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안팔려도 D램 가격 오름세, 왜?

일반입력 :2013/10/02 15:10    수정: 2013/10/03 10:01

이재운 기자

SK하이닉스 화재 사건 이후 고공 행진을 이어간 D램 가격 추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화재 이전부터 이미 수급 불균형이 진행되고 있던 차에 화재 사건으로 공급 부족이 더 악화된 탓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PC용 D램을 비롯한 D램 전반에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C2 팹 화재 이후 연말에야 정상 가동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수급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반도체 거래정보 전문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가 지난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DDR3 2Gb 256Mx8 1333㎒의 9월 하반월 고정 거래가는 1.72달러로 책정됐다. 이는 지난 8월 하반월의 1.58달러보다 8.86% 상승한 수치다.

이미 이전부터 D램 가격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해왔다. 모바일 D램 시장은 모바일 기기 수요의 폭증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반면, PC 시장은 규모가 위축되고 있는데도 불구, PC용 D램도 가격이 상승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이른바 ‘작전세력’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의심마저 나올 정도다.

지난 3월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부문 사장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PC는 수요 자체가 위축돼있는데 PC용 D램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일부 공급자들이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고 발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다른 시각도 있다. 크리스티안 디셀도르프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6일 있었던 SEMI 회원사의 날 행사에서 지난 2010년 이후 세계적으로 반도체 팹 신규 투자 증가세가 완화되고 있어 D램을 비롯한 반도체 전반의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발표 직후 기자에게 “팹 투자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셀도르프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의 팹 신규 투자는 지난 2010년에 급상승세를 보인 이후부터 크게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더불어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반도체 제조사들이 신규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PC 제조업체들이 추가 가격 상승에 대비해 D램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수급 불균형 및 가격 상승세가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SK하이닉스는 화재 사건으로 생산량이 줄었음에도 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더 큰 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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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지다 4분기에 정체를 보인 뒤 내년 초 다소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PC용 D램 생산능력(캐파) 일부를 모바일 D램용으로 전환하면서 PC용 D램 가격이 상승한 반면, 하반기에는 (화재 사건 등의 요인으로) 다시 PC용 D램 생산능력을 모바일 D램으로 전환하면서 모바일 D램 가격의 상승세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SK하이닉스의 완전한 정상화는 연말에 가야 가능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PC용 D램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