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형제의 배터리 공유서비스 '만땅'

일반입력 :2013/09/19 17:11    수정: 2013/09/21 15:20

손경호 기자

30대 중반의 형제가 배터리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스마트폰 배터리 공유서비스 '만땅'을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 마이쿤의 이야기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 논현동 소재 사무실에서 형제 창업자 최혁재㉟, 최혁준㉞씨를 만났다. 이들은 자사 마스코트인 고릴라가 그려진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까맣게 탄 피부는 현장에서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나 다름없었다.

올해 5월 정식법인을 설립한 마이쿤은 공유경제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자동차를 공유하는 '집카', 집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사용자들끼리 배터리를 공유할 수 있는 모델을 구상한 것이다.

■새로운 공유경제모델, '만땅'

최혁재 마이쿤 대표는 2년 전에 LTE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되면서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는 것을 보고 배터리 두 개가 들어가는 케이스를 제작하는 사업을 구상했으나 이미 비슷한 특허가 있어 방향을 바꾼 것이 만땅이라는 서비스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LG전자에서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오랫동안 근무했었다. 그는 다 같은 스마트폰으로 개발 업무를 하던 중에 다른 사람의 배터리를 빌려쓴 일이 있었다며 그때 아이디어를 얻어 지난해 9월부터 시장조사, 특허출원 등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법인설립과 함께 서비스 내용에 대한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서비스 자체는 이해하기 쉽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만땅 서비스를 통해 자신이 갖고 있던 배터리가 정품인지, 이상은 없는지 등에 대한 확인절차를 거쳐 완전히 충전된 다른 배터리로 교환 받은 뒤 일정한 수수료를 지불하면 된다. 필요한 경우 추가요금을 받고 인근 지역에 배달도 한다. 지난 1월에는 만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고 배터리 관리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내 배터리가 더 좋으면 어떡하려고?

문제는 고가의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다른 사람이 쓰던 것과 바꿔 써야 한다는 점에 대한 사용자들의 거부감이다. 이에 대해 최혁준 부대표는 실제로 서비스를 알리는 과정에서 교환 받는 배터리가 내 것보다 좋을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3곳에서 쓰는 정품 배터리를 사용해 정품 충전기로 완전히 충전해 공급하는 만큼 품질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만 남아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텍 등은 모두 자사 서비스센터를 통해서만 구매하거나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 사용자 입장에서 추가로 배터리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직접 센터를 방문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이다.

최 부대표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새 배터리를 구매하는데 드는 불편함을 줄이면서도 테스트를 거쳐 품질이 좋은 제품으로 교환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만땅을 통해 교환해주는 배터리가 갓 포장을 뜯을 새 제품은 아니지만 A급만을 선별해서 교환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내부에 불안정한 화학물질로 가득 차 있다. 배터리를 감싸고 있는 부분에 손상이 갈 경우 내용물이 부풀어오르거나 폭발위험성이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만땅을 통해 배터리의 건강성도 추가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용감한 형제(?) NO, 준비된 창업

이들 형제 창업자가 무턱대고 사업을 벌인 것이 아니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작업을 거쳤다. 최 대표는 회사 설립을 검토하면서 1천명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약 3천만대가 보급돼 있고, 하루에 2회 정도 충전한다고 했을 때 일 평균 6천만건 이상의 충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교체 수수료를 1천원으로 책정했을 때 기존에 없던 300억원 가량의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근처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만땅 서비스는 지난달 이용자수가 처음 서비스했을 때보다 4배가 늘어났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강남역, 건대입구역 인근에서도 만땅의 간판을 볼 수 있다. 현재 홍대, 건대입구역 등에서는 2천500원에, 강남에서는 3천원에 배터리를 교환해준다. 이 회사는 인근 지역에서는 500원에서 최대 2천원의 추가요금을 받고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성을 인정 받아 이 회사는 지난 13일 벤처캐피털 본엔젤스파트너스로부터 2억원의 초기 투자금을 받았다.

■문전박대, 한파 버틴 끝에...

대부분의 스타트업처럼 이 회사의 형제 창업자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부모님, 지인들로부터 잘 다니고 있는 직장은 왜 그만뒀냐는 말을 끊임없이 들어야 했다. 올해 1월 사상 최대의 한파가 분 시점에서도 밖에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알려야 했다.

최 부대표는 결혼 5년차 가장이다. 그는 홍대 삼거리 포차 인근에서 가게에 들어가 서비스를 알리려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던 일을 얘기하며 와이프가 뒤에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짠했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에는 홍대 인근의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는 대신 위치가 좋은 부동산 사무실 주인의 도움으로 저녁 7시부터 3개월 간 임대해 사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어느 지방 사용자의 장문 댓글에 감동

보람 있는 순간들도 많았다. 홍대에는 놀거리, 먹거리 등이 많아서 지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놀러온다. 두 형제는 길을 몰라 스마트폰 검색을 자주 쓰느라 배터리가 금방 닳아버린 이들이 만땅 서비스를 이용한 뒤 자사 사이트에 불편함을 해소해 준 '만땅느님'이라며 장문의 댓글을 달아줬을 때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급할 때 필요한 것을 서로 돌러가면서 쓰는 방식으로 스마트폰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형제는 앞으로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태블릿, 주요 모바일 기기에서도 배터리 걱정없이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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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스타트업 창업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당부의 말이 있냐는 질문에 결국은 실행이죠라고 답했다. 최 대표는 어렵게 들어간 대기업 직장을 내려놓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오히려 다 내려놓고 나니깐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동생인 최 부대표는 책에서는 실행이 답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고민에서 끝나면 고민일 뿐 우선 실행하면서 부딪쳐 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3곳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미국 실리콘 밸리를 모태로 한 집카, 에어비앤비에 버금가는 '배터리 공유경제모델'이 성공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