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시대, '단독폰'에 담긴 이통사의 딜레마

일반입력 :2013/09/12 16:04    수정: 2013/09/13 09:49

정윤희 기자

올해 들어 이동통신사들의 단독 단말기 출시가 부활하는 추세다. 타 이통사에서 볼 수 없는 단말기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LTE 시대에 접어들면서 플래그십 제품이 공동출시되고 커버리지, 속도 등이 평준화된 가운데 이통사가 꺼내든 카드다.

SK텔레콤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벌써 6종의 단독 단말을 출시했다. 지난 1월 갤럭시팝과 와이즈2 2G, 3월 옵티머스LTE3와 베가S5 스페셜, 6월 아티브 프로, 8월 베가LTE-A 등이다. 또 내달 중에는 갤럭시S4 액티브가 SK텔레콤 단독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KT는 최근 내놓은 갤럭시S4 미니외에도 팬택 베가 블링, LG 옵티머스GK 등을 단독 단말기로 구비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NEC카시오의 방수폰 지즈원을 내놨다.

사실 단독 출시는 과거 피처폰(일반폰) 시절 흔히 볼 수 있었다.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나 통신규격이 달라 전용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3G 초반에도 SK텔레콤의 갤럭시A, KT의 아이폰 등 단독폰이 출시됐으나 LTE가 대중화되면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다.

그러나 이통3사간 LTE 경쟁이 치열해지고 보조금 규제로 인한 본원적 서비스 경쟁이 필요해지면서 단독폰의 경쟁력도 올라가는 모습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단독폰은 경쟁사에서 내놓지 못하고 독특한 디자인이나 기능을 탑재한 경우가 많아 얼리어답터, 남들과 다른 스마트폰을 가지고 싶어 하는 고객들에게 호응이 좋다”며 “이통시장에서 고객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라고 말했다.

다만 단독폰을 내놓는다고 해도 차별화는 여전히 고민거리다. 피처폰 시절처럼 아예 서비스가 다른 것이 아니라 운영체제(OS)가 동일한 단말기인 만큼 고객이 체감하는 사용자경험(UX)는 대동소이한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단독폰으로 출시되는 기종이 주로 보급형 단말기인 점도 그렇다. 이통사 입장에서 단독폰 출시가 다소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휴대폰 제조사에 일정 수준이상의 판매물량 개런티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판매가 부진해 재고가 남을 경우 부담도 고스란히 이통사의 몫이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단독폰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상징적인 제품인 경우가 많다”며 “아무래도 보급형 위주로 출시되다보니 판매량 등에서는 엄청나게 뛰어난 성적을 올린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로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1위 사업자들이 단독폰 출시에 적극적이다. 일본의 경우 NTT도코모가, 우리나라는 SK텔레콤인 식이다. 최근 NTT도코모도 소니 엑스페리아와 하츠네 미쿠를 콜라보레이션 한 한정판 스마트폰 단독 출시를 준비 중이다.

관련기사

SK텔레콤 관계자는 “관례적으로 단말기가 약 30만대 이상 판매되면 ‘히트쳤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SK텔레콤 단독 단말기가 이를 넘어서고 있다”며 “베가S5 스페셜의 경우 약 50만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라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의 월별 LTE 가입고객이 약 50~60만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독 단말기의 파급력을 엿볼 수 있다”며 “단독 단말기 출시는 SK텔레콤 시장 장악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