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삼성맨이 앱북 회사 차린 이유

일반입력 :2013/07/24 11:23    수정: 2013/07/24 11:31

남혜현 기자

국산 캐릭터를 쓴 앱북 중 90%를 블루핀에서 제작했습니다. 그간 블루핀과 계약 맺은 콘텐츠가 5천400여건, 실제 앱북으로 제작된 것만 2천500건이에요. 이 콘텐츠를 모두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도록 플랫폼도 만들었습니다.

뽀로로, 코코몽, 깜부, 마법천자문 등 한국 대표 캐릭터의 수출 성공을 가늠할 테스트베드가 열렸다. 국내 벤처 '블루핀'이 만든 어린이 앱북 장터 '키즈월드'는 중국 최대 게임·인터넷 업체 '텐센트'로 부터 30억원을 투자 받아 화제가 됐다.

김정수 블루핀 대표를 22일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이 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분홍 폴로 셔츠를 입은 그는, 대표라기 보단 한창 필드를 뛰는 개발자에 더 가까운 인상이었다. 사투리가 약간 섞인 억양으로, 그는 아동용 앱북을 블루핀을 거치지 않곤 못봐요라며 웃었다.

블루핀은 지난 2009년 7월 문을 연 벤처기업이다. 수익을 내는 대표 상품은 'BMA5'. 아이돌 그룹 같은 이름이지만, 앱북을 만드는 솔루션이다. 국내 주요 아동 콘텐츠가 바로 이 BMA5를 통해서 앱북으로 재탄생했다. 앱북이 별거냐라고 생각할진 몰라도, 이 BMA5는 연 매출 30억원을 가져 온 효자 상품이다.

뽀로로, 폴리 등 인기 캐릭터를 모두 그러모은 키즈월드도 이 BMA5를 바탕으로 나왔다. 김 대표가 블루핀 없인 앱북도 없다고 말하는 자신감은 BMA5에 걸린 특허 때문이다. 인터랙티브 앱북을 만들어 포털로 제공하는 것, 한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에서 보게 하는 N스크린 기술 일부가 블루핀의 고유 기술이다.

누가 봐도 '기술 개발'에 뿌리 박은 블루핀이 '서비스 업체'로 정체성을 바꾼 것은 지난해부터다. 개발 툴만 팔면 단기적으론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생명력이 짧다. 그렇다고 성인 대상 앱북을 만들자니 경쟁이 치열했다. 블루핀이 갖고 있는 고유 기술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해보면 어떨까, 남들이 하지 않는 유아용 앱북이라면 해볼만 하다고 도전해 만든 것이 바로 '키즈 월드'다.

김정수 대표는 3년간 어린이 앱북을 만드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 후엔 콘텐츠를 개발해서 서비스, 유통하는 회사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덧붙였다. 왜 아동용 앱북이냐고 묻는 질문엔 공룡과 싸워서도 승산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성공한 것 같냐고 물으니 남들이 엉뚱한 짓 할 때 우리는 타겟팅을 잘해서 서비스에 투자했고, 지금도 월 3억원은 충분히 벌고 있다며 자신했다.

키즈월드에 대한 소비자 평도 '매우 만족'이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 올라온 리뷰들은 대다수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다. 키즈 월드는 한 마디로 어린이들의 책 놀이동산이다. 처음 본 순간 아이들이 영혼(?)을 뺏길만한 캐릭터들이 늘어서 있다. 애니메이션 동영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부터, 영어나 과학 등 공부와 관련된 체험형 도서까지 다양하다. 다운로드는 무료고, 콘텐츠를 볼 때 비용을 지불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수급하고 개발한 콘텐츠 양만 보면 블루핀 직원들이 대단해 보인다. 김 대표는 밖에서 보면 블루핀에 70~80명이 있는 줄 안다며 웃는다. 그런데 블루핀 핵심 직원은 30명이 전부다. 대부분 김 대표와 4년간 손발을 맞춘 근속 직원들이다. 그는 많은 인력이 필요 없는 것은 개발 솔루션이 잘 갖춰져 있는데다, 전문화한 직원들이 똘돌 뭉쳐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자랑했다. 직원들의 급여, 복지 수준도 업계 최상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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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블루핀을 '글로벌 서비스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잘 나가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개발자 출신이다. 옴니아2까지 그의 손을 거쳤다. 소수만 받는다는 '자랑스런 삼성인상'도 받았다. 그런 그가 창업에 나설 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였다. 창업 4년만에 흑자 회사를 만들었고, 외부 투자도 받았다. 심지어 텐센트로부터 받은 30억원은 미래 투자를 위해 남겨두기까지 했다. 블루핀이 버는 돈만으로도 회사가 굴러가는덴 문제가 없단 설명이다.

2015년말까지 국내선 연 300억원, 해외선 3천억원을 벌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콘텐츠 업체들도 이젠 우리 사업에 비전을 확실히 느낀것 같아요. 경쟁이라기 보다 한 공간에서 같이 키워나가자, 그런 생각인거죠.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서비스가 나온다면 우리 콘텐츠가 해외로 바로 나가는 발판이 생기는 거잖아요. 김 대표는 시종일관 '실현가능한 비전'을 말했다. 그리고, 자주 웃었다. 성공의 달콤한 열매를 미리 맛본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