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짝퉁’ 게임 욕하던 한국 지금은…

일반입력 :2013/08/23 11:44    수정: 2013/08/24 19:50

스마트폰과 막강한 유통 플랫폼의 등장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이 순식간에 커졌다.

이제는 누구나 모바일 게임 하나 둘쯤 즐기는 시대가 된 반면, 창의력이 상실된 국내 게임업계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아지고 있다. 한탕주의가 사업모델이 돼버렸다는 씁쓸한 지적도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 7월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출현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규모는 급격히 불어났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과 넥스트플로어의 ‘드래곤플라이트’와 같은 국민 게임이 등장했으며 ‘윈드러너’, ‘쿠키런’, ‘모두의 마블’ 같은 대작 온라인 게임 부럽지 않은 효자 게임들도 나왔다.

최근 1년 간 등장한 이런 모바일 게임은 대중들에게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또 취미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순기능을 낳았다. 어느 순간부터 지하철, 버스, 길거리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된 것. 심지어 40~50대 주부부터 50~60대 이상까지 모바일 게임을 큰 부담 없이 즐기는 시대가 됐다.

반면 게임업계는 한탕주의에 빠진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생태계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팡류 게임 하나가 뜨면 이와 유사한 게임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달리기 게임이 인기를 끌면 캐릭터와 배경만 살짝 바꾼 게임이 얼마 안 있어 또 등장하는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다.

시장 흐름이 이렇다 보니 표절 논란이 벌어지고, 이를 지키기 위한 특허 경쟁까지 점점 가열되는 양상이다. 누가 봐도 표절인 게임이 애매한 기준과 복잡한 법 구조로 정당화 되는 시장이 되면서 이제는 비슷한 게임이 나와도 크게 놀랍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한 때 중국에서 짝퉁 게임이 등장했다며 손가락질 하던 국내 게임업계가 이제는 할 말을 잃은 상태다. 표절과 따라 하기에 무감각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비판도 나온다.

업계는 이보다 더 큰 문제로 개발자들의 창작 욕구와 의지가 상업화에 밀려 꺾이고 좌절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결국 국내 게임 산업을 중국 등 경쟁 국가에 뒤처지게 하는 결정적 원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애니팡으로 큰 성공을 거둔 선데이토즈마저 후속작으로 ‘애니팡 사천성’, ‘애니팡 노점왕’ 등 ‘카피캣’ 같은 게임들을 출시하고 있어 업계의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단 뜨고 보자는 심리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울러 업계는 엔씨소프트처럼 온라인 게임 개발 시절부터 이어진 장인 정신으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에 “너무 결과물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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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개발하고 빠르게 소모되는 시장에 맞지 않는 전략”이라는 비판에 수긍을 하면서도, 반대로 “모든 게임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주장에 더욱 힘을 싣는다. 인기 온라인 게임에도 캐주얼 게임인 ‘카트라이더’가 있고 무거운 ‘블레이드앤소울’이 있듯 다양한 게임들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파이가 분명 순식간에 커졌지만 국내 게임 성장동력이었던 개발력과 창의력, 실험정신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회사 규모에 상관없이 한탕주의에 빠져 일단 뜨고 보자는 식의 카피캣 게임들의 등장은 결국 장기적으로 국내 게임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