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베가야 아프지마” 업계 한마음 응원

일반입력 :2013/10/01 13:20    수정: 2013/10/02 08:03

정현정 기자

팬택 구조조정 소식에 경쟁사를 포함한 관련 업계 전체가 한마음 응원에 나섰다. 건강한 경쟁 생태계 조성과 스마트폰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팬택이 꼭 필요하다는 이유도 같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베가야 아프지마’라는 응원구호가 봇물을 이룬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 대형 제조사들의 틈바구니에서 획기적인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신제품으로 시장에 활력을 공급해 온 팬택이 쓰러지면 혁신도, 건전한 생태계도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다.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스마트폰 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된 문제다.

팬택은 1일부로 직원 800여명에 대한 6개월 무급휴직을 단행했다. 이미 대상자 선정과 이들에 대한 통보는 모두 이뤄진 상태다. 창업주인 박병엽 부회장은 회사 경영 전반과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동시에 팬택은 박 부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있던 이준우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조직개편을 실시하는 등 이준우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며 정상화에 나섰다. 다음주에는 하반기 전략모델인 신제품 베가노트(가칭)를 출시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팬택의 빠른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한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전 직원의 3분의 1 수준인 800여명에 대한 무급휴직으로 비용을 줄이며 일단 유동성에 숨통이 트인 만큼 좋은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일반적인 제조 회사에서 직원 1명당 투입되는 비용을 연간 1억원 정도로 잡는데 무급휴직 조치로 팬택은 수백억원의 유동자금을 확보한 셈”이라며 “남은 3분의 2의 직원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확보된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좋은 제품을 만든다면 위기 극복이 가능할 것을 본다”고 말했다.팬택의 부활을 바라는 마음은 경쟁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한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팬택의 생존에 협력업체와 관련 업계 임직원들의 명운이 걸린데다가 지속적인 인재양성과 스마트폰 기술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다같이 잘 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쟁사 관계사도 “이미 업계에서는 핀란드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노키아가 추락하자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하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한국 제조사들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3개 정도의 업체가 선의의 경쟁을 해줘야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도 1등 업체로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균형있는 시장을 만드는데 팬택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한 외국계 부품사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소수의 플레이어들만이 살아남는 상황에서 시장 균형을 맞추고 1등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그동안 팬택에 힘을 실어준 면이 없지않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사이에서도 팬택이 스마트폰 시장에 가져온 혁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HTC, 모토로라, 노키아, 소니, 블랙베리 등 외산업체들이 줄줄이 철수하면서 국내 시장이 ‘외산폰의 무덤’이 된지 오래인 상황에서 팬택의 부재가 더해질 경우 소비자 선택권이 크게 제한받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베가야 아프지마”라는 응원구호도 생겨났다.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에 한 이용자(리**)는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 독과점 체제가 구축된 가운데 새로운 플레이어가 나타날 가능성도 없고 팬택마저 사라진다면 국내 시장에 남는건 삼성, LG, 애플 뿐”이라면서 “팬택이 공룡 기업들 틈에서 승승장구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제품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이용자(M***)는 “팬택은 베가 넘버5로 5인치대 포문을 열고 베가S5로 액정 밝기의 신기원을 이룬데 이어 베가 아이언으로는 디자인의 정점을, 베가 LTE-A는 국내 최초로 지문인식을 탑재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면서 “국내 스마트폰 혁신의 아이콘은 베가였는데 이렇게 실험적인 휴대폰 기업은 국내에 더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관련기사

박병엽 부회장 개인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도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싣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 1991년 팬택을 창업해 위기의 순간마다 특유의 승부수와 저돌적인 돌파력으로 이를 극복해 온 창업주이자 팬택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다.

한 업계관계자는 “박병엽 부회장은 평범한 직장인에서 팬택을 창업해 유수의 기업으로 키워낸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라면서 “회사가 어려웠을 때 자녀들의 학비 걱정을 해야할 정도의 상황에서도 3천억원의 사비를 털어 회사를 살려내는 등 일화 하나하나가 업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