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의 첫 목적은 놀이도구…이유는?

일반입력 :2013/06/09 13:00    수정: 2013/06/09 13:30

손경호 기자

네이트, 싸이월드 3천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7.7분산서비스거부(DDoS), 3.4 DDoS 공격 등 국내외에서 해킹 혹은 핵은 범죄자들이 돈을 벌거나 사회혼란을 초래하는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범죄적인 의미와 달리 초기에 해킹은 순수한 기술적 호기심에서 시작해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로 발달해 온 하나의 사회문화 흐름 중 하나다.

지난 7일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가 주최해 서울 서강대 가브리엘관에서 진행된 '<2013 콜로키움:기술정보문화 연구와 분석으로 지층들>' 세미나에서 조동원 서울과학기술대 IT 정책연구 객원연구원은 해킹의 문화적 의미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실제로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의 글로벌 IT 회사들은 '해커톤'이라는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이는 해커와 마라톤의 합성어도 하루이틀 정도 짧은 기한을 정해놓고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뭔가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국내에서처럼 해킹이나 해커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조 연구원은 해킹은 인간의 적극적인 행위라고 분석했다. 주어진 기술 자체에 대해 개입하려는 적극적인 행위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자동화된 기술과 기계를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에 맞게 활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스마트폰의 설정을 마음대로 바꾸기 위해 탈옥이나 루팅을 감행하는 것도 일종의 해킹이다.

그는 해킹이 불법으로 컴퓨터 네트워크에 침입해 피해를 입히기 위해 바이러스 혹은 악성코드를 유포시키는 부정한 행위를 가리키는 한편 사유소프트웨어의 무단 복제 및 유포의 해적질, 즉 불법복제를 해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1960년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시작된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FLOSS) 개발자들은 스스로를 해커라고 부르고 이 같은 류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과정을 해킹이라고 칭하고 있다.

실제로 빌 게이츠, 스티브잡스, 스티브 워즈니악, 마크 저커버그 등이 모두 놀이도구로서 해킹을 처음 접한 인물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는 해커나 해킹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심지어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기업철학으로 '해커의 길'을 내세우기도 한다. 저커버그는 이를 두고 끊임 없이 뭔가를 재빨리 만들어보고 개선하고 재시도하는 일에 몰두하는 태도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해킹, 해커의 개념이 나오기 시작한 초창기인 1958년에는 미국 한 국립연구소에서 히긴보섬 연구원이 오실로스코프라는 측정기기를 이용해 점으로 공을 표현하는 테니스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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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연구원은 이후 1980년대 컴퓨터 네트워크가 일반화되면서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무단 침입으로 규정된 해킹이 서서히 많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전자게시판(eBBS)을 중심으로 지역을 연결하는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금품을 노리는 컴퓨터 범죄나 정부기관 군사시설 컴퓨터에 대한 무단 접근 및 반핵 항의와 같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해킹들이 등장했다.

그는 해킹의 역사에는 다양한 의미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 중 지배적인 이미지로 각인된 사이버 범죄만을 바라보는 것은 논의를 좁히는 것은 복잡한 기술과 문화정치를 차단시키는 것이라며 해커와 해킹은 IT문화의 핵심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