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경력 20년, 윤문석 일선 은퇴

일반입력 :2013/06/21 08:46    수정: 2013/06/21 10:45

한국IT업계에 노익장을 과시해온 윤문석 VM웨어코리아 지사장이 은퇴의사를 밝혔다. 올해 63세. 외국계 IT기업 대표이사 경력 20년 만의 일이다.

지난 20일 윤문석 사장은 여의도에서 열린 ‘VM웨어 클라우드포럼2013’ 행사장에 있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윤 사장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은 그만해야 겠다는 마음이 들어 은퇴를 생각하게 됐다”라며 “은퇴 결심은 사실 1년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1년전 부산에 로드쇼를 갔을 때 호텔 밖 해변을 보고 있었다”라며 “아직 물이 찰 때라 사람들이 바다에 들어가진 않았는데 한 남자가 물에 들어갔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물에 들어간 남자는 들어오는 파도를 피하기 위해 계속 뛰었다”라며 “그 모습이 마치 지금의 내 모습 같이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1년에 4번, 매 분기마감때마다 본사에서 받은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분투한지 어느덧 80분기를 맞이한 시점이었다. ‘분기목표를 겨우 넘기면 또 다른 분기가 찾아오는’ 위기를 반복하며 온몸을 던져야 하는게 외국계 회사 지사장의 운명. 바닷가에서 파도를 넘는 남자에 감정이입이 될 만도 하다.

지난달 말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은퇴를 발표했단다. 그가 은퇴의사를 VM웨어 아태지역 본사 측에 전달한 건 지난 3월이었다. 그러나 본사에서 후임자 물색을 계속 미뤄오다, 지난 5월말 VM웨어 아태지역 사장이 방한했을 때 내부에 공식발표를 했다. VM웨어코리아 직원 대부분이 모르고 있었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그는 “직원들이 외부에서 듣는 것보단 내가 직접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 비밀을 유지했다”라고 말했다.

윤 사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그는 1993년 한국오라클 영업본부장 재직 중 대표이사가 된 뒤 20년 간 외국계 IT기업의 대표이사였다. 한국오라클, 한국베리타스소프트웨어, 시만텍코리아, 한국테라데이타 등을 거쳐 2010년 12월 VM웨어코리아 지사장까지 왔다.

한국오라클 대표이사 시절은 전설로 남아있다. 윤 사장은 한국오라클을 오늘날 같은 자리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오라클을 한국 데이터베이스(DB) 시장 1위 기업에 올려놨고, 오라클ERP의 한국시장 정착까지 그의 무용담은 끝이 없을 정도다. SAP코리아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 포스코에 ERP를 공급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는 성공사례다.

윤 사장은 “이제 선배들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라며 “국내 업계 사람들이 나처럼 60살 넘어서까지 사장을 하는 것을 부러워하고 있을 텐데, 남들이 부러워할 때 떠나야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외국계 IT기업의 지사장 연령대는 40대에서 50대 초반이다. 지사장 연령대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외국계 IT기업 근무자의 은퇴연령도 갈수록 낮아진다. 윤문석 사장과 현장을 지휘하던 50대 중후반 이상의 인물들은 오래전 현장을 떠났다.

윤 사장은 후임자가 결정되고, 업무인수인계를 마칠 때까지 현직을 유지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윤문석 사장은 이제 새 삶을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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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계획을 묻자 “아직 특별하게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웃으며 “바라건대 치열한 일보다는 고문 역할이나 강연, 아니면 구청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들어도 좋겠다”라며 “요즘 선배들을 만나며 이런저런 조언을 듣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그의 앞에 놓여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윤 사장의 은퇴소식을 접한 전 한국EMC 사장, 정형문 액티피오코리아 지사장의 전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