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빅데이터 SW인증'인가

일반입력 :2013/05/22 08:42    수정: 2013/05/22 08:48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빅데이터 소프트웨어(SW) 품질 평가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일각에서 그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빅데이터SW 품질 평가기준을 만들어 '굿소프트웨어(GS)인증' 체계에 적용하겠다는 TTA의 목표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TTA는 지난주 '빅데이터SW품질평가모델개발용역'을 발주했다. 주목적은 국내 출시되는 빅데이터SW를 시험, 인증하고 서비스수행에 필요한 품질을 평가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요약됐다. 빅데이터 SW ▲시험수요 대응역량 확보 ▲시험과 인증 수행시 평가모델 활용 ▲시험기술 교육자료 활용, 3가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TTA쪽은 밝혔다.

입찰관련 일정은 22일 입찰설명, 28일 입찰등록마감, 다음달 3일 입찰 순이며 기술과 가격을 분리한 2단계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업기간은 계약일부터 오는 11월30일까지다. TTA는 개발용역 예산 약 2천500만원을 들여 평가모델 개발을 마친 뒤 내년 'GS인증'시험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빅데이터 관련 사업을 수행중이거나 의뢰를 받았던 민간 실무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TTA는 용역발주를 위해 '빅데이터SW가 수적으로 증가 추세'라고 전제했지만 업계인들의 생각은 판이하다. 애초부터 빅데이터는 SW와 다른 개념인데 TTA가 그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을 벌였다는 분위기다.

그간 빅데이터란 용어가 업계서 명확히 합의되지 않은 채 남발되는 경향을 보여온 건 사실이다. '빅데이터 기술' 또는 '빅데이터SW'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요소기술 전문업체들이 자기 분야의 신기술과 전략을 통해 업계 흐름에 대응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를 조장했다.

다만 최근들어 그게 단일한 범주로 수렴될만한 기술이나 플랫폼은 아니라는 견해가 중론이다.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특정 기술 도입을 통해 단기 프로젝트로 마무리할 수 있는 성격의 활동만으로 빅데이터 사업을 수행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빅데이터SW의 품질을 평가하겠다는 시도는 마치 저울이나 줄자 정도로 물체의 경도, 탄성, 부피, 마찰력같은 모든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려는 것처럼 비친다.

국내 모 관련업체 수석엔지니어 A 씨는 아직 빅데이터 영역에서 어떤 제품이 있는지, 어떤 방식과 아키텍처가 좋은지, 어떤 새로운 것들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뭘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런 인증 방식이 기존 사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까 무섭다고 우려했다.

빅데이터 대응의 전제조건은 '데이터 활용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요약된다. 오픈소스 하둡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데이터웨어하우스(DW) 및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등 기존 데이터처리 기술을 복합적으로 동원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연구용역을 발주한 TTA의 생각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빅데이터SW 평가모델을 새로 만드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정작 세부 평가기준은 외국 사례에 준하기 위해 ISO/IEC9126, 25051, 14598, 25000 등 기능성, 사용성, 유지보수성을 포함하는 기존 SW품질 평가용 국제표준을 참조할 듯하다.

TTA SW시험인증연구소 SW시험평가단 장종표 팀장은 지난해 컨설팅 등을 통해 수렴한 솔루션업체들의 의견에 따르면 빅데이터 관련 기술과 제품이 많이 늘어나 기술 인증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 것으로 예상됐다며 빅데이터SW에 해당하는 평가절차와 방법을 만들 필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빅데이터SW는 빅데이터를 수집, 저장, 분석하는 등 처리단계별 대응기술을 모두 포함하는 솔루션을 가리킨다. 이 경우 데이터베이스(DB), 컴플렉스이벤트프로세싱(CEP), 데이터통합, DW, BI같은 과거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는 단순히 기존 제품만 뭉뚱그려도 빅데이터SW로 포장해 인증을 의뢰할 수 있다.

TTA 쪽에 일반 데이터처리기술과 빅데이터 처리기술을 구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었다. 수집, 저장, 분석이라는 단계별 데이터처리기술을 보유했으며 수백만원 이상 인증수수료를 낼 수 있는 SW업체이기만 하면 TTA에 빅데이터SW 인증을 요구할 수 있다.

장 팀장도 향후 빅데이터SW 품질평가모델을 적용할지 여부는 피인증업체가 제품에 대한 GS인증 의뢰하는 과정에서 TTA와 상담을 통해 어느 영역에 특화된 SW인지, 적절한 시험방법은 어떤 것인지 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TTA가 빅데이터SW라는 실체가 불분명한 대상의 평가모델을 만든다는 용역을 발주함으로써 업계가 기대할 수 있는 혜택은 지금으로선 불분명하다. 현시점에선 빅데이터SW 평가모델의 필요성도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모양새다. 이렇다보니 단지 TTA의 GS인증사업 기회를 만들어낼 뿐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왔다.

엔지니어 A씨는 (GS인증은) 인증 못받은 솔루션은 나쁜 솔루션이란 의미가 돼버리는 제도의 맹점이 있다며 문제는 왜 돈을 내야만 좋은 솔루션이 되고 내지 않으면 나쁜 솔루션이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TTA의 GS인증에 대한 비판은 이번 평가모델 개발 시도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민간의 피인증업체가 GS인증에 드는 비용대비 얻을 수 있는 실효적 혜택은 희박하다는 이유에서다. 대개 영세한 규모의 국내 SW개발업체에겐 적게 800만원 가량부터 많게 1천만원도 넘어가는 건당 인증비용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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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 지식경제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유관조직에서 일했던 책임급 실무자도 SW업계서 GS인증심사비용이 비싸다는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버전 하나 바뀌어도 몇백만원에서 1천만원 수준에 이르는 SW제품에 대해 재인증을 받아야 하는 방식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많았다고 언급했다.

GS인증을 받은 SW는 '중소기업진흥 및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 공공정보화사업의 우선구매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GS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을 공공정보화 솔루션 공급시장 경쟁에서 배제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컸다. 빅데이터 평가기준을 포함한 GS인증은 부작용을 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