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N 국면전환을 꿈꾸다 '오픈데이라이트'

일반입력 :2013/04/22 13:57

세계 IT거인들이 집결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연합체 ‘오픈데이라이트’가 출범했다. 시스코, IBM, 레드햇, 마이크로소프트(MS), 빅스위치 등 데이터센터 관련업체 대부분이 참여한 범 개방형 네트워크 연합체다.

오픈데이라이트는 이달 7일 공식 출범을 선언하고 오픈소스 기반의 표준 SDN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리눅스재단이 주도하며, 시스코, IBM, MS, 레드햇, 빅스위치, 브로케이드, 주니퍼네트웍스, 에릭스, 시트릭스 등이 플래티넘 스폰서로 참여했다. 이밖에 VM웨어, NEC 등이 골드 스폰서로, HP, 델, 아리스타, 인텔, 누아지네트웍스(알카텔루슨트), 플럼그리드 등이 실버 스폰서로 등록했다.

오픈데이라이트는 오픈소스 SDN 컨트롤러와 가상 오버레이 네트워크, 프로토콜 플러그인,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및 프로그램 가능한 인터페이스 등의 개발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오는 3분기 정식 코드가 공개될 예정이다.

그동안 SDN 분야는 학계와 구글, AT&T, NTT 등 서비스업체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벤더 종속없는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해보자는 움직임에서 출발한 SDN은 오픈플로란 오픈소스 프로토콜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SDN 바람 속에서 기존 벤더들은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줬다.

오픈데이라이트는 그동안 주도권을 쥐지 못했던 벤더들이 뭉쳐 SDN 흐름을 주도하려는 노림수다. 때문에 기존 개방형 네트워크를 주도해온 진영으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오픈데이라이트 주도 시스코 ‘태도변화 or 전략’

오픈데이라이트는 공식 출범 이전부터 화제였다. 당초 SDN 분야에 미온적인 이미지를 줬던 시스코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네트워크업계 독불장군의 대명사였던 시스코의 참여만으로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시스코는 그동안 업계표준 작성을 위한 각종 연합체와 대립하면서, 독자 행보를 고집했었다. 그러던 시스코도 최근 2년 사이 아파치, 오픈스택, 리눅스 등 오픈소스 재단을 적극 지원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긴 했다.

데이비드 옌 시스코 데이터센터그룹 수석부사장은 최근 텔레프레즌스를 통한 기자간담회에서 오픈데이라이트의 의의를 “업계리더들이 리눅스 재단 아래서 형성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기업들이 SDN을 채택하고 혁신하도록 하는 걸 목표로 한다”라며 “기업의 SDN 도입을 실현하기 위해 벤더들이 지원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오픈데이라이트는 업계 전문업체들이 머리를 맛대고 SDN 환경의 기업 도입을 앞당기기 위한 움직임이다. 그동안 중구난방으로 개발됐던 SDN관련 기술을 통합해 어디서나 활용가능한 개방형 표준을 만든다는 것이다.

오픈소스의 정신과 이점을 살려 자유로운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SDN 프레임워크 개발속도와 완성도를 빠르게 높이겠다는 의도도 있다.

공식적으로 오픈데이라이트는 컨트롤러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가상 네트워크, 자바 기반 프로토콜 플러그인,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및 프로그램 가능한 인터페이스 등의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현재 다운로드 가능한 오픈데이라이트 컨트롤러는 1.0 버전이다. 이를 기반으로 노스바운드API로 오픈스택, 클라우드스택 등과 연동되며, 사우스바운드 API로 오픈플로 네트워크 환경을 제어한다. 시스코가 자사의 오픈네트워크환경(ONE) 컨트롤러를 기증했다.

