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페이스북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일반입력 :2013/07/09 12:10    수정: 2013/07/09 14:14

남혜현 기자

모바일 게임으로 대박칠 시기는 지났다는데, 아직도 기회는 있어요. 오랜 시간 공들여서 좋은 게임을 만들어 글로벌로 출시해야 합니다. 한국 시장만 보고 급하게 만든 게임은 그만큼 빨리 사라지더군요.

'글로벌' 만큼 난해한 단어가 없다. 너나할 것 없이 글로벌로 나가야 산다는데 시도하는 경우도, 성공한 사람도 찾기 어렵다. 신생 개발사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길을 찾지 못해 묻히기 십상이다.

조영종 라쿤소프트 대표㉝를 최근 서울 선릉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기 카카오 게임 '바이킹 아일랜드'를 개발한 그는 지난해 8월 라쿤소프트를 설립했다. 올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터트리고' 외에, 하반기 2종의 모바일 게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업계는 아직 이렇다할 히트작이 없는 신생개발사 '라쿤'에 주목한다. 조영종 대표가 '바이킹 아일랜드'를 만든 장본인이라서만은 아니다. 카카오톡 없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한국 게임 시장에서 겁도 없이 페이스북을 통해 신작 게임 '터트리고'를 먼저 선보인 실험정신이 한 몫했다.

바이킹 아일랜드를 만들고 느꼈던 점이 있어요. 모든 나라별로 버전을 따로 만들어 현지화 해야 하는데 이러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할 확률도 높아지더라고요. 이렇게 하다간 글로벌 회사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카카오에 빠져 있을 때, 그가 눈을 돌려 찾은 플랫폼이 페이스북이다. 조 대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진짜 소셜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자 북미 시장을 개척할 최상의 소셜 게임 플랫폼이다. 이미 외국은 페이스북을 통한 게임 출시에 익숙해져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에 참석한 후 그의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GDC에 가서 글로벌 회사들이 하는 방식을 보고 많은 걸 느꼈죠. 카톡 게임은 일주일안에 승부를 걸어야 해요. 일년에 80개, 100개 이렇게 많이 만들어서 그 중 몇개만 터져라, 이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글로벌 게임회사들은 일년에 10개 정도로 게임 개발에 제한을 둬요. 그만큼 고품질의 게임이 나올 수 밖에 없죠.

그가 빨리 게임을 내놓지 않는 것에 대한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라쿤소프트는 올 하반기 학교를 배경으로 한 소셜네트워크게임(SNG) '마이스쿨'과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디크로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 대표를 비롯한 라쿤소프트 개발진들이 밤낮없이 매달려 버전 업데이트에 열중한다. 마이스쿨은 저사양 스마트폰에서도 1초에 30프레임을 지원한다. 이용자들의 눈이 아주 쾌적한 수준까지 가야 외국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페이스북에 주목한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의 게임 산업 현실 때문이다. 중소 개발사들은 대형 퍼블리셔와 플랫폼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운이 좋아 유명 플랫폼에 게임을 서비스하게 된다고 해도, 적시 마케팅을 하지 못하면 금방 묻혀 버린다. 게임성보다 대형 퍼블리셔의 마케팅에 의존하는 경우가 생길수 밖에 없다.

카카오톡이 좋은 플랫폼이긴 하지만, 경쟁이 심해져 남들에 노출될 기회가 줄어들고 있어요. 게다가 이미 카카오톡엔 대형 퍼블리셔들이 서비스하는 게임들이 선점하고 있고요. 모바일 게임을 하는 사용자 데이터베이스(DB)를 개발사들이 못 가지게 되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죠. 문제는, 개발사들이 카톡 외에 대안을 못찾고 있다는 거에요

페이스북을 잘 활용하면 거대한 소셜네트워크를 미니 게임을 위한 장으로 만들 수 있다. 전세계인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이다보니 현지 최적화로 인한 비용 문제도 줄어든다. 게임에 소셜을 붙이는게 아니라 소셜에 게임을 붙인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발상의 전환이 해외서 통할 것이란게 그의 소신이다.

물론, 페이스북에 게임을 내놓으려면 체력을 키워야 한다. 체력은 다름아닌 게임성이다. 유명 게임의 카피캣은 글로벌 시장선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텐센트가 위챗을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면, 비슷비슷한 게임을 만들던 우리나라 업체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독창성과 게임성을 무기로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고 조 대표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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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쿤소프트는 모험에 대한 보상을 서서히 거둬들이고 있다. 터트리고를 비롯한 라쿤의 신작게임을 원하는 해외 유명 퍼블리셔들이 그와 미팅 중이다. 성공하면, 소규모 개발업체가 게임성으로 인정받아 국외 시장에 진출한 새로운 사례를 쓰게 되는 것이다.

인터뷰 직전, 마라톤 회의를 하다 들어와 끼니를 놓쳤다던 조 대표는 컵라면으로 급하게 점심을 때우며 말했다. 한국에서도 이제 징가나 킹닷컴 같은 게임 업체들이 나와야 해요. 라쿤소프트는 슈퍼셀을 따라 잡을 거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