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 기부금 중단 논란…‘액티브X 꼭 써라?’

일반입력 :2013/07/15 10:53    수정: 2013/07/15 15:59

이유혁 기자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사용의무화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오픈넷이 지난 8일 돌연 기부금 카드결제가 중단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에 오픈넷 측은 액티브X 없는 카드결제를 금융감독원이 막으려 나섰다며 반발했다. 금융감독원이 신용카드사에 압력을 넣어 비액티브X 카드결제를 중단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직전엔 트위터에서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액티브X 사용을 둘러싼 설전이 벌어졌던 터였다. 정부기관이 액티브X 방식 결제를 고수하기 위해 민간기업에 압박을 가한다는 논란이 거세게 확산됐다.

■이찬진 “왜 현대카드만 액티브X 있어야 하나요”

지난 5일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트위터에서 비액티브X 결제 방식과 관련해 설전을 벌였다.

시작은 이찬진 대표가 정 사장에게 날린 트윗이었다. 그는 “조용필의 헬로 앨범을 샀습니다.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없이도 결제가 잘되는 ‘알라딘’에서요. 지난번 책 주문할 때 현대카드가 안돼서 외환카드로 주문했었는데 이번에도 외환카드로 더 편하게. 현대카드는 언제나 지원될까요”라고 적었다.

이에 정태영 사장이 “확인 결과 말씀주신 결제방법은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은 방법이 아닙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이 대표는 “아마 보고받은 내용이실텐데 어떤 규제인지 다시 정확하게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다른 방법도 허용되고 있고 공인인증서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하거든요. 감독원이나 직원 분이나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듯합니다”라고 다시 질문했다.

그는 이후에도 트위터를 통해 현대카드 대신 다른 카드를 사용해 액티브X 없는 결제를 했다며 논쟁을 이어갔다. 정태영 사장의 트위터는 이후엔 침묵했다.

■오픈넷에 걸려온 전화 “카드 결제 못합니다”

그러던 지난 8일 오후 3시 오픈넷 사무실에 카드사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삼성카드, 신한카드, 외환카드 측의 전화였다. 카드사들은 전화를 통해 오픈넷 기부금 결제 중단을 통보했다.

오픈넷 측은 연이은 카드사의 지원중단 통보에 정황파악에 나섰다. 오픈넷 측은 다음날 금감원이 카드사 관계자를 소집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9일 오후 2시 현대카드와 외환카드 관계자를 소집했다. 공교롭게 카드사가 오픈넷에 기부금 결제 중단을 통보한 시점과 하루차이다.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금감원 해코지가 두려워 카드사가 오프넷 기부금 결제를 중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금감원은 논란이 확대되자 공식 트위터를 통해 “오픈넷 기부금 결제 관련, 금융사에 결제를 중단하라는 압력을 넣은 사실이 없다”라며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결제할 시 현대카드만 결제되지 않는 문제점 파악을 위해 카드사 담당자와 함께 9일 회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해당 문제는 카드사와 가맹점 간 계약관계 문제였다”라며 회의 결과를 알렸다.

금감원의 해명에도 오픈넷은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금감원과 카드사가 나눈 대화의 내용을 알 수 없어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정황상 의문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또 비액티브X 결제인 금액인증(AA) 방식이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카드사를 소집해 금액인증에 대한 불신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오픈넷 활동 중인 김기창 교수는 “금액인증은 아무 문제없이 잘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금감원이 금액인증과 관련해 카드사들을 소집해 논란을 키워놨다”라며 “금액인증 관련해 기업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할 만한 상황을 만들어버렸다”고 비난했다.

김 교수는 또 “'금액인증에선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 한마디만 해도 되는데 이마저도 거부해 논란을 키웠다”고 덧붙였다.

금액인증 방식은 금감원 지정 인증방법평가기관의 인증을 받은 결제 방식이다. 지난 5년 간 단 한 건의 허위결제 사례도 존재하지 않는다. 5년 동안의 거래 기록이 누적돼 사실 확인도 가능하다.

김 교수는 “이미 보안성 심사까지 통과해 인증까지 다 한 내용을 갖고 회의를 한다는 것과 결제 방식이 적법하단 결론을 내려놓고 결과 공표도 하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며 “알라딘 논란과 똑같은 상황인데 금감원은 항상 '관련 없다'는 말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액인증 방식 쓰는 알라딘도 카드결제 중단

지난 2009년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금액인증 시스템을 처음 선보였다. 하지만 알라딘의 금액인증 시스템은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해야 했다. 카드사가 거래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보안 문제 탓에 해당 시스템으론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카드사들은 “보안을 철저히 해야되기 때문에 당분간 거래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알라딘이 금액인증 시스템의 보안성 요청을 인증기관에 신청한 상황이었다.

알라딘은 이후 보안성 검증을 마치고 현대카드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들과 금액인증 방식을 재개했다. 관련된 법안도 마련됐다. 지난 2011년 개정된 전자금융감독규정에서 액티브X 설치를 강제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금감원은 시장 사업자 선택에 맞게 자유롭게 보안 프로그램을 선택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도 알라딘은 안심하지 않고 있다. 알라딘 관계자는 “금액인증의 경우 매우 안전한 결제 시스템이지만 카드사들은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라며 “현재는 현대카드 제외하고 다른 카드사와 모두 거래를 하고 있지만 언제 중단 통보를 받을지 몰라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금액인증 방식을 통한 결제 대행을 담당하는 페이게이트도 오픈넷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페이게이트 측은 “금액인증 관련 회의를 진행 했다면 담당 업체인 페이게이트도 참여해야 하는데, 초청조차 없었다”며 금감원에 불만을 표출했다.

페이게이트는 지난 9일 금감원의 카드사 소집 소문을 듣고 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금감원에 전달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끝내 페이게이트를 부르지 않았다.

페이게이트 관계자는 “결제 관련 회의라면 페이게이트도 불러 의견을 물어야 했을 텐데 부르지 않아 의문”이라며 “정상적인 형태의 회의가 아니었다” 주장했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말을 아꼈다. 이들은 사내 홍보부서와 이야기하라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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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9일 회의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외환카드는 금액인증이 가능하고 현대카드는 왜 불가능한지 파악 위해 소집한 것”이라며 “카드사와 가맹점 간 계약관계 문제인 걸로 결론 내렸고 오픈넷 논란과는 아무 관련 없다”고 말하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현재 오픈넷은 외환카드와 비씨카드로부터 기부금 결제를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다시 한 번 받은 상태다. 페이게이트도 카드사들의 계약 해지 통보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