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명 호텔도 윈도XP…'엇 오류창이다'

일반입력 :2013/04/26 08:52    수정: 2013/04/27 08:59

[라스베이거스(미국)=임민철 기자]윈도XP가 미국의 한 유명 호텔에서 연중무휴로 가동중인 엘리베이터용 디스플레이광고 시스템에도 여전히 쓰인다. 그 안정성에 대한 신뢰보다는 조직내 관리책임자의 무관심 때문으로 보인다. 호텔 규모상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해서 같은 변명은 통할 여지가 없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는 윈도XP를 모든 숙박자와 방문객이 접할 수 있는 주 엘리베이터 내부 디스플레이광고 시스템에 탑재해 운영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윈도XP는 개발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1년이내 지원중단을 예고하면서, 보안위협이 우려되니 새 윈도 시스템으로 교체하라고 권고까지 내린 낡은 운영체제(OS)다. 빈번한 글로벌컨퍼런스나 전시장, 일반 관광이나 카지노 등으로 대규모 숙박객을 유치해온 호텔에서 사용연한이 1년도 안 남은 기술을 사용중이란 점은 쉽게 수긍되기 어려워 보인다.

호텔이 윈도XP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방문자나 숙박객에게 디스플레이를 보여준 시점은 언제일까.

지난 1999년 호텔이 문을 연 시점부터 엘리베이터에 윈도XP 기반의 디지털디스플레이 광고를 도입했을 가능성은 없다. 윈도XP가 지난 2001년 출시됐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에 디스플레이광고가 탑재된 시점은 객실 증축 시기로 알려진 2003년 이후부터 윈도XP 후속판인 '윈도비스타'가 출시된 2006년 사이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호텔은 MS에서 윈도비스타, 윈도7, 윈도8, 3개 OS를 출시한 7~10년동안 1번도 OS 업그레이드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호텔측이 시스템업그레이드에 투자해야 할 비용을 부담스러워 해서였을까. 이는 '천만의 말씀'이다.

호텔은 스위트룸 1천600개를 포함한 4천개 이상의 객실, 1만3천평 이상의 인공모래사장을 포함한 인공해변 만달레이비치, 1만2천석 규모의 이벤트 센터, 1천800석 규모의 콘서트장 하우스오브블루스, 일반 해양생물뿐아니라 수십종류의 상어도 볼 수 있는 수족관 샤크리프 등 투숙객 전용 대형시설을 갖춘 카지노리조트다.

이렇다보니 하룻밤 숙박료가 최소 100달러 이상이다. 비쌀 때는 그 너댓배도 넘어간다. OS를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이 호텔 전체 1일 매출의 1천분의 1이라도 차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디스플레이광고 시스템이 탑재된 숙박객용 엘리베이터는 24기에 불과하다. 수백~수천대 PC를 관리하는 조직이 도입하는 기업용 볼륨라이선스 계약 방식이 불필요했다면 1일 숙박료로 1카피 이상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용 패키지(FPP)를 사는 걸로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관리책임자 입장에선 여태 윈도XP가 안정적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교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엘리베이터의 디스플레이광고가 제대로 가동중일 경우의 얘기다. 적어도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1기 이상의 엘리베이터에 탑재된 윈도XP 시스템이 장애를 일으켜 광고표시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호텔 관계자는 호텔 내부의 디스플레이광고 시스템들은 호텔 마케팅 부서의 소관이라며 아마도 엘리베이터 내부에 탑재된 것 역시 그 쪽에서 담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부서의 연락처를 통해 시스템 담당자에게 문의를 시도했지만 해당 관계자로부터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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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측은 엘리베이터의 광고디스플레이 시스템이 망가진 것 정도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을 비춰본다면 윈도XP의 사용연한이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알고 있더라도 OS 업그레이드를 고려할만큼 관심을 기울일 여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호텔은 여러 호텔 방문자와 숙박객들에게 윈도XP 자체의 수명연한과 별개로,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광소시스템 때문에 '이런 호텔에서도 윈도 오류창을 띄우네' 같은 반응을 유도하며 망신살을 뻗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