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기어 탄생 비화..."잡스 방식이었다"

일반입력 :2013/10/03 12:35    수정: 2013/10/04 11:28

이재구 기자

갤럭시 기어가 수개월 만에 나온 이유는 스티브 잡스식 결정에 따른 일사불란한 움직임 때문이었다. 경쟁사들이 2년 이상 걸려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스마트워치 기어를 수개월만에 뚝딱 만들어냈다. 삼성은 이미 워치폰을 개발했던 경험, 시장참여를 위한 조사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경영자가 결정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잡스의 경영과도 맥이 닿아있는 이 권위적인 경영은 전세계 어느 IT기업도 따라오지 못하는 삼성만의 속도를 만들어 냈다....

씨넷은 2일(현지시간) 삼성의 갤럭시기어 개발담당 임원들, 미국의 삼성 오픈이노베이션센터 및 미국의 기어 앱 개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삼성갤럭시 기어 탄생비화를 소개했다.

보도는 이어 당초 흑백으로 나올 예정이었던 기어의 색깔은 임원들의 제안으로 5가지가 바뀌었다. 하지만 국제행사(IFA2013) 몇 주전 그린라임색을 추가하자고 CEO가 결정했다. 제품은 결국 6가지색으로 나왔다. 공개 일주일전에는 유저인터페이스까지 바꿨다. 다른 기업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였다. 삼성은 기어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놓고 창없는 방에 둔 프로토타입 상자까지 잠궈두는 등 보안조치까지 시행하는 등 엄청나게 보안에 신경썼다.삼성은 스마트워치 개발을 위해 사람들에게 원하는 스마트워치 기능을 묻지 않았다. 그 대신 사람들이 스마트폰사용시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았고 그결과 카메라가 붙었다....”는 내용도 함께 소개했다.

씨넷이 소개한 삼성의 갤럭시기어 개발과정은 에는 애덤 라신스키가 쓴 ‘인사이드 애플’이라는 책에 소개된 잡스가 이끌던 애플의 비밀주의를 연상시키는 대목도 등장해 주목을 끈다. 보도 내용을 소개한다.

■갤럭시 기어 당초 흑백에서 5가지로, 또 추가

갤럭시 기어는 6가지 색깔이 아닌 흑백제품으로만 나올 뻔 했다.

9월4일 베를린 국제전자전(IFA2013)행사 몇주 전까지도 삼성은 갤럭시기어 색깔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처음에 삼성은 생산 공정상의 편의성을 감안, 흑백컬러 제품만 내놓을 생각이었다.

일부 임원들이 패션을 감안해 훨씬 다양하고 튀는 제품을 원했다. 마케팅팀들도 골드로즈컬러와 와일드오렌지컬러를 추가하작 제안했다. 판매팀은 모카그레이를 제안했다.

출시 며칠 전 신종균사장은 라임그린 컬러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아무도 사장의 이의를 달지 못했다. 9월4일 IFA2013 행사가 다가오기 직전 이뤄진 이 마지막 결정으로 행사장에서는 충분한 시연을 할 수 없었고 라임그린 버전은 전시장에서는 찾기 힘든 단말기가 됐다. 몸집 큰 삼성으로선 촉박한 시간에 대기 위해 이런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거의 1년동안 사장이하 전직원이 이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 땀을 쏟았다. 모든 IT전자기업들이 거의 1년이상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신경써 온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웨어러블 컴퓨터의 최고 관심사로 각광을 받으며 뜨고 있는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는 삼성으로서도 결코 뒤질수 없고 놓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삼성에게 기어는 기술개발 상의 전환점을 가져다 준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삼성은 1등이 해놓은 것을 잘 따라잡아 성공해 온 이른 바 패스트팔로워의 이미지를 가진 회사로 각인돼 왔다. 삼성은 증명되지 않은 제품분야인 스마트워치에서 갤럭시기어를 통해 독자적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써 이런 이미지를 끊고자 했다.

많은 회사들이 웨어러블컴퓨팅 기기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참여 업체 가운데 최대기업은 삼성이었다. 애플도 아직 소문으로만 알려진 아이워치를 내놓지 않고 있었다.

