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와이파이에 대한 심각한 오해

일반입력 :2013/06/23 08:56    수정: 2013/06/24 10:23

5세대(5G) 와이파이, 기가와이파이로도 불리는 802.11ac 무선랜 표준이 확산추세다. 새 표준의 정립과 장비업체의 제품생산이 이어지면서다.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업체, 무선랜 장비업체들은 기가비트급 와이파이란 희망찬 메시지를 연일 쏟아낸다. 하지만 기가와이파이는 그렇게 간단히 만들어지진 않는다.

미국 지디넷은 21일(현지시간) 802.11ac 표준과 5G 와이파이에서 주목해야 할 5가지 사항을 정리했다.

5가지를 종합하면, 802.11ac란 표준과 함께 더 빠른 와이파이는 나왔을 지라도, 기가와이파이는 아직 현실화되지 못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현존 802.11ac 표준, 기가비트 무선랜은 없다

802.11ac 표준의 이론상 속도는 1.3Gbps다. 실제 체험형태로 이용해보는 휴대폰을 통한 802.11ac 접속 속도는 놀랍도록 빠르다.

와이파이 얼라이언스는 802.11ac가 이전 세대인 802.11n의 두배 이상의 데이터 전송률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얼라이언스 측은 이는 HD급 비디오 여러편을 복수의 기기로 동시에 스트리밍할 수 있는 속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론적인 802.11ac의 속도를 그대로 경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1.3Gbps란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속도이며, 실제 사무실이나 빌딩에서는 나올 수 없다.

최고속도에 도달하려면 3개의 데이터 스트림이 필요하다. 각 스트림은 433Mbps 쓰루풋을 가져야 한다. 802.11ac를 지원하는 액세스포인트(AP)는 8개의 데이터 스트림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AP에 붙는 디바이스는 오직 한개만 허용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갤럭시S4에 탑재된 802.11ac를 지원하는 브로드컴 BCM4335 와이파이 칩셋을 보자. 이 칩셋은 오직 싱글 스트림만 지원한다. 최선을 다해봐야 갤럭시S4의 와이파이 속도는 433Mbps다.

비공식적인 802.11ac 지원 무선랜 라우터가 출하된 지는 이제 수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기가와이파이를 지원하는 첫세대인 각 기기들은 테스트베드에서조차 1Gbps를 넘지 못한다. 씨넷의 테스트에서 넷기어 R3600 와이파이 라우터가 가장 빠른 속도를 보였는데, 그 최고 스루풋은 331Mbps였다.

■주파수 도달 거리가 짧다

802.11ac 표준은 와이파이 주파수 대역으로 5GHz만 이용한다. 이전 세대인 802.11n은 2.4GHz와 5GHz를 모두 이용한다. 5GHz 대역은 확실히 2.4GHz 대역에 비해 진동수가 많다. 반면, 그 도달거리가 더 짧다는 점이 맹점이다.

동시에 802.11ac 표준은 빔포밍이란 기술을 기본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5GHz 대역에서 사용가능한 이 기술은 전파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게 아니라, 특정 방향과 특정 폭으로만 확산되게 해준다. 이렇게 되면 802.11ac 신호는 AP에서 단말기로 직선으로 뻗어갔다가 돌아온다.

이를 감안했을 때 802.11ac가 최적의 이용경험을 제공하는 건 8개 정도의 AP가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수백개의 AP가 있는 대규모 행사장 같은 곳이라면, 와이파이 신호를 잡기 위해 AP에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자리잡아야 한다. 때문에 호텔이나 대형 회의실에서 사용자 대부분은 기가와이파이가 깔렸다는 곳에서도 빈약한 통신속돌르 경험할 수밖에 없다.

■AP만 기가와이파이는 무용지물

802.11ac 표준을 지원하는 AP나 무선랜 공유기는 당연히 802.11n이나 802.11g 같은 이전 표준도 지원할 것이다. 하지만 AP에 접속하는 단말기 자체가 802.11ac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기가와이파이는 그림의 떡이다.

현재까지 802.11ac를 지원하는 휴대폰이나 태블릿, 노트북은 극히 드물다. 지금 당장 802.11ac를 지원하는 공유기를 샀다해도 그 놀라운 속도향상은 새 단말기를 사게 될 미래로 미뤄야 한다.

또한, 모든 네트워크는 그 기반 환경의 최저속도 링크에 기반해 최고속도를 낸다. 만약 802.11ac 지원 공유기를 갖고 있다고 해도, 가정의 유선인터넷 속도가 10Mbps라면 기가와이파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돌아온 탕아, AP 채널 간 신호 간섭

2.4GHz 주파수 대역은 이론적으로 14개 채널로 쪼갤 수 있다. 실제로는 신호 간섭 문제 때문에 3~4개 채널만 사용가능하다.

802.11a와 802.11n의 경우는 5G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면서 훨씬 더 많은 채널로 쪼갤 수 있다. 802.11n을 지원하는 공유기라면 신호간섭에 대한 우려를 잊어도 됐다.

반면, 802.11ac는 다시 신호간섭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802.11ac 환경은 80MHz 광대역 채널을 사용한다. 내년부터 나올 2세대 802.11ac의 경우 2배인 160MHz 광대역을 사용한다.

채널 대역폭 기준인 20MHz를 감안하면, 802.11ac 표준은 이전세대보다 4배 넓은 대역폭을 사용하기 때문에 8개로 쪼개던 것을 2개로만 쪼갤 수 있다. 그런데 5GHz 주파수 대역은 국가별로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5GHz 대역의 채널수가 한정된다는 의미다. 미국은 약 5개 채널만 802.11ac 와이파이에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회사에 AP를 배치할 때 과거보다 더 꼼꼼하게 신호간섭문제를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다.

■802.11ac는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를 요구

일단 802.11ac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기가비트급 유선인터넷을 제거할 수 없다. 무엇보다, 현존 802.11ac가 기가비트급 인터넷 성능을 제공할 수 없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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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부분인데, 2세대 802.11ac의 AP는 2개의 기가비트이더넷포트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스위치 포트와 케이블 비용이 이전의 두배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는 AP 투자에서 쉽게 간과될 수 있다.

지금의 802.11ac는 한개의 포트만 필요하다. 하지만 진정한 802.11ac의 확산은 2세대로 나올 내년부터 일어날 일이란 점을 기억하자. 기가와이파이를 위한 내년의 AP 투자는 이전의 2배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