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클라우드…델 '포기' VM웨어 '진입'

일반입력 :2013/05/22 15:14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이 또 한차례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아마존의 독주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HP, IBM 등이 참전했던 시장에서 델이 이탈하고, VM웨어가 서비스공급자로 나섰다.

■델, 클라우드 서비스 대신 서비스 브로커

2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델은 VM웨어 기반으로 운영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관련 인력들에 해고통보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부엔 300명의 직원이 근무중이었다.

델은 직접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신 외부 파트너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하는 서비스 브로커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델 퍼블릭 클라우드를 이용중인 가입자는 다른 서비스사업자로 이전해야 한다.

델은 VM웨어의 V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통해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VM웨어 환경의 서비스로서의 인프라(IaaS)는 오픈스택이나 다른 클라우드 플랫폼과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늘어나는 운영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델은 대신 오픈스택 커뮤니티의 클라우드 관리툴 투자를 통해 퍼블릭 클라우드에 대한 접근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얼마전 인수한 크로스 플랫폼 클라우드 인프라 관리툴업체 엔스트라티어스를 통해 다양한 파트너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하고 통합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VM웨어, 퍼블릭 클라우드로 SW매출 상승 유도

델이 VM웨어 기반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포기하듯, 파트너의 이탈에 VM웨어는 직접 퍼블릭 클라우드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작년부터 그치지 않고 흘러나왔던 VM웨어의 서비스사업 진출이 현실화된 것이다.

VM웨어는 21일 V클라우드 하이브리드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VM웨어 V클라우드 하이브리드 서비스는 현재 ESXi 하이퍼바이저 사용고객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려 할 때 이용할 수 있는 IaaS형 퍼블릭 클라우드다.

현재 VM웨어 환경 데이터센터를 운영중인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에 별다른 수정을 가하지 않고 쉽게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과 연동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SAP HANA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이다. 3천700개 애플리케이션과 2천여 SW개발사가 인증했다.

사용모델은 두 종류의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나뉜다. 첫째는 물리적으로 전용장비 자원을 할당받는 1년 약정 서비스이며, 1GB 메모리 가상 프로세서 1개 기준 시간당 13센트다.

다른 하나는 클라우드 상에서 자원을 다른 고객과 멀티테넌트로 공유하는 모델이다. 이는 월 단위로 이용할 수 있고, 1GB 메모리 가상프로세서 1개 기준 시간당 4.5센트다.

VM웨어는 전세계 48만 기업고객과 3천600만개 가상머신(VM)을 잠재적인 고객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아마존웹서비스나 구글, MS 솔루션을 이용중인 기업을 빼앗으려는 의도는 아니란 분석이다.

VM웨어 V클라우드 하이브리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VM웨어의 V스피어와 별도로 V클라우드 디렉터 등의 스택이 필요하다.

VM웨어는 가상화 하나로 굴지의 IT기업 자리에 올랐지만, IT환경이 클라우드로 진화하면서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 서버 가상화 이후 클라우드 구축, 관리 플랫폼 전체로 SW사업 범위를 확대해야 하지만, 비용을 앞세운 오픈스택, MS 하이퍼V 등의 공세에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만약 기업들이 단순히 SW 라이선스 추가 구매만으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구축할 수 있게 하면, V스피어 이후 난항을 겪어온 V클라우드 스위트의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동시에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의 VM웨어 환경 구축을 유도할 수도 있다. VM웨어는 V클라우드 하이브리드 서비스를 위해 자체적인 데이터센터를 세우지 않았다. 대신 전세계 서비스 프로바이더를 파트너로 지정해 자사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

■아마존-구글-MS, 가격경쟁에 기능경쟁

또다른 움직임도 있다. AWS와 구글, MS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의 가격을 연일 인하하면서 첨예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의 주요 사업자들이 서비스 개선과 가격인하를 하는 틈바구니에서 델이 VM웨어 기반 서비스를 유지하는 건 힘들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구글은 최근 열린 구글I/O를 통해 자사의 구글컴퓨트엔진 서비스를 공식 출시하면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클라우드데이터스토어란 NoSQL DB를 선보였는데, 이는 NoSQL이면서 유사SQL언어로 질의를 처리하고 ACID 트랜잭션을 보장한다. PaaS는 PHP를 추가했다.

델의 자체적인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포기와 VM웨어의 정반대 행보, 그리고 기존 서비스사업자의 경쟁구도는 향후 시장 정립의 형태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솔루션 사업을 중심으로 커온 VM웨어가 서비스부터 시작했던 아마존과 구글과 얼마나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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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시점마다 완성된 제품을 내놓는 솔루션 사업과 달리 서비스 사업은 끊임없이 개선을 해나가는 업그레이드 지속성이 관건이다.

솔루션 판매에 뿌리를 둔 MS가 빙, 애저 등으로 고전하는 건 솔루션업체가 서비스업체로 변신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증명한다. 델이 서비스를 포기하고, 파트너의 서비스를 자사 솔루션과 묶어 '판매'하는 브로커로 변신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