아직까지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씨넷은 갤럭시기어를 “겉보기를 넘어서서 스타일을 보여주지만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기능이 없으며, 불안정한 음성명령기능,약한 배터리기능에 다른 제품과의 호환성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은 현재 갤럭시노트3 및 갤럭시노트2014 10.1버전과의 호환성만 가지고 있는 이 기능을 모든 삼성폰에 적용되도록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호일 편집자는 “삼성이 스마트워치에 뛰어들어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뭔가를 제대로 해냈다. 하지만 진정한 ‘스마트’기능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대에 못미친다”고 평가했다. 300달러짜리 스마트기어에 대한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평가는 USA투데이 및 다른 언론보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갤럭시기어가 업계가 놀랄 만큼 빨리 나온 이유

삼성의 장점은 일단 결정된 일에 대해서는 IT업계의 그 어느기업보다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는 어떤 업체에게는 2년이나 걸리는 일을 삼성이 하면 몇 개월만에 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이는 많은 부분에서 스티브 잡스의 사업운영모델이라 할 수 있는 권위적인 경영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최고위층이 단말기 색깔같은 뭔가에 대해 요청하면 회사는 이를 수행하기 위해 재빨리 움직인다. 또한 이러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디자인부문은 물론 생산부문, 또는 삼성내부의 부품사업부까지 가세한다.

삼성의 갤럭시기어는 삼성 최초의 스마트워치가 아니다. 지난 2009년 삼성은 자사 최초의 워치폰을 내놓은 바 있다. 삼성은 수년간 워치폰개발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였다.

하지만 스마트워치에 대한 관심은 페블같은 기기의 등장, 그리고 지난 해 12월 애플이 자체적으로 스마트워치를 만든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살아났다. 삼성의 경우 소문이 나기 전에 제품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삼성은 지난 2011년 갤럭시기어의 컨셉트디자인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이영희 삼성전자 해외모바일마케팅담당 부사장은 “기어의 일부 핵심특징과 제품개발 방향은 1년 이상의 조사결과에 힘입었다”고 말했다.

삼성은 스마트워치 개발을 위해 사람들이 스마트워치를 원하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 대신 사람들이 스마트폰사용시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애썼다.

삼성은 사람들이 사람들이 휴대폰을 꺼내느라고 제 때 사진을 찍지 못하는데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는 갤럭시기어밴드에 카메라를 심도록 하는데 기여했다. 일단 삼성이 시장조사데이터를 손에 넣자 고위층의 재가를 받을 차례가 됐다.

누가 갤럭시기어를 이끌지가 불분명했다. 하지만 사업부 최고책임자인 신종균 사장과 글로벌 판매책임자인 이영희부사장이 일찌감치 가세했다. 일단 최고경영자가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을 내리자 모든일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이영희 부사장은 “우리는 모든 것을 함께 하며 이를 향해 매진하자고 말합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의 철저한 비밀주의...프로토타입 ‘런치박스’프로젝트

삼성의 디자인팀은 기존 단말기를 1년전부터 제안하고 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올해까지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미국 삼성법인은 올해 1월 라스베이거스가전쇼(CES2013)이 열릴 때까지도 단순한 단말기 스케치를 그려놓은 정도였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의 한 임원은 “1분기 동안 삼성은 갤럭시기어를 만들려고 정말로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9월 4일 개막된 베를린 가전쇼(IFA2013)에서 패널로 참석했던 삼성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은 기어를 내놓기 전까지 100개 이상의 디자인을 만들어 놓고 고민했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출시 전 2개월간 삼성은 기어의 원형(프로토타입)을 ‘빵상자(Bread Box)’또는 점심도시락상자(Lunch Box)로 불렀다.

이 기기를 봤던 사람들은 “이 기기는 최종버전과 모양은 달랐지만 최종버전과 같은 SW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은 보안을 강화해 갤럭시S3와 함께 언론유출을 막았다. 갤럭시기어의 경우 하나의 브레드박스는 웨어러블형태로 나왔지만 검은 플라스틱이었고 최종 제품에 비해 훨씬더 두껍고 무거웠다.

