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황당 스마트폰-PC 금지법 논란

일반입력 :2013/07/11 11:57    수정: 2013/07/11 13:23

이재운 기자

美 플로리다주 의회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생겼다. 사행성 불법 도박을 근절하겠다며 시민들의 스마트폰과 PC를 금지할 수 있는 황당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씨넷은 이달초 플로리다주 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사행성 불법 도박 근절을 위한 법안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이 법안은 금지 대상인 불법 도박 슬롯머신을 '도박성 게임에 쓰일 수 있는 단말기 네트워크나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문제는 해당 법안의 표현이 너무 포괄적이라 웬만한 스마트폰이나 PC가 모두 해당된다 것이다. 클루거, 카플란, 실버먼, 캐츤&리바인같은 마이애미 로펌 소속 헌법변호사와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이자 유명 변호사인 앨런 더쇼비츠같은 전문가들이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씨넷 블로거 크리스 매티스치크는 반쯤 농담으로 (해당 법안이 발효된 상황이니) 시민들은 자력구제 차원에서, 길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슬롯머신으로 간주해 압수하려는 경찰들을 피해 지나쳐야한다며 만일 제복을 입은 경찰이 불법도박 기기로 간주된 당신의 갤럭시S4를 내놓으라고 한다면 과도한 저항을 삼가라고 조언했다.

앞서 플로리다주는 인터넷카페(PC방)에서 이뤄지는 불법 도박으로 인한 사회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온라인을 통한 사행성 불법 도박이 성행하는 흐름을 막기 위해 주 의회가 위와 같은 법률을 제정했고, 이 법안은 지난 4월 릭 스코트 플로리다주지사의 승인까지 획득했다.

이로 인해 플로리다주 내의 1천여 개 인터넷카페는 즉시 문을 닫게 됐다. 문제는 이 법안에서 규정한 사용 금지 대상 기기가 소위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모든 기기’로 규정되면서 일반 스마트폰이나 PC, 태블릿PC 등도 모두 금지 대상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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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카페를 운영하고 있던 인크레더블인베스트먼트는 법원을 통해 이 법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인크레더블 측은 ‘사태에 대한 비이성적이고 왜곡된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주지사가 사임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하며 이 법안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또 이번 법안 통과로 이주노동자에게 인터넷 사용 공간을 제공하던 인터넷카페까지 문을 닫게 됐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이 법안의 통과가 사태를 냉철하게 바라보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금지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