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는 왜 삼성 아닌 애플 편을 들었을까

일반입력 :2013/08/03 08:35    수정: 2013/08/05 08:28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제조 협력사 삼성전자와 소송중인 경쟁업체 애플 편에 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MS는 인텔 등과 함께 애플의 구형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내려질 수입 금지 조치를 철회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 애플의 해당 제품들은 약 2개월 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정돼, 오는 3일 이후 수입을 금지당할 처지였다.

MS가 삼성전자의 PC부문 파트너이자 애플의 오랜 경쟁자로서 보인 처신 치곤 뜻밖으로 비쳤다. MS의 행보엔 단순한 모바일 단말기와 플랫폼 시장을 넘어 지적재산권 영역의 이해관계가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회사 이름 대신 소프트웨어연합(BSA)이란 협의체 이름을 내걸고 움직였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일단 ITC 결정으로 수입 금지 대상이 된 제품은 아이폰4, 아이폰3GS, 아이폰3G, 아이패드2, 아이패드 모델을 포함했다. 현재 대부분이 단종됐지만 아이폰4와 아이패드2는 중저가 제품 시장을 대상으로 공급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ITC가 건의한 애플 제품 수입 금지가 발효되면 삼성전자가 미국 중저가 스마트폰 및 태블릿 시장에 더 많은 안드로이드폰을 판매할 여지가 생긴다. 중저가 시장은 삼성전자에게도 포기할 수 없는 매출원이다. 회사는 세분화된 시장 요구에 일일이 맞춘 제품을 출시해 점유율을 높이는 '산탄총' 전략을 써 왔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많이 팔수록 MS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지난 2011년 9월 28일 양사가 발표한 크로스라이선싱(상호특허사용계약)에 따라, 삼성전자는 MS의 윈도폰 관련 특허를 활용할 수 있게 됐고 MS는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판매할 때 대당 5달러 미만의 로열티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MS는 지난달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애플 수입 금지를 건의한 ITC 결정을 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MS는 자사와 협력 관계인 인텔뿐 아니라 경쟁 관계인 오라클과 함께 주요 회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BSA의 이름을 걸고 움직였다. BSA는 지적재산권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다.

■BSA가 애플 편 드는 이유

당시 BSA의 입장은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 라이선스 협상 과정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RAND)' 원칙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ITC 결정을 따를 수 없다는 거였다. BSA 측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사례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 필수특허 사용으로 인한 제품 금지가 인정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FRAND 원칙이란 애플과 삼성전자 사이에서 문제가 된 3세대(3G) 이동통신 특허처럼 산업계에서 '필수표준특허(SEP)'로 분류되는 기술을 라이선스할 때, 그 권리자에게 생기는 의무를 뜻한다.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후발업체가 특정 기능을 구현해야 할 때 특허 사용이 불가피하므로, 과한 부담을 지워선 안 된다는 취지다.

해당 특허 소송에서 삼성전자는 자사가 애플에게 'FRAND한 원칙을 제시했다'고, 애플은 '삼성전자가 그렇지 않았다'고 대립해왔다. BSA가 언급한 비일반적 상황이란 이처럼 양측이 SEP 라이선스의 공정성 여부를 놓고 대립하는 경우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ITC가 FRAND 의무를 따랐다는 삼성전자의 입장을 인정함에 따라, 향후 모바일 업계서 회사가 보유한 특허 라이선스의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 BSA의 거부권 요청은 그 회원사들이 향후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과의 협력에 따른 특허 부담을 덜기 위한 견제성 조치일 수 있다.

사실 인텔도 삼성전자와 애플간 진행된 특허 침해 소송에 한 번 거명된 적이 있다. 지난해 8월 15일 주요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아이폰4와 아이패드2에 탑재된 통신칩의 무선통신특허 2건의 권리를 침해당해 3억5천만달러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그 통신칩을 만든 곳이 바로 인텔이 소유한 인피니언 무선사업부였다.

■MS와 삼성전자의 협력

MS가 인텔처럼 삼성전자와 애플간 소송에 특허 관계로 이름을 들이민 적은 없었다. 하지만 MS는 알고 보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안드로이드 진영에 적대적인 업체로 분류된다. 앞서 언급된 양사 크로스라이선스도 사실 평화적 협력이 아니라 MS가 소프트웨어 기술 특허로 안드로이드 진영을 압박해온 전략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지난 4월 MS는 오라클과 구글이 3년간 벌여 온 자바와 안드로이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에 끼어들었다. 앞서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 자바 특허를 침해했다는 오라클 측 주장은 지난해 기각됐다. 오라클은 지난 2월 항소에 나섰고, MS는 양사 항소심 법정서 오라클 지원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MS가 구글에 인수되기 전부터 당시까지 특허 소송 공방을 이어온 제조사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것으로 비쳤다. 앞서 삼성전자, LG전자, HTC, 폭스콘 등 MS와 특허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제조사들과 달리, 모토로라는 맞소송으로 버텨왔다.

MS 입장에선 안드로이드 진영 최강자인 삼성전자를 견제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체결된 특허계약을 통해 짭짤한 로열티 수익을 얻고 있다지만, MS 역시 윈도폰으로 자체 스마트폰 플랫폼을 가꾸는 중이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를 통해 모바일 산업계 영향력을 굳혀 가는 모양새가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표면상 삼성전자는 MS의 윈도폰 비즈니스를 위한 주요 파트너에 속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MS는 제조사 노키아와 독점적인 협력 행보를 지속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등 다른 제조사들과의 관계는 윈도8 기반 태블릿과 컨버터블PC 위주다. 최근 삼성전자는 인텔과 '타이젠' 협력을 선언한 이후 윈도폰 사업에 소극적이다. 올해 출시된 윈도폰 단말기는 중저가형 모델 '아티브S네오' 1종뿐이다.

■MS와 애플의 관계

그리고 달리 보면 애플도 나름대로 MS와 특허 계약을 맺고 있는 동맹 관계다. 지난해 8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과 MS는 스마트폰 특허 침해를 빌미로 서로를 고소하지 말자는 비밀계약을 맺고 있었다. 이 내용은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대놓고 베꼈다며 삼성전자를 고소해 열린 재판에서 밝혀진 것이다.

지난해 8월 14일 영국 텔레그라프 등 외신들은 실리콘밸리 법원에서 애플과 MS가 윈도폰 단말기는 iOS 기기처럼 보여선 안 된다는 일명 '안티클로닝' 조항을 조건으로 한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리스 텍슬러 애플 특허 총괄 임원은 이 디자인 특허를 어떤 형태로든 모방해 만들 권리는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르면 애플은 '모방'에 대항하기 위해 비슷한 계약을 지난 2010년 삼성전자와 맺으려고 했지만 협상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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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MS 윈도폰은 iOS는 물론 안드로이드와도 극단적으로 차별화된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보여준다. 이는 안드로이드 UI가 iOS를 상당히 많이 참조했기 때문이다. 이가운데 삼성전자는 갤럭시S 등 초기 안드로이드 제품에서 '바운스백'같은 애플 UI 관련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애플 입장에선 모바일 경쟁 업체로 MS를 상대하는 편이 특허 라이선스 관련 소송과 분쟁으로 점철된 안드로이드 진영을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덜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MS도 자체 스마트폰 사업을 키우려면 안드로이드 제조사를 함께 견제할 수 있는 애플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