삼성 내부는 물론 외부협력업체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어 개발작업 참여자는 9월4일베를린 IFA행사 때까지 최종 제품이 어떤 모델이 될지 몰랐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앱개발자는 “우리는 크고 두꺼운 단말기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베를린 언팩행사가 다가오자 조바심이 났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이 1.3kg짜리가 아니길 바랐습니다. 우리는 기어의 모습이 나타났을 때 최초의 기어프로토타입에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보고 행복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자사의 스마트워치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또다른 조치를 취했었다.

회사는 제한된 수의 앱개발자들에게만 그들의 사무실출입을 허용했고 창문없는 방에 둔 ‘브레드박스’조차도 잠궈 두라고 말했다.

삼성내부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안은 엄격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직원들은 그들이 팀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특정한 컬러로된 ID배지를 받았다. 예를 들어 개발자 회의 때엔 인가된 사람만 참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모두가 똑같은 컬러의 배지를 달고 있었다.

■개발자 라인업

삼성은 엄격한 보안조치에도 불구하고 개발자가 그들의 생각대로 보안을 지켜줄까에 대해 신경이 쓰였다.

데이비드 은 부사장이 이끄는 벤처기업을 담당하는 삼성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 임원들은 지난 6월말부터 미국의 앱개발자들을 만나 스마트워치용 앱을 개발해 달라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삼성이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많은 미국내 앱들이 OIC파트너십을 통해 만들어졌다.초기에 나온 기어용 앱인 밴조(Banjo)나 글림스(Glimpse)같은 위치공유앱, 이질리두(EasilyDo)같은 스마트지원앱, 패스(Path)같은 소셜네트워킹앱, 포켓(Pocket)과 자이트(Zite) 같은 뉴스읽기앱 같은 초기앱이 그것들이다. 기어에는 이베이와 에버노트(Evernote)노트하기앱 같은 유명 앱과 마이피트니스팰 런키퍼(MyFitnessPal RunKeeper)와 트리플트(Triplt)같은 여행앱도 들어있다.

마크 셰도프 삼성 OIC 및 벤처기업협력담당 부사장은 “삼성제품용 앱을 개발한다는 것, 그리고 웨어러블앱을 개발한다는 데 대해 사람들은 흥분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둘 사이에서 우리는 파트너들에게 함께 하자고 강하게 권유할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은 6월말부터 8월초까지 앱메이커들에게 갤럭시기어 프로토타임인 브레드박스를 넘겼다. 앱개발자들에게 그들이 맡은 기어용 앱을 만들 한달의 시간을 준 것이다.

한국에 있는 갤럭시기어 단말기 개발팀은 미국의 개발자들과 직접 통신을 했고 이들의 의문점에 대해서는 밤이건 낮이건 상관없이 즉각 답신을 해주었다.

한 앱 개발자는 “우리가 이메일을 보내면 수시간내에 답신을 받을 수 있었다.나는 기어팀이 하루 24시간 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국제행사 발표 일주일 전에도 디자인 변경

삼성은 갤럭시기어를 공식 발표하기 전에 계속해서 기어의 HW와 SW디자인을 변경했다.

끊임없이 사용자인터페이스,컬러,동작 작동, 사용자 액세스기능, 그리고 다른 아이템들을 바꿨다.

사실 9월4일 베를린 IFA 언팩행사장에서 공개된 기어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는 일주일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의 한 임원이 “기어 공개 일주일전 기어의 유저인터페이스 레이아웃이 기존방식에 닿아있고 명확하지 않은 안드로이드 아이콘의 표준 그리드와 닮았다”고 지적했다. 일주일 만에 갤럭시기어의 UI는 윈도폰 인터페이스와 닮은 타일방식으로 선을 보였다.

삼성은 최종 HW의 최종버전 디자인조차도 변경했다. 스마트워치 기어의 맨위에 있는 스크루를 베를린IFA행사의 제품발표 며칠 전에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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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갤럭시기어의 컬러옵션에 라임그린색을 추가하라는 신종균사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개발팀은 기어 공개 마지막 달에 IFA에서 제품을 내놓기 위해 미친 듯이 내달려야 했다.

갤럭시기어가 전세계에서 판매되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는 갤럭시폰에 함께 사용되는 이 스마트워치에 300달러의 가격을 매겨 출시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변덕스러웠다. 그리고 결국 신종균사장의 결정처럼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