데이비드 옌 부사장은 “현재 사우스바운드 API모듈을 통해 오픈플로 1.0 아키텍처에 추가함으로써 사용할 수 있다”라며 “자바 번들에 들어가는 HA 모듈을 시스코에서 기증했고, 다른 벤더와 고객사들이 여러 애플리케이션 모듈을 자유롭게 개발해 사용하고, 프로젝트에 기여하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오픈플로 컨트롤러 ‘플러드라이트’를 보유한 빅스위치도 컨트롤러 고도화에 기여한다. 시스코에서 기증한 컨트롤러 코드를 기초로 하지만, 자유롭게 코드를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IBM, MS, 레드햇, HP, 델, 브로케이드, 주니퍼, 아리스타, 인텔 같은 회사의 소속 개발자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운영사례를 개발해 기여한다.

오픈데이라이트의 라이선스는 자바영역에서 주로 활용되는 EPL(Eclipse Public License)이다. 코드를 수정해 사용하거나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더라도, 코드 자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오픈데이라이트는 ONF를 하위로 끌어내리려는 노림수?

오픈네트워킹파운데이션(ONF) 주도의 오픈플로는 향후에도 별도로 존재한다. 오픈데이라이트는 사우스바운드API에 집중했던 ONF에 비해 노스바운드API와 전반적인 클라우드 매니지먼트 자동화란 큰 틀에서 접근한다.

옌 부사장은 “오픈데이라이트 프로젝트의 목표는 두 가지로 첫 번째는 컨트롤러, 사우스바운드 및 노스바운드 API, 관련 툴과 서비스 기능을 포함하는 완벽한 SDN 컨트롤러 스택을 개발”이라며 “이 보다 더 광범위한 목표가 바로 애플리케이션, 툴, 서비스 전달은 물론 시장 지원도 가능한 컨트롤러 스택 전반을 구축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픈플로진영은 그동안 컨트롤 플레인과 데이터 플레인을 구별하고, 하부 데이터 플레인의 관리분야에 집중했다. ONF가 클라우드 플랫폼 상의 네트워크 환경 관리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오픈데이라이트는 ONF의 오픈플로 버전 고도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비드 옌 부사장은 “ONF는 오픈데이라이트 프로젝트의 공식 멤버는 아니지만, 프로젝트 태동 초기 단계부터 관여해왔다”라며 “오픈데이라이트와 ONF 모두 유사한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 오픈데이라이트 프로젝트의 초창기 목표 중 하나는 ‘사우스바운드’ 오픈플로우 플러그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픈데이라이트의 첫 코드 공개와 별도로, 시스코는 개발자 활용이 가능한 코드를 포스팅하고 있다.

옌 부사장은 “오픈데이라이트 코드 자체의 가용성 측면에서만 본다면 시스코의 경우는 이미 개발자들이 활용 가능하도록 코드 포스팅을 시작했다”라며 “이에 첫 번째 공식 릴리즈, 즉 구현 가능한 완벽한 패키지는 올해 3분기 정도에는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시스코는 올해 6월 시스코ONE 컨트롤러 SW 발표 후 추가적인 모듈을 공개할 계획”이라며 “트러블 슈팅, 인증, 슬라이싱 등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6월말 개최될 ‘시스코라이브’ 행사에서 SDN 컨트롤러를 위한 모듈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그는 크게 3가지 정도의 모듈이 공개될 것으로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우선,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다. 공유된 물리적 네트워크를 논리적 네트워크로 파티션하는 기술이다. 다음은 네트워크 태핑으로 모니터링, 분석, 디버깅 등을 네트워크 플로 상에서 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세 번째는 세 번째는 커스텀 포워딩으로, 어떤 조건을 구체적으로 설정해놓고, 그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네트워크 패킷이 엔지니어링된 경로 통해 바로 포워딩되는 기술이다.

■벤더 중심의 SDN '꼼수인가, 반성인가'

오픈데이라이트의 출범은 벤더 중심의 SDN이란 큰 틀로 읽힌다. 고객에 빼앗긴 시장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위기감의 발로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실제로 오픈플로가 발전하면서 그 개발을 주도했던 서비스업체들이 각자 개발한 SDN 기술을 솔루션 및 서비스 형태로 사업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T업체의 먹잇감을 고객이 취하겠다고 달려드는 형국이다.

