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 생태계, 이제 변했다"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

일반입력 :2013/09/03 15:35    수정: 2013/09/03 16:23

손경호 기자

틱톡, 첫눈 등은 서비스로서는 약화됐지만 벤처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 것은 분명합니다.

3일 서울 소공동 롯데 호텔에서 벤처투자회사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주최로 열린 페이스메이커펀드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장병규 대표는 대기업의 벤처기업 인수합병(M&A)을 보는 우려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대기업의 벤처회사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면서 서비스 자체가 약화됐다는 지적은 맞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벤처회사를 이끌던 구성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0년 초 닷컴버블 당시에는 기술력 없는 회사가 설명회를 잘해서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먹튀'하는 등의 문제가 지속됐다. 의욕적으로 사업을 벌였으나 운영 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벤처인들도 여럿이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털이나 벤처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것이 그동안 우리나라 벤처생태계의 현실이었다.

■ 투자 받을 수 있는 '인프라' 늘어나

벤처캐피털을 포함한 벤처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최근 몇 년새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도 늘어났고, 정부가 출자한 모태 펀드 등도 활성화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박 벤처기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는 주요인이다. 그 숨은 공신의 하나가 본엔젤스와 같은 벤처캐피털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기술만 빼먹거나 핵심기술자들만 영입하는 등의 불공정한 행위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SK플래닛이 인수한 틱톡 개발사 매드스마트, 네이버가 인수한 첫눈 등의 벤처회사들은 성공적인 M&A 케이스로 꼽힌다.

장 대표에 따르면 SK그룹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매드스마트를 인수했다. 이 회사의 김창하 대표를 포함한 핵심 멤버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런칭하는 등 경험을 쌓고 있다.

검색엔진 개발을 목표로 탄생한 첫눈은 장 대표가 현재 라인플러스의 신중호 대표와 함께 차린 회사다. 당시 신 대표는 첫눈의 최고기술경영자(CTO)였다.

과거 네이버(전 NHN)는 일본 검색 시장을 잡기 위해 주력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2006년 인수한 회사가 첫눈이다. 결국 네이버의 일본 검색 시장 진출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첫눈 멤버였던 신 대표는 네이버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견인한 메신저 서비스 '라인'을 개발한다. 신 대표가 근무하는 라인플러스는 일본 라인 주식회사, 네이버 등이 투자한 100% 자회사로 해외사업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벤처 출신들 인재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 이택경, 황인준 등 벤처 창업자들 조언

이날 함께 참석한 벤처 창업 1세대들도 이러한 추세에 동의하며 조언을 보탰다. 이택경 다음 창업자(현 프라이머 대표)는 다음 창업 당시만 해도 (벤처환경은) 뭐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황무지였는데 지금 스마트 기기들을 통한 지각변동이 일어난 다음부터 새로운 스타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 지원, 각종 멘토, 초기지원자금 등 벤처회사를 지원할 인프라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수합병(M&A)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또 다시 새로운 벤처를 창업하는 등의 활동이 활발해지려면 등 떠미는 식이 아니라 성공적인 인수합볍(M&A) 사례가 한 두개 더 나오면 공격적인 M&A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벤처인들이 많아야 이들이 후배들을 이끄는 식의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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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참석한 황인준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NHN인베스트먼트 대표로 투자도 직접 경험했었는데 초기 투자는 열정과 경험이 없으면 힘들다며 네이버에서도 본엔젤스와 같은 벤처캐피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중희 올라웍스 창업자(현 인텔 근무)는 벤처는 경영 등의 문제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화와 같다며 정부의 정책적인 활성화 방안으로 이러한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스라엘, 미국 실리콘밸리 문화를 만들기 위해 페이스메이커와 같은 순수 민간 자본 펀드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