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IoT 생태계 퍼즐맞추기

일반입력 :2013/09/20 08:35    수정: 2013/09/20 09:46

아이폰5S 발표와 함께 사물인터넷(IoT) 영역에 대한 애플의 행보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NFC 진영의 처절한 구애를 외면해온 애플은 블루투스의 아이비컨(iBeacons)과 M7 코프로세서를 내놓음으로써 또 한번 독자노선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최근 기가옴은 아이폰5S에 탑재된 M7 코프로세서에 대해 '트로이 목마'라고 평가했다. M7이 웨어러블 컴퓨팅과 IoT를 준비하는 애플의 사전 포석이란 주장이다.

당초 업계는 애플이 10일 아이워치(iWatch)를 내놓을 것이라 예상했다. 삼성이 갤럭시기어를 한주 앞서 서둘러 내놓은 것도 애플에 찬물을 끼얹으려던 목적이란 분석이 나왔을 정도. 그러나 애플은 새로운 기기를 내놓지 않고, M7이란 보조칩셋을 선보였다.

M7 코프로세서는 가속기, 나침반, 자이로스코프 등을 통해 물리적 움직임만 연산하는 용도다. A7 프로세서와 별개로 작동하며 걷기, 달리기, 운전 등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M7은 피트니스, 헬스케어 앱 등에 사용될 뿐 아니라, 지도나 내비게이션 서비스의 정밀성을 높여주고, 배터리 소모도 줄여준다.

기가옴의 크리스 브랜드릭은 “M7이 애플의 미래 제품 계획에 대한 힌트”라고 지적했다. 애플의 아이워치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액세서리가 아닌 신체 움직임에 기반한 무언가란 주장이다.

지난 5월 D11 컨퍼런스에서 팀 쿡 애플 CEO는 “웨어러블 컴퓨터 기술에 흥미를 갖고 있으며, 이 기술이 원숙해졌다”고 평했다. 그는 나이키의 퓨얼밴드를 착용한 모습을 보였다.

팀 쿡의 관심과 별개로, 애플의 최근 행보에서도 M7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애플은 지난달 나이키의 퓨얼밴드 개발자인 제이 블라닉 컨설턴트를 영입했다. 지난달초엔 포도당 , 혈액 내 산소량, 맥박, 혈압 등의 수치에 따라 OLED 색깔에 변화를 주는 센서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인간의 신체로 발생하는 각종 모션은 수많은 데이터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때문에 이 데이터만 연산하는 별도의 칩셋이 필요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스마트폰 AP의 부담이 커져, 배터리 소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M7은 계속해서 수집되는 모션 데이터를 연산한다. 이는 애플이 iOS 기기 라인업을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에서 시계나 밴드 등으로 확장하는 부담을 줄여준다.

기가옴은 새로 출시될 애플의 웨어러블 컴퓨터는 M7을 탑재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신체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산해 다양한 형태로 응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허브로 여러 기기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지난 6월 애플이 WWDC2013에서 발표한 iOS7에 아이콘에 흥분했던 사람들과 별개로 개발자들이 주목했던 건 따로 있었다. iOS7의 아이비컨(iBeacons) 채택이었다.

아이비컨은 ‘블루투스 로 에너지(BLE)’를 통해 물리적 기기 간 통신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NFC칩과 NFC태그보다 더 먼 거리에서 접속가능하고, 비컨이란 작은 크기의 무선센서를 건물 곳곳에 배치해 iOS7 기기에 이동에 따른 위치정보를 전송해준다. 건물 내 내비게이션에 유용한 기술로 평가된다.

아이비컨을 채택한 애플의 행보를 IT업계에선 NFC 진영에 대한 거절의사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일찌감치 NFC를 지원하고 있지만, NFC 산업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삼성, 구글 등이 NFC 생태계 조성에 실패하자, NFC 관련업계는 ‘애플이 내놓으면 뜬다’라는 기대를 품고, 애플의 NFC 채택을 종용했다.

NFC진영은 구글이 2011년 안드로이드4.0 아이스크림샌드위치를 내놨을 때 첫 번째 확산기회를 얻었다. 안드로이드빔이란 이름으로 흥성할 기회를 얻었다. 안드로이드빔은 전력이 필요없는 RFID 태그와 구글월릿을 연계해 결제 시스템에서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구글의 행보를 따르지 않는다고 비난했지만, NFC는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폰4부터 아이폰5S에 이르기까지 NFC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대신 아이비컨이란 블루투스 기술을 채택한 것이다.

아이비컨의 장점은 신호거리다. 아이비컨은 NFC칩보다 비싸지만, 50m의 신호거리를 보인다. NFC 칩을 내장하지 않은 휴대폰도 블루투스만 지원하면 아이비컨을 이용할 수 있다.

NFC는 신호 거리가 짧게 설계됐다. 때문에 무선결제의 경우 활용성이 높지만, 위치기반 서비스 같은 데 활용되기엔 무리다. NFC의 도달범위는 20cm 정도지만, 실제론 4cm 내에서 정확하게 작동한다. NFC는 또한 신호를 주고받는 양쪽 모두 NFC를 지원해야 한다.

벌써부터 아이비컨 생태계가 조성될 기미가 보인다. 에스티모트란 회사는 아이비컨을 사용하게 해주는 비컨 센서 제품을 내놨다. 이 제품은 3개의 센서 당 99달러다. 최대 50m의 신호거리를 보이는데, 에스티모트는 10미터를 추천했다. 100평방미터 당 1개의 비컨센서가 필요하다. 비컨 센서는 ARM 프로세서를 내장하고, 플래시 메모리와 가속도계, 동전크기 배터리 등으로 이뤄진다.

100평방미터에 에스티모트의 비컨센서를 설치하면, 약 5천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 10센트 내외의 NFC 태그를 물품에 달아 휴대폰으로 정보를 보내려면 1만대 제품에 1천달러가 필요하다. 물품 수가 늘어나면 그 비용은 더 커진다.

아이비컨을 이용하면 아이폰 사용자의 위치에 따른 다양한 건물 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아이폰을 갖고 백화점에 들어갔을 때, 사용자가 걸어가는 방향 쪽 매장의 특정 쿠폰을 푸시해준다든지, 개인화된 쇼핑추천 메시지를 발송해주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패스북 앱의 지오펜싱을 확장한 것이다. 작년 소개된 패스북의 지오펜싱 기능은 탑승권, 티켓, 회원카드 등을 정의된 GPS 위치에서 푸시로 보여준다. BLE를 이용하면 GPS보다 더 세밀하게 위치를 인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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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가 넓은 범위의 공간에서 위치를 추적하는데 사용된다면 아이비컨 혹은 BLE는 작은 공간의 세밀한 위치를 추적하는데 사용된다.

포브스는 아이비컨이 아이폰과 짝을 이루게 될 아이워치에서 정보를 주고받고, 내비게이션과 헬스 앱 등에 사용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