오픈데이라이트를 통해 벤더는 기술을 선도하는 건 자신들임을 증명할 수 있다. 경쟁적인 개발참여를 통해 기업에서 개발해낸 오픈데이라트 성과보다 항상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면 가능하다.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빼앗기지 않으려 지연전략을 펴는 것이란 삐딱한 시각도 존재한다.

기존 네트워크는 제공업체의 장비마다 제각각인 하드웨어에 기능이 좌우됐다. 멀티 벤더로 네트워크 환경을 구현하려는 기업은 장비업체에서 제공하는 성능과 기능이 저마다 달라 인프라 관리 자동화는커녕 통합적인 관리조차 불가능했다.

SDN과 오픈플로는 네트워크 상의 하드웨어 종속에서 벗어나 SW로 모든 네트워크 환경을 구성함으로써 벤더 종속에서 탈피하자는 의도에서 발전하고 있다. 이는 기존 네트워크업체의 차별성을 무너뜨리고, 저가 장비 판매 중심으로 장비업체를 몰아넣는다. 그러므로 장비업체가 SDN과 오픈플로를 달가워할 이유는 별로 없다.

그러나 벤더의 자존심을 건 밥그릇 지키기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오픈데이라이트를 통해 개발된 기술이 어느 참여업체에도 소유권이 없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옌 부사장은 “어떤 기부가 프로젝트를 촉진시킬 수 있을지, 무엇을 씨드 코드로 삼을지, 누가 활동을 리드할지에 대한 궁극적인 결정은 TSC(The Technical Steering Committee)가 하게 된다”라며 “TSC가 오픈데이라이트 프로젝트를 위한 모든 기부 제안과 기술 방향에 대한 의사결정을 주관하므로, 특정 벤더 소유의 코드가 일단 기부가 되면 이는 커뮤니티의 범용 코드가 되고 커뮤니티는 어떤 방향을 취할지 또 결정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픈소스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오리지널 코드 액세스 갖고 있으며, 어느 벤더도 이 소프트웨어의 기본을 독점할 수 없다”라며 “벤더들은 오픈소스 프레임워크에 기여하는 모듈을 제공하고, 고부가가치 앱을 만들어내면서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연전략에 대해서도 오픈데이라이트 TSC의 결정에 따라 어느 누구도 주도하기 힘든 구조다. 한 회사가 코드를 늦게 개발하거나 일부러 헝클어 놓는 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컨트롤러의 경우도 시스코가 기본 코드를 제공했지만, 어느 회사도 컨트롤러 코드를 개선해 기여할 수 있다”라며 “모든 컨트롤러는 서로 다른 다수의 컨트롤러로부터 얻게 되는 코드들의 종합 반영본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양한 소스에서 전문적인 기술과 경험을 뽑아내 궁극적으로는 최상의 결정과 더불어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갈 수 있는 것이 오픈소스의 최대 이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나온 발언들은 종합해보면 오픈데이라이트의 방향성 자체는 나쁘지 않다. 구체적인 개선과 성과가 이어질 경우 최종사용할 고객사 입장에선 고도화된 오픈소스 네트워크를 쉽게 구축하고, 어느 벤더에서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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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오픈데이라이트에 대해 벤더가 주도권을 되찾으려 한다는 시각도 비관적인 입장을 일단 배제하는 게 옳아 보인다.

확실히 현재의 SDN과 오픈플로는 점차 파편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중구난방식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오랜 네트워크 기술 개발경험을 통해 능숙한 역량을 보유한 벤더가 공통의 표준을 형성한다는 건 주도권 되찾기보다 솔루션 완성도 높이기를 위한 선순환 구조 형성 측면으로 봐야할 것으로 보인다.