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러스글로벌 "기업 잉여자산 사고 팝니다"

일반입력 :2013/10/07 08:58

이재운 기자

전 세계 잉여자산 거래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한 사람이 있었다. 국내 전자장비, 반도체 제조장비 중고거래에서 큰 손으로 떠오른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이야기다.

김 대표는 기업들이 소유한 유휴 장비 거래의 가능성을 보고 지난 2000년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최초에는 전 세계 잉여자산을 온라인에서 거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계획했다. 각종 전자 장비는 물론 청바지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거래했지만 사업은 뜻대로 풀리지 않아 지난 2002년에는 직원 대부분이 퇴사하는 지경에 이르는 등 고초도 겪었다.

근본적인 사업 방식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네트워크 장비, SMT 장비, 계측기, 반도체 전공정, 후공정 장비 시장을 단계별로 진입했고, 새로 진입하는 시장에는 1-2년 사이에 국내 1위로 올라서는 등 시장에 안착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중고 장비 판매업 속성에 대해 “기존 장비 판매업과 다르다”며 “마치 외환딜러나 펀드매니저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중고 장비의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차이가 확연히 변화한다는 것. 시황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매우 역동적인 시장이라는 것이 김 대표 이야기다.

업계에 따르면 중고 장비 거래 시장 규모는 40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 중 중고 장비 시장은 30억달러 규모를 차지한다. 팹 간 직접 거래를 제외한 나머지 10~15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놓고 1천여개의 관련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이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는 이 중 GE캐피탈이나 맥쿼리, 스미모토상사 등 해외 딜러업체들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딜러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김 대표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산하 스페셜그룹(Special Group)인 중고 장비·애플리케이션(Secondary Equipment and Application, SEA) 그룹에서 사무총장(Executive Officer)을 맡고 있다. 국내 딜러업체들의 모임인 SEA코리아에서도 의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해외의 인텔, 마이크론, 도시바, TSMC은 물론 국내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동부하이텍, 매그나칩반도체, 서울반도체 등 전 세계 40여개 반도체 제조사들과 거래하며 현재 연매출 7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중국 수출도 점차 증가해 현재 직·간접적으로 중국 시장과 거래하는 비중이 전체 사업 규모의 30%에 이른다. 매출액을 거래 건수로 나눈 평균 객단가는 지난 2011년 1억8천200만원, 지난해 1억7천300만원을 기록했다.지난달 4일에는 경기도 오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중고 반도체 생산 장비 전시장을 열었다. 3천400평 규모의 이 전시장에는 하루 평균 20여개 업체가 방문해 연간 1천여대의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이곳을 장비 보관에 최적화된 항온항습 공간으로 꾸미고, 장비 바이어들이 짧은 시간에 편리하게 여러 대의 장비를 검수할 수 있는 환경이며, 민감한 장비들은 고객들이 장비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가동테스트(Power On Demonstration)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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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러스글로벌은 문이 달린 개인 사무실 대신 의사소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사무실을 배치하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지향하고자 동료, 혹은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호칭하는 등 열린 조직문화를 만드는데도 힘쓰고 있다. 또 보고와 의전에도 서로 존댓말을 사용해 구성원간 상호 존중 문화 조성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김 대표는 SEMI가 주최한 국제 전시회인 미국 세미콘웨스트(SEMICON WEST)와 중국 세미콘차이나(SEMICON CHINA)에서 유람선을 임대, 많게는 100여명의 중고 장비 업계 인사들과 함께 선상 파티를 갖는 등 이색 활동도 함께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글로벌화 돼있다고 자부한다”는 김 대표는 앞으로도 각종 국제 행사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