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수사대]⑫中에 약탈당한 韓온라인 게임

일반입력 :2013/05/25 19:01

손경호 기자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창설된 지 13년이 지났다. 2003년 전국 대부분의 인터넷망을 불통으로 만들었던 1.25 인터넷 대란에서부터 2009년 수십만대의 좀비PC가 동원돼 청와대 등 주요 정부사이트를 마비시킨 7.7 분산서비스거부(DDoS) 사태까지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현장에서 해킹범을 검거하기 위한 사이버범죄수사에 분투해왔다. 사이버범죄수사 13년을 맞아 인터넷 공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때 그 사건'을 돌아보고 현재 시점에서 주는 의미를 반면교사 해본다. [편집자주]

한국에서 돈 벌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 사이버 머니를 팔아 벌어 들인 돈만 1천5억원이다. 원래는 온라인 게임아이템 중개사이트를 운영했었다. 그런데 하다보니 욕심이 났다. 사이버 머니만 어떻게해서든 확보하면 이를 팔아 현금화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마음 맞는 사람들을 구해 중국 길림성으로 향했다. 그곳에 작업장을 차렸다.

약 2년 동안 판매한 사이버 머니만 1천5억원이다. 이중 절반 가량은 한국에서 중국으로 들여왔다. 나머지 102억원은 게임이용료로 지불했다. 그 대가로 판매금액의 5%~10%를 수수료로 챙겼다.

혹시나 IP가 추적당할까봐 작업장용 게임계정들은 보안이 허술한 한국의 학교나 전자상거래 사이트 등을 경유한 뒤 가상사설망(VPN)을 거친 IP를 통해 개설했다.

이미 중국에서는 IP차단을 회피하기 위해 해킹한 사이트 주소 목록들이 거래되고 있었다. 온라인 게임사, 게임아이템 중개업체, 일반 사용자들이 모두 해킹 대상이었다. 한국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얻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해킹되고 있다.

2005년 경찰청 사이버 테러대응센터는 '***뱅크', '***아덴' 등의 이름으로 개임아이템 중개사이트를 운영하던 명모씨 등 피의자 50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불법거래를 통해 번 돈 중 605억원을 중국으로 유출하려다가 덜미가 잡혔다.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이들이 9명, 불구속 24명, 수배 7명, 중국 인터폴에 통보한 피의자가 10명이다.

이들 일당은 지난 2003년 1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중국 길림성 등에 머물며 국내 5만3천여명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게임계정을 만든 뒤 해킹이나 작업장 등을 통해 1천억원 이상을 거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98년 초기에만 해도 이용자들 간에 게임 캐릭터를 교환하는 수준에 그쳤던 거래는 이용자가 증가하고, 게임 아이템을 금전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사무실에서 수십 명을 고용해 대량으로 게임아이템이나 사이버 머니를 만들어내는 일명 '작업장'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경찰에 따르면 2005년 당시만해도 중국 내에 운영되는 작업장은 1천곳에 달하며 생산규모 역시 한국 내 거래되고 있는 게임아이템의 95%로 9천500억원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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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된 금액을 한국에서 중국으로 유출시키기 위해서는 주로 귀화한 조선족이나 국내인 명의로 개설한 은행계좌가 이용됐다. 또한 한국무역업체가 중국업체에게 물품대급을 지급하는 것처럼 위장해 밀반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중국 내 아이템을 수집해 한국에 파는 대신 한국인 브로커를 통해 출입국시 판매대금을 밀반출하는 사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