에서 VDI는 하나의 응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볼 수 있다”라며 “클라우드를 구축해 그 안에서 VDI를 시도해야 비용절감이나 IT효율성 등의 시스템 운영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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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의 한 전문가는 “외국의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면서, IT비용을 시스템운영보다 새로운 시도에 더 집중하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신규 비즈니스 실험을 저렴하게 시작했다가, 실패했을 때 매몰비용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하는 추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외국의 회사가 한달도 안돼 새 비즈니스를 실험할 때, 한국 회사들은 수개월씩 IT시스템 구축을 기다렸다가 시작한다”라며 “빠른 시장 흐름에서 시점을 놓치기 쉽고, 매몰비용만 키우게 돼 경쟁력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