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은 블루투스, 女는 와이파이" 무선 통신의 진화

일반입력 :2013/05/20 13:40    수정: 2013/05/20 15:17

봉성창 기자

남자는 블루투스고 여자는 와이파이라는 말이 있다. 블루투스는 가까이 있으면 연결되고 멀리 있으면 곧 바로 다른 기기를 검색하는 반면 와이파이는 사용 가능한 모든 기기를 찾은 다음 가장 강력한 기기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조금만 멀어지면 다른 이성을 갈구하는 남성과 주위에서 최고의 상대를 추구하는 여성의 연애관 차이를 무선 기술의 특성에 절묘하게 빗댄 표현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도 이 같은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새로운 스마트기기 운영체제들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무선통신 규격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무선통신 규격은 PC로 따지면 USB와 이더넷 포트의 확장으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즉 USB를 대체하는 것이 블루투스이며 이더넷을 대체하는 것이 와이파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블루투스는 액세서리와 같은 부가장치와, 와이파이는 주로 인터넷 연결에 사용돼 왔다. 물론 블루투스로도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며, 와이파이도 와이파이 다이렉트를 통해 액세스 포인트(AP)없이 다른 기기와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6일 개막한 구글 IO 2013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차세대 안드로이드OS 코드명 키라임파이에는 블루투스 스마트 레디를 기본 지원한다는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구글글래스와 같은 굵직한 이슈에 다소 묻힌 감이 있지만 상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블루투스 스마트 레디는 현재 아이폰4S 이상을 비롯해 대부분 최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지원하고 있는 블루투스 4.0과 같다. 따라서 특별히 새로운 기술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블루투스 SIG에서 향후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블루투스 스마트 레디 인증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로 인해 블루투스 스마트 디바이스 개발자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보다 원활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블루투스 4.0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저전력이다. 블루투스 기기들은 상시적으로 연결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전력 소모에 예민하다. 특히 액세서리들은 제품 크기를 줄이기 위해 배터리 용량이 상당히 작은 편이다. 이러한 점에서 블루투스 4.0은 와이파이에 비해 액세서리 연결 측면에서 강점이 많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OS에서 블루투스 스마트 레디를 기본 지원하게 되면서 한동안 블루투스 진영은 강력한 우군을 얻게 됐다. 이는 최근 블루투스를 위협하는 기술로 부상한 와이파이 다이렉트와의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나갔음을 의미한다. 블루투스는 4.0에서 한층 저전력으로 구동되면서 보안이 향상된 코드네임 ‘부다페스트’를 올해 하반기 발표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블루투스는 무선통신 대세 규격으로 자리를 굳건히 할 전망이다.

와이파이 진영도 강점을 더욱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눈길을 끄는 행보로 지난 3월 발표한 와이기그와의 통합을 꼽을 수 있다. 와이기그는 지난 2009년 12월 델, 삼성전자,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30여개 업체가 참여해 만들어진 새로운 무선 통신 규격이다. 60GHz 대의 주파수를 활용하며 기존 와이파이보다 20배나 빠른 속도를 내지만 전송 거리가 10m 이내라는 단점도 있다.

와이파이 기술을 통합 관리 및 인증하는 와이파이 얼라이언스는 와이기그에 대한 상호운용성 테스트에 들어갔으며 오는 2014년 본격적으로 보급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ABI 리서치는 와이파이와 와이기그 기술 모드를 탑재한 기기의 연간 출하량이 오는 2016년까지 18억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신 와이파이 규격인 ‘802.11ac’ 역시 본격적인 대중화를 모색하고 있다. 기가비트 와이파이로 잘 알려진 802.11ac는 주로 5GHz 대의 주파수를 사용하며 갤럭시S4와 베가 아이언에 탑재됐다. 이론상 최대 6.93Gbps 속도를 내며 이는 기존 802.11n 규격의 3배나 빠르며 6배 이상 전력 효율이 뛰어나다.

802.11ac 속도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AP가 필요하다. 국내서도 이를 지원하는 공유기가 적게나마 이미 나왔다. 따라서 유선랜 속도만 뒷받침되면 무선으로도 기가비트급 인터넷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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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와 와이파이는 앞으로도 계속 스마트 기기의 근거리 무선통신 환경에서 저마다 역할을 가져갈 전망이다. 이들 기술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고 쓰임새가 달라 당분간은 어느 한쪽으로 통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최현무 블루투스SIG 코리아 지사장은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는 앞으로도 계속 공존할 것으로 본다”며 “IT기기의 중심축인 스마트폰만 보더라도 아직까지 어느 한 쪽을 완벽하게 대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